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으로 꾸며낸 무속인을 내세워 지인 부부를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한 뒤 87억여 원을 뜯어낸 부부가 검찰의 보완수사 끝에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단장 하충헌)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과 사기 혐의 등으로 40대 장모 씨 등을 지난달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장 씨 부부는 2017년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피해 여성에게 “고위층 사주를 봐주는 무속인이 있다”고 접근한 뒤 자칭 ‘조말례’라는 무속인의 연락처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조말례란 무속인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나눴는데, 이 무속인은 피해자 자녀의 장애 증상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에 무속인을 신뢰하게 된 피해자는 “아이들을 지방으로 보내라”는 지시부터 성적인 행위가 담긴 동영상을 찍으라는 지시까지 따랐다. 이후 “동영상을 배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피해자는 이 무속인에게 77억여 원의 수표 등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피해자는 조말례에게 10억여 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이 무속인 ‘조말례’는 장 씨 부부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었다. 장 씨 부부가 무속인 행세를 하며 5년여간 피해자를 속였던 것.
이 사건은 피해자의 남편이 횡령 혐의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전모가 밝혀지게 됐다. 지난해 9월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배후가 따로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해 보완수사에 나섰던 것. 피해자의 남편은 빼돌린 회삿돈 40억여 원을 장 씨 등에게 건넸는데, 이 돈은 대부분 장 씨가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쓰였다. 보완수사를 통해 장 씨 부부가 피해자를 속인 것이라는 증거를 확보한 검찰은 장 씨가 구입한 아파트 등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추징 보전했다. 서울남부지검 정광일 부장검사는 “검찰에 20여 년간 근무하면서 이런 충격적인 사건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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