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南에 ‘사이버 땅굴’까지 파는 北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5일 03시 00분


북한 해커 30여 명이 남한 범죄조직과 함께 중국에서 국내 유명 온라인게임 프로그램을 해킹해 불법적인 돈벌이를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남한 조직의 제안을 받고 고용되는 형태로 해킹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남한 조직원 15명만 붙잡았을 뿐 북한 해커에 대해서는 신원만 파악하는 데 그쳤다. 이번 사건은 북한이 양성한 해커와 국내 불순세력이 결탁해 우리의 사이버 영토를 유린한 초유의 사건이다.

북한 해커들은 이번 해킹을 통해 외화벌이 이외에 향후 대남(對南) 사이버테러의 영역 확장과 노하우 축적을 노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앞으로 북한 해커와 국내 불순세력들이 사이버 공조를 통해 국가 정보망과 금융망을 더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북한 해커들은 북한 최고 명문대인 김일성종합대와 김책공업대 출신이었다. 북한 사이버 전사는 중학교 때부터 전문 해커 교육을 받은 뒤 김일성대나 김책공대로 진학한다. 남한 범죄조직은 이들과 함께 온라인게임 아이템을 속임수로 수집하는 방식으로 64억 원을 벌어들였다. 남한 조직은 중국까지 건너가 사이버 테러리스트를 양성하고 있는 북한에 침투 경로를 안내하는 이적행위를 했다.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엄중 처벌해야 한다.

이번 해킹을 통해 국내 개인정보 66만 건이 고스란히 북한 해커들에게 넘겨진 대목도 예사롭게 넘길 수 없다. 북한 해커들은 남한 조직에 한국 내 서버 구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해외가 아닌 국내 서버를 통한 사이버 테러는 일괄적인 IP주소 차단이 어려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 경찰은 북한에서 고도의 훈련을 받은 뒤 해외로 나와 외화벌이에 뛰어든 전문해커가 1만 명 정도 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북한 해커들이 ‘사이버 땅굴’인 국내 서버를 통해 활동하면서 사이버 테러를 감행하는 일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미 북한은 청와대 국정원 등을 상대로 두 차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가했으며 4월에는 농협전산망을 공격하는 등 사이버 도발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철저한 실체 파악과 함께 비상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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