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종가(5,093.54)가 표시돼 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여파로 이날 코스피는 12.06% 하락하고 환율은 1500원대로 밀렸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4일 새벽 서울 외환시장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장중 한때 1500원을 넘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면서 달러 강세-원화 약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에 비해 12.06% 급락한 5,093.54에 마감됐다. 2001년 9·11사태 직후인 9월 12일(―12.02%)보다 큰 역대 최대 하락률이다. 코스피는 올해 5,000 선, 6,000 선을 돌파하며 단숨에 6,300 선까지 치고 올라왔지만, 중동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경계감과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산업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 낙폭이 큰 것으로 보인다.
중동지역 확전 양상에 따라 당분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역대 최고치(80.37)로 치솟았다. 빚을 내서 무리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위험 관리에 무게를 둬야 할 때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주변 중동 국가의 정유·가스 시설을 무차별 보복 공격하자, 국제유가도 연일 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필요하면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호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유가 상승세를 잡지 못했다. 브렌트유는 19개월 만에 최고인 배럴당 85달러를 넘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5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중동산 원유 수입 제한과 환율 상승 영향은 2, 3주 뒤 국내 휘발유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국제유가 상승은 물류비와 전기·가스 요금 인상은 물론이고 수입물가와 국내 외식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전망치(2.2%)보다 높은 2.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 확전과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의 ‘3고(高) 뉴노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중동 위기의 출구가 보이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조기 마무리되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 문제는 갈등이 장기화하면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수출이 위축되고 소비가 침체할 수 있다. 위기 장기화를 대비해 농수산물·식품 등의 유통구조를 점검하고 에너지 가격 안정을 통해 가계 부담을 덜어줄 고물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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