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강운/외국인 증시전망이 바뀌고 있다

  • 입력 2004년 5월 11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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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는 호랑이를 애완동물로 기르는 것과 비슷하다. 호랑이가 물지 않으면 다행이나 사실 언제 물지 모른다.”(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제는 외국인들이 팔고 나갈 때를 대비해야 한다.”(황건호 증권업협회장)

외국인 주식투자를 경계하는 지적들이다. 글로벌 시대와 동떨어지는 국수주의적인 시각으로 비칠 수도 있다. 외국인들은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慧眼)을 가졌고 파는 데 급급해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눈앞에 있는 떡도 먹지 못하는 바보 취급을 받은 게 바로 얼마 전까지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외국인들이 최근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파는데 ‘왜 파느냐’고 말릴 수도 없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27일 이후 최근까지 약 2조6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기간 중 종합주가지수는 무려 145포인트가량 급락했다.

지금 주식시장에선 외국인 매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본격적인 ‘셀(sell) 코리아’의 시작이라는 비관론이 있는가 하면 일부 헤지펀드의 매각일 뿐 전체 외국인들의 시각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분명한 점은 갑작스러운 외국인 매도공세에 국내 투자자들이 당혹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쇼크나 금리인상 가능성 등 몇 가지 악재가 있지만 납득하기 힘들다는 표정이다. 얼마나 더 팔지는 알 수 없지만 외국인들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요즘 장세는 ‘증시에서 수절(守節)은 없다’는 속설을 떠올리게 한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파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많이 먹었으니 파는 것’(매매차익 실현)만큼 딱 들어맞는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주식투자의 최종 목적은 매매차익의 실현이다. 지나친 매도라고 깎아내릴 필요도 없다. 오히려 심각한 문제는 국내에 외국인들을 대신할 마땅한 대안(代案) 투자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요즘 외국인들도 이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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