[사설]거짓말 플래카드 못 내리겠다는 민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5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이 ‘투표시간, 왜 우리나라만 6시? 9시까지 투표 연장’이라는 내용의 플래카드 500개를 곳곳에 내걸어 논란이 되고 있다. 투표시간이 오후 6시에 끝나는 나라가 우리나라뿐이라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16개 주요 국가 투표시간’ 자료에 따르면 오후 6시에 투표가 끝나는 나라는 한국 외에도 프랑스 독일 멕시코 호주 등 4개국이 더 있다. 이들 4개국의 투표 시작 시간은 오전 8시로 한국의 오전 6시보다 2시간이나 늦다. 나머지 12개국과 비교해도 우리의 ‘12시간 투표’는 긴 편이고 더욱이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플래카드 내용이 이처럼 사실과 다른데도 민주당은 못 내리겠다며 버티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투표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하자며 ‘투표소 야간개장’을 공동 슬로건으로 채택했다. 투표시간 연장은 두 후보가 역점을 둔 새 정치 프로젝트의 핵심 주장이다. 야권 지지 성향이 높은 젊은층이 주로 오후 늦게 투표하기 때문에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투표시간을 연장하려면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대선을 한 달여 남겨둔 시점에서 여야 합의로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은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올 2월 국회에선 투표일 전 금요일과 토요일에 미리 설치된 전국 각지의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는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주중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비정규직이나 투표율이 낮은 젊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는 획기적 방안이다. 이 법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민주당은 정작 이 법안을 심의하고 통과시킬 때 올 대선부터 적용하자고 주장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9개월 전에는 손을 놓고 있다가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투표시간 연장 카드를 꺼내드는 것은 비정규직의 환심을 사려는 정략적 의도가 엿보인다.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허위사실은 후보자와 가족의 출생지, 신분, 직업, 경력, 재산 등으로 제한돼 있다. 현수막에 내걸린 투표시간 문제는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선관위의 유권해석이다.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선거법의 이런 맹점(盲點)을 이용해 거짓말 플래카드를 고집한다면 공당(公黨)의 당당한 태도가 아니다.
#대선#투표시간 연장#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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