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꽃보다 ‘사운드파파’

  • 입력 2016년 10월 31일 11시 08분


코멘트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어르신들은 어떤 취미를 갖고 있을까. 건강한 음악활동으로 청년 부럽지 않은 노년을 보내고 있는 실버밴드 ‘사운드파파’의 연습현장을 찾았다.

“음악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공연할 생각이 있고, 그러고 싶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입니다”

가을 하늘이 투명한 월요일 오후, 버드내노인복지회관 지하 1층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신나는 밴드 사운드가 들려온다. 경쾌하고 파워풀한 소리에 합주실 문을 열어보니 얼핏 봐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각자 맡은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60~70대 어르신 16명으로 구성된 버드내노인복지관 대표 실버밴드 ‘사운드파파’다.


평균나이 71세 혈기왕성 슈퍼밴드

"Ready, Go!" 시원한 기합 소리와 함께 사운드파파의 연습이 시작된다. 이어 ‘클레멘타인’, ‘데킬라’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명곡들이 이어진다. 이 유쾌한 소리의 주인공, 사운드파파는 65세 이후부터 멤버로 합류할 수 있으며, 현재 최고령 멤버는 75세다. 평균나이 71세인 이들에게 나이는 말 그대로 ‘나이’일 뿐이다. 그중 가장 선두에 서서 멤버들을 이끄는 김순경(73, 테너 색소폰)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눴다.

“음악을 처음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예요. 지금이야 악기를 연주한다고 하면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지만, 당시만 해도 그렇지 않았죠. 또, 전자 악기의 유행으로 색소폰이 뒤로 밀려나면서 음악을 쉬었어요. 그러다 이곳 버드내복지관에서 밴드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5~6명이 조촐하게 시작했던 밴드가 지금은 16명 규모로 발전했어요.”

실제로 사운드파파 멤버들 대부분은 젊었을 때 음악을 했던 경험이 있다. 과거 미8군 또는 공군 군악대에 있었거나 월남파병 시절 음악을 했던 이들도 많다. 드라마틱한 편곡 역시 밴드멤버들의 손길이 직접 닿은 것. 보컬을 맡고 있는 박진주(69) 할머니도 국악을 전공해 전문 가수로 활동했던 프로다. 이렇게 사운드파파 멤버들은 모두 음악이 그리워 다시 악기를 잡게 된 케이스들이다. 다들 원했던 일을 다시 해서일까. 연습시간이 꽤 긴데도 누구 하나 불평하거나 힘들다는 이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즐기고 놀기 위해 모인 것이기 때문에 연습하는 데 불편함은 없어요. 실제로 몸이 안 좋았던 분들도 밴드 활동 후 건강을 되찾은 경우가 많답니다. 리듬 속에서 살다보니 확실히 건강에 보탬이 되는 것 같아요.”


음악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사운드파파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이곳 버드내노인복지관에서 세 시간씩 열정적인 연습을 이어오고 있다. 그 결과 지난 8월 노인들의 건강한 동아리 활동을 후원하는 ‘9988 톡톡쇼’ 현장오디션 통과라는 쾌거를 이뤘다. 내친김에 오는 9월 22일 열리는 예심 통과까지 따내고자 연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종목표는 11월 초 결선에서 우승하는 것. 이에 각 곡을 연주하는데 걸리는 시간의 초 단위까지 엄격하게 체크하는 등 진지한 모습이었다. 사운드파파는 대회 활동 외에도 음악을 접하기 어려운 소외계층이나 양로원 등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즐거운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 좋죠. 음악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공연할 생각이 있고, 그러고 싶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입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음악을 통해서 지역사회 공헌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앞서 언급했듯 사운드파파는 연습 시간 내내 즐겁고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잠깐이라도 쉴 때는 물과 빵을 권하고, 건강을 물으며 서로를 챙기는 그들. 나이도 출신도 다른 16명의 사람을 컨트롤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느냐는 에디터의 질문에 김 할아버지는 “다들 속에 불평불만이야 있겠지만 이만큼 나이가 들면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마련 아닐까요. 서로 양보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처럼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 사운드파파의 이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버드내노인복지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버드내노인복지관은 사회복지사 외에도 상담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수영지도자, 헬스지도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어르신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다. 이에 지난해 누적등록회원 3만 명을 기록했고, 장기요양기관평가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특히 문화복지과의 경우 활동력을 지닌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다.

기사=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간예슬 객원기자
사진=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윤동길 객원사진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