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팬티 보고싶냐”더니 사과 한마디면 끝인가…‘노이즈 마케팅’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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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7일 14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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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프린세스’(캡처)© 뉴스1
‘아이들 프린세스’(캡처)© 뉴스1
국내 모바일 육아게임 ‘아이들 프린세스’가 여자 아이를 성적 대상화한다는 비판에 휘말리면서 이용등급을 15세에서 18세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국 게임을 중심으로 선정성 이슈가 불거진데 이어 국내 게임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생기면서 자율등급분류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등급 여부를 떠나 문제가 되는 부분을 일괄 삭제해야 한다는 지적부터 ‘노이즈 마케팅’을 위해 선정성 논란을 활용한게 아니냐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지난달 17일 국내 게임사 아이엔브이게임즈가 출시한 ‘아이들 프린세스’는 이용자가 딸과 정령들을 육성하는 모바일 게임으로 15세 이상 이용가다. 출시 이후 미성년 여자 아이를 성적 대상화해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아빠’ 역할의 이용자가 정령과 함께 수양딸을 키운다는 콘셉트의 이 게임은 8세 소녀가 “아빠랑 목욕하고 싶어”라고 말하고 아빠는 ‘평범한 아빠였으면 딸이랑 목욕 정도는 같이 하겠지?’라고 망설이는 등 높은 수위의 삽화와 대사로 게임이 구성됐다.

이 외에도 “오빠, 만지고 싶어? 잠깐이라면 괜찮아”, “내 팬티가 그렇게 보고 싶은 거야” 등 15세 이용가에 걸맞지 않은 삽화와 대사를 구사하고 있다.

◇“부적절한 표현 삭제해야…성인물로 조정해 해결될 문제 아냐”

논란이 되자 이해석 아이앤브이게임즈 대표는 게임등급을 15세 이용가에서 18세 이상 이용가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이용 등급과 상관없이 게임에서 묘사된 캐릭터와 대사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국제적으로 아동 성애화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여자 아이를 성적 대상화 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미성년이 콘텐츠를 이용할 경우 교육을 하거나 주의를 줄 수 있지만 성인이 이 콘텐츠를 이용할 경우 더 큰 논란이다”며 “성인물로 등급을 조정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게임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시간과 비용이 있는 만큼 게임 자체를 퇴출한다기 보다 수정해 서비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 회장은 “게임전체가 음란물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관련 된 부분을 모두 삭제하고 서비스 해야 한다”며 “콘텐츠에 관대한 미국에서도 아이를 대상으로 한 음란물은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율등급분류시스템 한계…시민 감시가 중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이 게임이 출시되는 만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청소년이용불가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게임은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등급을 분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후 모니터링을 통해 이용등급을 재분류하고 있다.

자체등급분류사업자란 게임 등급을 자체적으로 매길 수 있는 게임 사업자를 의미한다. 현재 자체등급분류사업자는 구글, 애플, 원스토어, 삼성전자, 소니, 오큘러스브이알코리아, 카카오게임즈 등 8곳이다.

‘2019 게임물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 연감’에 따르면 2018년 등급 분류가 매겨진 모바일 게임은 45만8190개다. 이중 45만8078개의 게임을 구글·애플 등 자체 등급분류사업자가 등급을 지정했다.

‘아이들 프린세스’ 역시 자체등급분류사업자에 의해 15세 판정을 받았다.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되면 청소년이용불가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등급을 자율적으로 지정해 서비스할 수 있다.

청소년이용불가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등급은 개발사가 앱마켓에 개발한 앱을 등록할 때 설문을 통해 자체적으로 기입하는 식으로 매겨진다. 앱마켓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기준(선정성·폭력성 및 공포·범죄 및 약물·부적절한 언어·사행행위 등 모사)에 따라 개발사에 설문을 진행한다. 이중 ‘전체이용가’와 ‘청소년이용불가’가 나올 경우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다시 등급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설문에 응하는 개발사가 생각하는 각 항목의 기준이 일반인과 다를 경우 15세 이용 판정을 받을 수 있고 청소년이용불가등급을 받을 수도 있단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사들과 달리 대부분의 국내 게임사는 정책을 준수해왔는데 이런 일이 생겨 아쉽다”며 “자체심의 시스템을 통해서 매겨지는 등급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모든 게임을 사전 심의를 통해 점검하기는 어려운 만큼 시민의 감시가 사후 모니터링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있는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영화나 방송은 러닝타임이 정해져 있는 만큼 게임에 비해 심의가 간단한 편이지만 게임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또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바뀌는 만큼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모두 심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게임은 출시된 지 얼마 안 됐지만 굉장히 빨리 이슈가 됐다”며 “텔레그램 N번방 성 착취 사건 이후 아동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율등급분류제도의 장점은 앱을 법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앱 마켓이 문제가 되는 앱이라고 판단할 경우 바로 퇴출시키는 것”이라며 “사회적 책임이 있는 기업들은 문제가 되는 앱에 대해 보다 엄중히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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