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증시 교란하는 ‘작전루머’와 정치테마株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9일 03시 00분


경찰이 증권시장에 나돈 북한 경수로 관련 루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북한 영변 경수로가 실험 도중 폭발해 고농도 방사능이 서울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는 내용의 루머가 6일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빠르게 유포돼 증시가 충격을 받자 수사를 의뢰했다. 특정세력이 악성 루머를 퍼뜨려 주가를 떨어뜨리고, 주가하락 때 돈을 벌 수 있는 풋옵션 거래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유포된 루머는 ‘무슨 일이 났다더라’는 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수치와 입수 경로까지 담고 있어 고의성이 짙다.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악용하는 작전세력이 있음을 추측하게 하는 것으로 이런 세력은 반드시 찾아내 엄벌해야 한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작전루머는 앞으로 더 늘어날 소지가 있어 당국과 투자자들이 더욱 경계할 일이다.

대권 도전 정치인과 주식을 연결지은 정치테마주도 기승을 부린다. 과거 대선 때와 달리 이번엔 대선 1년 전부터 극성이다. 금감원과 한국거래소가 확인한 78개 정치테마주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44개), 안철수 서울대 교수(14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8개) 관련주가 대부분이다. 증시 시가총액이 8% 줄어든 지난 6개월 사이에 정치테마주는 54% 늘어 11조7000억 원에 이른다.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6개월 만에 714%, 박 위원장의 동생 지만 씨가 대주주인 EG 주가는 149% 올랐다. 관련 정치인이 대권을 잡으면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투자자와 일부 작전세력의 합작품이다.

거래소는 한나라당 비대위 위원 조현정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비트컴퓨터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는 급등락 장세에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정치테마주를 골라 투자한다. 정치테마주의 주가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상 급등했다가 한순간에 폭락하면 개미투자자들만 크게 당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어제 테마주 특별조사반을 신설해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결과를 언론에 공개하기로 하는 등의 조치를 내놓았다. 불건전 매매 징후가 보이면 즉각 기획조사에 들어가 작전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증시와 선의의 투자자들을 루머와 작전세력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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