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사령탑 전격교체]“신문명예가 가장 중요”NYT 거듭나기 몸부림

입력 2003-06-06 19:01수정 2009-10-1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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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갑자기 소집된 총회에서 사임의사를 발표하는 하월 레인스 편집인(마이크 잡은 사람).-사진제공 뉴욕 타임스
역시 뉴욕 타임스는 재빨랐다.

5일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43번가에 있는 본사 3층 편집국. 하월 레인스 편집인과 제럴드 보이드 편집국장이 사퇴를 발표하는 순간 많은 기자가 소리 내 흐느꼈다.

불과 14개월 전 그 자리에서 터져 나오던 환호성을 기억한다면 너무 대조적인 순간이었다.

당시 뉴욕 타임스 152년 역사상 가장 많은 7개의 퓰리처상 수상을 지휘했던 레인스 편집인은 69년 제임스 레스턴 이후 가장 짧은 21개월짜리 편집인으로 끝났다. 워싱턴 포스트는 “레인스 편집인은 몰락의 씨앗을 스스로 뿌렸다”고 싸늘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그 원인을 가장 상세히, 가장 신속하게 보도한 언론도 뉴욕 타임스였다.

타임스는 6일자에서 4개의 관련기사를 싣고 광고업계의 반응과 후임 인선 예상, 그의 몰락 배경을 상세히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상명하복식 스타일은 많은 기자를 소외시켰다”고 썼다. 타임스에 따르면 정오 편집회의는 활발한 토론의 장이 아니라 지시를 받아 적는 자리로 변질됐고 일부 에디터들은 자신들이 속기사로 격하된 듯했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5주 전 레인스 편집인과 보이드 국장의 총애를 받던 제이슨 블레어 전 기자가 표절사건을 일으키자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슬레이트닷컴에 따르면 뉴욕 타임스는 어떤 권력 암투가 진행되든 외부에는 일절 알려지지 않는 크렘린 같은, 아니 마피아조직인 돈 코를네오네 패밀리 같은 조직이었다.

그러나 지난 5주 동안 타임스 기자들은 언론 전문 인터넷게시판에 공개적으로 회사를 비판했다. 3일 레인스 체제에 대한 신임을 표시하기 위해 편집국을 방문한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 발행인은 냉대를 받았다고 포스트는 보도했다.

타임스는 레인스 체제의 문제점이 스타 위주의 편집국 운영과 자신의 의제를 일선 기자들에게 강요하는 데 있었다고 분석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존경받는 기자와 에디터들이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결국 당초 레인스 체제를 밀어붙이려던 설즈버거 발행인은 결국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으로 교체를 단행했다.

지방신문에 있다가 78년 뉴욕 타임스로 전직해 백악관 출입기자와 논설실장을 거쳐 최고의 영예인 편집인 자리에 오른 레인스 편집인의 능력을 의심하는 기자들은 없다고 타임스는 썼다. 그래서 그를 반대한 기자들까지도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신문의 명예는 신문을 운영하는 사람의 경력보다 더 중요하다고 타임스는 6일자 사설에서 밝혔다.

“가서 악바리처럼 취재하라”는 이임사를 마친 레인스 편집인은 밀짚모자를 꺼내 쓰고 이슬비가 내리는 거리로 떠났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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