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마디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척추질환, 추간공확장술로 한번에 해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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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혜병원

다분절 척추질환 치료를 위해 추간공확장술을 집도하고 있는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병원장
다분절 척추질환 치료를 위해 추간공확장술을 집도하고 있는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병원장
평소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던 K 씨(66). 최근 갑작스러운 다리 끝 쪽 감각 이상과 골반에서 대퇴부 및 종아리에 이르는 심한 통증으로 병원에서 MRI(자기공명 영상장치) 촬영을 했다. 진단 결과 기존 디스크 질환이 있던 분절(마디) 외에 다른 곳에서 디스크 질환, 척추관협작증 등의 소견이 나타난 이른바 ‘척추 다분절 복합 질환’의 양상이었다.

척추는 여러 분절로 구성된다. 여러 뼈와 척추체 사이의 디스크(추간판), 신경다발과 신경가지가 지나는 척추관과 추간공, 자율신경, 혈관 등으로 이뤄진 복합 구조체다. 특히 각 마디에서 추간공을 지나는 신경가지는 각기 다른 인체 부위의 운동과 감각 등을 관장하기 때문에 병변이 발생하면 분절의 위치나 정도에 따라 통증의 양상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통증 양상과 원인에 따라 척추질환은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척추관협착증, 척추유착성 질환(섬유성, 수술성), 척추전방전위증과 같은 척추분절불안정증, 척추 후만증이나 측만증과 같은 척추 변형 등으로 구분된다.

젊은층의 척추 질환은 주로 단일 분절에서 나타나지만 중장년층 이상에서는 대부분 여러 마디에서 발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분절에서 나타난 척추 질환은 하나의 질환이 아닌 2개 이상 질환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특정 분절은 척추관협착증, 다른 분절은 디스크탈출증, 또 다른 분절은 유착성 질환이 통증의 주요 원인으로 각기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분절마다 발병하는 위치나 증상의 진행 정도가 다르고 각 분절의 신경가지가 관장하는 인체 부위 역시 다르다. 그 결과 통증 부위나 정도, 양상이 더욱더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 척추 다분절 복합 질환의 독특한 특성이다.

따라서 초기에는 통증평가 척도에서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하는 통증을 주로 호소하다가 해당 통증의 원인이 되는 분절의 척추질환을 치료한 뒤에는 그동안 잘 느끼지 못했던 다음 높은 수치에 해당하는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시술 후 없던 통증이 생겼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특성에 기인한다.

척추는 다분절로 구성되고 각 신경가지가 다른 부위를관장한다. 허리와 다리에 다양하게 나타나는 통증을 보여주는 그림.
척추는 다분절로 구성되고 각 신경가지가 다른 부위를관장한다. 허리와 다리에 다양하게 나타나는 통증을 보여주는 그림.
K 씨 같은 척추 다분절 복합 질환 양상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병원장은 △환자의 과거 병력이나 치료 이력에 대한 철저한 확인과 통증 병소에 대한 정확한 진단 △다분절에 다양한 척추 질환이 나타나더라도 모두 적용 가능한 치료 방법 선택 △다분절을 하나의 치료 방법으로 시술하더라도 길지 않은 소요 시간의 3요소를 강조하는 치료 가이드를 제시했다.

우선 통증 병소가 나타난 다분절을 ‘한 번의 시술로 동시 치료할지’ 혹은 ‘일정한 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치료할지’에 대한 판단을 한다. 나아가 ‘최종적으로 몇 개의 분절을 공략할지’에 대해 결정하기 위해 철저한 확인과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다른 양상의 척추 질환으로 나타난 척추 분절마다 상이한 치료법을 적용하면 그만큼 시술시간이 길어져 환자 부담과 감염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나의 치료법으로 다분절 시술을 하더라도 시술 자체가 길어지면 유사한 한계에 봉착한다.

박 병원장은 “최첨단 검사 장비와 숙련된 인력들을 기반으로 다양한 진료과의 협진시스템을 통해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는 추간공확장술은 다분절 척추질환에 가장 최적화된 시술법”이라며 “추간공확장술이 추간판탈출증, 척추관협착증, 척추 유착성 질환(섬유성, 수술성)에 모두 적용이 가능한 치료원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척추관협착증은 노후된 하수관(척추관)의 배수구(추간공)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철망(인대)을 절제해 공간을 넓혀주는 원리가 적용된다. 추간판탈출증은 추간공의 후방부(등쪽) 경막외강에 위치한 인대를 절제해 넓혀준 유격 공간 덕분에 전방부(배쪽) 경막외강으로 탈출 혹은 파열된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하는 것을 줄여주는 원리다. 척추유착성 질환의 경우에는 배수구 철망과 흡사한 추간공의 인대와 그 사이를 지나는 신경 주변에 미세하게 들러붙은 섬유성 유착들로 인해 신경이 압박되는 것을 역시 인대를 절제해 치료한다.

특히 추간공확장술은 이러한 기계적 치료 원리 과정에서 확보된 공간으로 염증유발물질을 배출해 신경 주변의 염증을 해결하는 생화학적 치료 원리도 공통적으로 지닌다. 물론 심한 척추불안정증이나 혹은 3, 4개의 다분절로 나타나는 척추변형에 대해서는 적용이 어렵다.

박 병원장은 “오랜 시술 경험과 노하우, 시술팀의 팀워크 등을 기반으로 4개 부위에 대해 추간공확장술을 시행하더라도 1시간 이내 마무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안소희 기자 ash03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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