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대해부]운용약관 지키고 있나?

  • 입력 1999년 7월 8일 17시 55분


《올해는 간접투자시대의 원년. 주가 1000 시대 개막의 일등공신도 바로 간접투자펀드다. 올들어 약 30조원에 달하는 시중자금이 간접투자펀드에 예치됐으며 연말까지 30조원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간접투자펀드가 개인금융자산의 가장 유력한 새 운용수단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런 만큼 간접투자펀드의 투명한 운용과 장세대응 능력의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아일보와 LG경제연구원은 주가지수 1000 시대를 맞아 간접투자펀드의 적법하고 투명한 운용을 기대하면서 펀드의 운용내용을 낱낱이 해부하는 시리즈를 공동으로 마련했다. 고객 또는 주주와 약속한대로 투명한 운용을 하고 있으면 권장하고, 그렇지 않은 펀드는 따끔한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동아일보와 LG경제연구원은 국내에선 처음 뮤추얼펀드 주식형수익증권 등 59개 주식형펀드를 대상으로 각 펀드가 약관에서 밝힌 유형과 실제 주식편입비중을 비교, 얼마나 ‘정직하게’ 운용하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펀드들은 판매 당시 고객에게 밝힌 유형(성장형이냐, 안정형이냐 등)대로 주식을 편입, 대체로 정직한 운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대투신운용의 일부 바이코리아 안정성장형 펀드는 주식편입비율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미래에셋 자산운용의 이글1∼3호는 투자설명서에 ‘전환형펀드’임을 명시하지 않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주식형펀드의 유형은 주식편입비율에 따라 성장형과 안정성장형, 안정형으로 분류한다. 성장형은 주식을 최대 100%까지 편입할 수 있는 공격적인 상품이고, 안정형은 펀드자산의 30% 미만을 주식에 투자하는 리스크 부담이 적은 펀드. 안정성장형은 그 중간쯤이다.

▽주식편입비율을 초과한 펀드〓현대투신운용의 바이코리아펀드는 간접투자 열기를 조성하는데 한몫 단단히 한 주식형 수익증권. 4개월여만에 9조여원의 고객돈이 바이코리아 펀드에 예치됐다.

바이코리아 르네상스펀드는 주식편입비율이 총자산의 20∼50%인 안정성장형상품. 이른바 ‘저위험―적정수익’을 겨냥한 펀드인 셈.

그런데 4개의 바이코리아 르네상스펀드는 설정일 이후 2일까지의 주식편입비중이 평균 50%를 넘었다. 즉 △바이코리아 르네상스 2―3호 58% △르네상스 1―5호 57% △르네상스 1―6호 55% △르네상스 ST3―5호 52%였다.

현대투신운용 최대문(崔大文)이사는 “주가상승으로 평가익이 나면서 50%를 초과한 펀드들이 일부 나오고 있다”며 “현재 주식을 처분해 주식투자비중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이원흠(李元欽)상무는 “고객에게 안정성장형 상품으로 팔고서, 공격적인 자산운용을 한다면 고객에게 위험부담을 전가시키는 행위”라고 말했다.

▽성장형인데 운용방식은 안정형〓한빛투신운용의 뮤추얼펀드 ‘세이프티 2호’는 약관에 주식편입비율이 ‘80% 이하’로 명시된 성장형펀드. 그러나 조사결과 이 펀드의 설정일(2월9일)이후 2일까지 주식투자비중은 평균 7%였다. 주식편입비율이 80% 이하이기때문에 약관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성장형펀드로서는 극도의 보수적인 운용을 한 셈.

한빛투신운용의 김창학(金昶學)마케팅팀과장은 “현물 선물간 무위험 차익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위해 주식을 적게 편입한 것”이라며 “세이프티2호는 안정형상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지의무를 소홀히 한 뮤추얼펀드〓미래에셋 자산운용측은 뮤추얼펀드 ‘이글 1,2,3호’펀드는 목표수익률이 달성되면 고정금리 채권으로 전환하는 전환형 펀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글펀드는 30%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하자 주식을 팔고 채권 및 유동성자산으로 메웠다. 그러나 이글펀드의 투자설명서에는 ‘수익률 달성후 채권형으로 전환한다’는 문구가 전혀 없다.

대신 투자설명서에는 ‘주식 등에 100% 이내를 투자하고 채권 등에 0% 이상을 투자한다’고 나와 있다. 이 말은 이글펀드의 펀드유형이 ‘성장형’이라는 의미. 펀드유형이 ‘전환형’임을 알 수있는 대목은 전혀 없다.

▽주식투자비중 체크하는 법〓시장민감도 지표인 베타로 펀드의 주식투자비중을 대충 어림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한 펀드의 베타가 0.6이라면 펀드 자산의 60% 정도를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펀드란?▼

펀드(fund)의 사전적인 의미는 돈을 모아둔 기금. 재테크에서 말하는 펀드란 투자신탁운용사나 자산운용사가 증권 부동산 등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고객들로부터 받은 돈을 모아 운용하는 기금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 뮤추얼펀드는 펀드 자체가 하나의 회사로 등록돼 운용된다는 점에서 수익증권과 다르지만 고객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둘 다 만기가 되면 투자수익을 고객에게 원금과 함께 나눠준다.

예금자보호가 안되기 때문에 투자하다가 손실을 보면 원금도 못 챙길 수 있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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