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삼권장악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텐가

  • 동아일보

필리핀 방문 중 대북송금 기사 올린 李
국민은 잊고 있던 사법리스크 떠올릴 판
사법부보다 국회 신뢰도가 훨씬 더 낮다
‘사법 3법’보다 차라리 ‘이재명 특별법’을

이재명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3.3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3.3 ⓒ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의 머리 한구석엔 늘 ‘사법리스크’가 들어앉아 있는 모양이다. 어제는 필리핀 국빈 방문 중인데도 한국 시간 오전 9시, 현지 시간으론 오전 8시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관련 기사를 X에 올렸다.

대체 어떤 기사이기에 대통령의 국빈 외교보다, 중동의 혼란한 정세나 우리 국민 보호보다 중요하고 시급한지 궁금해 찾아봤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023년 구치소에서 “이재명이(한테) 돈 줬다고 하고 싶다” “검사들이 하는 짓들이 똑같네”라고 말한 녹취 등을 법무부가 확보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공범으로 기소된 바 있다. 재판은 취임 후 중단됐지만 ‘희대의 조작 사건’이라고 비판해온 이 대통령으로선 법왜곡죄의 필요성을 재차 절감한 것 같다. 귀국 즉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등 ‘사법 3법’을 처리할 태세다.

용의 비늘이든, 목에 걸린 가시든, 이 대통령은 늘 사법리스크가 거슬릴지 몰라도 다수 국민에겐 손톱 밑 가시 또는 거스러미에 불과하다. 작년 대선에서 이 대통령에게 투표 안 한 유권자들이 첫째 이유로 사법리스크·범죄 혐의를 꼽은 건 맞지만(갤럽 조사) 대통령에게 바라는 국정 과제 중 사법개혁은 상위 10등에 오르지도 않았다. 경제 회복과 통합의 정치가 단연 상위권이다.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3법’이라며 몰아친 바람에 되레 잊고 있던 손톱 밑 가시가 따끔거린다. 정말 죄를 지었나 보다 싶어지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체 그놈의 ‘사법 3법’이 온 나라를 집어삼킬 만큼 중대한 문제인지 묻고 싶다. 그러니 판검사 겁박해 이 대통령 사건 깨끗이 처리하고(법왜곡죄), 유죄 판결 나오면 대법원에서 뒤집고(대법관 증원), 안 되면 헌법재판소 가서 뒤엎기(재판소원) 위한 3법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거다.

특히 법왜곡죄에 대해선 이 대통령이 임명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도 “문명국의 수치”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요즘 친위쿠데타 일어난 선진국 없듯 법왜곡죄 새로 도입하는 선진국도 없다. 이 대통령의 ‘대장동 변호인’ 이건태 의원 등은 법왜곡죄를 제안하면서 “독일 스페인 덴마크 노르웨이 등 다수 국가에선 법왜곡죄를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고 했으나 왜곡이다. 이 네 나라와 북한 러시아 중국 세르비아까지 8개국 정도에 불과하다.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물론 형법 개정안 조항대로 판검사가 의도적으로 법령이나 증거를 잘못 적용해 재판이나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후진국에서도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판검사가 그리했음을 과연 경찰 수사로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판검사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면, 그런 법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이재명 특별법’을 만들어 이 대통령은 어떤 죄도 저지를 수 없는 존재임을 천명하는 게 낫겠다 싶다.

민주당은 법왜곡죄 제안 이유부터 국민을 호도했다. 2022년 민주연구원에선 ‘한국행정연구원의 2021년 신뢰도 조사 결과 지자체→군대→중앙정부→경찰→법원→검찰의 순’이라며 ‘법왜곡죄 도입은 사법 신뢰의 이정표’라는 정책 브리핑을 내놨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국회 신뢰도는 검경을 포함한 17개 기관 중 꼴찌였다. 온갖 특권을 누리며 국민 아닌 강성 지지자만 떠받드는 국회부터 개혁 대상인 것이다. ‘비명횡사’로 탄생한 거대 여당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등극한 이 대통령의 국정 사사화(私事化)로 대한민국의 80년 사법 시스템이 너무 쉽게 뒤바뀌면서 마침내 삼권분립까지 무너지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후퇴 현상으로 주목되는 사법 장악이 이 대통령 치하에서 벌어진다는 현실이 참담하다. 이스라엘에서 부패 혐의 등으로 재판받던 베냐민 네타냐후는 2022년 말 총리직 복귀 일주일 만에 “국민의 다수 의지(로 선출된 통치자의 의지)가 반영돼야 한다”며 대법원 권한을 제한하고, 법관 임명을 여당 위주로 하는 ‘사법정비’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 나라에선 야당을 포함해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지만 ‘윤 어게인’과 절연 못 한 국민의힘은 도보 행진뿐이었다.

작년 5월 대법원이 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 환송하자 이 대통령은 “중요한 것은 법도 국민의 합의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도, 대통령도 법치 위에 있다는 의미가 아니길 바란다. 사법리스크를 잊고 일하는 이 대통령이 오히려 이재명답다.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는 다수 국민은 이 대통령이 삼권을 장악한 희대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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