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영상물 등급제

  • 입력 1998년 7월 20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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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비디오소극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비디오소극장은 구청 등에서 허가를 얻기 위한 명칭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성인전용극장’이란 간판을 걸고 있다. 이곳에서 상영되는 국내 제작 에로영화는 제목부터 낯뜨겁다. ‘침대청문회’ ‘팬티열전’같은 식이다. 사람들은 이런 영화가 버젓이 상영될 수 있는지 의문을 갖지만 실은 모두 당국의 심의를 통과한 것들이다.

▼인터넷의 포르노사이트도 청소년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게다가 이번에는 본격적인 성인전용 영화관이 등장할 것이라는 보도다. 국민회의가 최근 마련한 영상관련법 개정안이 영상물의 사전심의제를 등급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악명높았던 ‘필름 가위질’이 사라지는 대신 과도한 섹스장면이 담긴 영화는 등급외 판정을 받아 성인 전용관에서 따로 상영하게 된다. 각종 음란영상물이 홍수를 이룰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영상물 사전심의제는 일제의 잔재인데다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철폐가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남는다. 등급제 이후 음란물 범람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등급외 판정을 받은 영상물의 제작자들도 언필칭 ‘예술’을 강변할 가능성이 높다. 예술과 포르노의 경계는 구분이 모호하다. 이 점을 교묘히 악용하는 제작자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일단 포르노물로 판단되면 검찰이 형법의 음란물 처벌규정에 따라 단속한다는 것이 여당 방침이다. 하지만 음란물 판정이 애매한만큼 즉각적인 대처가 쉽지 않을 듯하다. 등급외 영화관에는 미성년자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어야 하지만 지난 경험으로 보아 잘 지켜질지도 의심스럽다. 등급제 실시에 앞서 이런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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