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변용익]유사지구 탐색과 슈퍼지구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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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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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용익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
변용익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
슈퍼지구를 새로 발견했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슈퍼지구는 유사지구와는 구별해야 한다. 지구 정도로 작은 것도 아니고, 지구 궤도처럼 적당히 따뜻한 환경인 것이 확인됐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가 유사지구를 찾는 과정에서 우선 발견하게 되는 대상일 뿐이다.

현대천문학의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인 외계행성 연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어떤 기원을 갖고 있는지, 또 행성들과 생명의 발현과 진화가 얼마나 보편적인 우주 현상인지를 알아내려는 도전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태양이 우주 속에서 아주 특별한 존재이며, 우리의 지구는 인간이라는 고등지성체 그리고 갖가지 생명체를 갖고 있는 유일한 존재일 것으로 막연히 생각해왔다. 그러나 천문학의 발전은 이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태양과 유사한 별들이 부지기수로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고, 분자운들과 태양계 소천체들에서 풍부한 유기물질들이 발견됐다. 많은 별이 지구와 유사한 행성들을 갖고 있다면 생명 또한 그만큼 풍성할지 모른다.

밤하늘의 별들은 매우 약한 빛을 내며 반짝인다. 이 희미한 별 주위에 행성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행성이 얼마나 크며 어떤 성질을 가지는지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핵융합 반응으로 밝은 빛을 내는 별들과는 달리 행성은 훨씬 더 어둡고 작은 존재이므로 망원경으로 이들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 천문학자들은 행성을 직접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의 흔적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방법들을 개발했다.

첫 번째 방법은 별들의 흔들림을 감지하는 것이다. 흔히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하지만 만유인력은 질량이 큰 태양뿐 아니라 지구도 갖고 있는 것이어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동안 태양도 커다란 원을 그리며 자리 이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별의 속도를 지속적으로 관측해 그 별이 우리로부터 멀어졌다가 가까워지는 운동을 반복하게 되는 현상을 발견함으로써 그 별의 주변에 얼마나 무거운 행성이 어떠한 궤도주기로 공전하고 있는지 계산할 수 있다.

또 다른 관측기술은 행성들이 공전하면서 별을 가리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것이다. 지구 정도의 행성이 태양을 가린다면 외부의 관측자가 보는 태양빛은 1만분의 1 정도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그 정도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정밀도로 별빛을 항상 모니터링하고 있다가 이러한 빛의 감소가 1년에 한 번씩 몇 시간 동안 지속되는 것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면 또 다른 지구를 발견하게 되는 셈이다. 최근 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 우주망원경 케플러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연구들의 1단계 목표는 얼마나 많은 별이 행성시스템을 갖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통계자료를 얻는 일이다. 또한 단순히 지구와 유사한 크기와 질량의 행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별에서 떨어진 거리가 적당해 물이 액체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이 얼마나 많을 것인지 추정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유사지구 행성들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한 2단계 연구들이 앞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 행성들에도 지구처럼 대기와 바다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대기는 어떤 성분을 갖고 있으며 거기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 이런 미래 연구에는 한국이 참여해 건설 중인 지름 25m의 초대형 망원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은하에는 수많은 지구가 존재할지 모르며 그들 중 일부는 풍부한 생명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를 고려하면 공상소설과 같은 상상에 대한 과학적인 해답이 향후 20년 이내에 관측천문학을 통해 얻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변용익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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