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참사 안타까운 사연들 속속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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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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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소리가 가까워져요… 아빠, 지금 끊어야해요”“청년들 대피시켜야 해”… 왕세자빈 오빠인 경찰관 휴무일에 봉사하다 참변

노르웨이 테러 사건의 희생자 명단이 26일 처음으로 공개되며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전해지고 있다.

총 76명의 사망 및 실종자 중에는 메테마리트 왕세자빈의 이복 오빠인 트론 베른트센 씨(51·경찰관)도 있다. 그는 이날 휴무였으나 자원봉사로 섬의 캠프 경비를 보다 목숨을 잃었다. 그는 함께 있던 아들(10)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놓은 뒤 범인을 잡으러 가다 총탄을 맞았다. 친구에게 전화로 “무서워하는 청년들을 섬 밖으로 탈출시키려고 한다”고 말한 게 그의 마지막이 됐다.

20년 동안 우퇴위아 섬의 노동당 청년캠프를 준비해와 ‘우퇴위아의 엄마’로 불렸던 모니카 뵈세이 씨(45)는 베른트센 씨와 함께 범인에게 가다 베른트센 씨의 옆에서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됐다. 다행히 그의 두 딸은 피신해 생명을 건졌다. 뵈세이 씨는 조만간 노르웨이해양박물관장으로 부임할 예정이었다.

희생자 중에는 토레 에이켈란 씨(21)와 한네 크리스티네 프리드툰 씨(20·여)처럼 전도유망한 노동당의 차세대 주자가 많이 있었다. 에이켈란 씨는 노동당청년동맹(AUF) 호르달란 지부장이었으며, 실종된 프리드툰 씨는 AUF 송노피오라네 지부 대표로 우퇴위아 캠프의 여성 리더 중 한 명이었다.

“총소리가 들려요. 지금 끊어야 해요”

트롬쇠대 정치학과를 휴학 중이었으며 열성적인 노동당원이었던 구나르 리나케르 씨(23)가 아버지에게 전화로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유머와 사랑이 많았던 착한 ‘큰 곰’ 내 아들이 그렇게 떠났다”고 슬퍼했다. 다행히 함께 섬에 있던 그의 17세 여동생은 목숨을 건졌다.

10대 희생자도 많다. 실종된 요하네스 부외 군은 불과 14세로 최연소 희생자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소중한 요하네스, 믿기지가 않는다. 너는 정말로 강했잖니.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기대하며 촛불을 켜고 기도하마”라는 친구들의 메시지가 남겨져 있다.

희생자 중에는 외국인도 있었다. 덴마크인 한느 발크 ’레스타셰 씨(43)는 캠프에서 응급치료사로 일하다 희생됐다. 함께 있었던 그의 딸 아나 씨(20)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오슬로=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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