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인천 국민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12.1/뉴스1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사건’을 조사 중인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성경 구절을 인용해 “들이받는 소도 임자도, 돌로 쳐 죽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관련 조사에 반발하는 친한(친한동훈)계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무감사위는 16일 회의에서 이 사건 관련 징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 징계안 논의 전날 “받는 소 쳐 죽여야”
당원 게시판 사건은 지난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들이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을 올렸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 위원장을 올해 9월 임명했고, 이 위원장은 지난달 이 사건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이 위원장은 9일 긴급 공지를 통해 한 전 대표의 가족(부인, 장모, 장인, 딸)과 이름이 똑같은 당원 4명이 당원게시판 논란이 불거진 이후인 지난해 12월 비슷한 시기에 탈당했다고 밝혔다. 또 김 전 최고위원이 최근 방송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을 “손에 왕(王)자 쓰고 나온 분”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소명을 요구했다.
당무감사위의 속도전에 친한계는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서는 안 된다” “한 전 대표를 지금 정리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장동혁 지도부가 (당을) 운영한다면 당이 하나가 되겠나”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김 전 최고위원도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결정이 내려지면 모든 정치적,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반발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 위원장은 15일 개인 블로그에 “소가 본래 (들이) 받는 버릇이 있고, 임자(주인)가 그로 말미암아 경고까지 받았음에도 단속하지 않아 사람을 받아 죽인다면, 그 소는 돌로 쳐죽일 것이고 임자도 죽일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구약 성경(출애굽기)을 인용한 구절임을 밝히며 “성경은 경고를 받았음에도 단속하지 않았다면, 소가 사람을 죽였을 때 임자도 함께 죽일 것이라고 명한다”며 “위험성이 드러났음에도 관리하지 않고 방치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고가 아니라 예견된 재난”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글의 내용 뿐 아니라 글이 올라온 시점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당무감사위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당원게시판 논란과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안건을 다루기 하루 전날 공개된 탓이다.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관련 논란을 빠르게 정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뒷감당은 장동혁 몫” vs “당내 오래된 고름 짜내야”
한편 당무감사위의 징계 논의를 앞두고 당내 내홍도 격화되고 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어제 장예찬을 여연(여의도연구원) 부원장으로 임명하고, 한동훈 팬덤을 펨훼하는 여연 보고서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전날 한 전 대표의 ‘팬덤’을 당내 분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 개딸(개혁의 딸), 위드후니(한동훈 팬카페) 등 정치 팬덤을 분석한 ‘K팝 팬덤의 참여행동과 팬덤 정치의 사회·정치적 함의’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신 전 부총장은 “(어제) 이호선은 ‘들이받는 소는 돌로 쳐죽일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며 “장동혁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어제 오늘을 거사일로 잡았다. 도발은 자유지만, 뒷감당은 그대들 몫이 될 것”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당권파인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당 안에 해묵은 문제들이 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당원 게시판 사태”라며 “이런 것들을 연내에 정리하고 나면 장 대표가 새해엔 새 신을 신고 운신의 폭을 좀 더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5일 밤 MBC라디오에 출연해 “당내 오래된 고름을 연내에 짜내고 나면 새해엔 대여 투쟁과 민생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당 외부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당원 게시판 문제는 1년이 됐는데 진상 규명을 하지 않으면 덮어지는 게 아니라 고름이 안에서 점점 더 깊어지기에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씨는 진작 이러한 것들을 알고 있었을 것이기에 어떤 징계를 내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치하기가 좀 어렵지 않나 싶다”며 한 전 대표와 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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