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법부, 비판의 성역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이용훈 대법원장은 취임 초인 2006년 지방법원을 순시하며 “사법부의 주인은 국민인 만큼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면 존립 이유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작년 2월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도 “재판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며 “법관의 양심은 사회로부터 동떨어져서는 안 되고 보편타당성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국민이 감동하는 사법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모두 옳은 말이다.

그런 이 대법원장이 지난달 28일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한 발언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아직도 법치주의를 저해하는 요소들이 사회 곳곳에 남아 있어 사법부 독립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 사회단체와 언론, 정치권력을 ‘사법부 독립 저해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는 지난해 4월 ‘법의 날’ 기념식과 12월 전국법원장회의에서도 언론과 정치권 법조계 시민단체 등을 싸잡아 “정도(正道)를 벗어난 비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작년 초 일부 판사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국회 폭력, 전교조의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의 ‘빨치산 교육’, MBC ‘PD수첩’의 광우병 왜곡보도에 잇따라 무죄판결을 내리면서 사회단체와 언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튀는 판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문제 삼는 것이라면 잘못이다. 언론과 사회단체가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판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에 속한다.

일부 판사의 판결은 입법 취지에도 어긋나고 보편타당성과도 거리가 멀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정치적 이념적 편향 판결을 포함해 헌법정신과 국민의 법 감정,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은 결코 비판의 성역(聖域)일 수 없다. 재판과 판결은 판사의 영역이지만 사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사명이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 사법부 이외의 다른 기관과 제도는 모두 무시하는 듯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권력과 금력(金力)을 동원해 정의와 불의를 바꾸려는 부당한 외압과, 판결 결과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헌법정신의 존중과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근절을 요구하는 국민의 정당한 소리를 과감히 받아들여 신뢰를 쌓기보다는 ‘사법부 독립 저해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은 독선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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