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전쟁부) 최고위 관계자가 22일(현지 시간)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배정된 전력 중 상당수가 그냥 ‘주차(park)’돼 있어 문제”라고 밝혔다. 주한미군을 포함해 인태사령부 전력의 상당수가 비효율적으로 고정 배치돼 있는 만큼 해외 주둔 미군 병력과 자산을 특정 지역·임무에 고정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바꾸는 ‘전략적 유연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주한미군 운용에 깊이 관여하는 이 관계자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동아일보 기자에게 인태사령부 전력의 작전 유연성 및 즉각 투입 능력이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8일 발발한 이란과의 전쟁 중 주한미군에 배치돼 있던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 체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등을 중동으로 차출하거나 차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 국방부 최고위 관계자가 주한미군이 소속된 인태사령부 전력의 고정 배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건 향후 미국의 필요에 따라 주한미군 전력을 신속히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기조를 유지·확대하겠단 뜻으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또 “동맹국에 대한 (국방비 증액) 압박이 1조5000억 달러(약 2245조 원)의 미 국방 예산을 (의회 등에) 요청하는 추진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향후 한국 등 동맹에 방위비 증액을 더 압박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중동에 패트리엇 차출해 간 美, 주한미군 전력 추가 이동 시사
[美-이란 전쟁 분기점] 美국방 최고위 “한국 문제 많이 고민”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 밝혀 “한국, 대북 억제에 주된 책임져야 동맹이 더 내야 美국방비도 늘어”
‘세계 어디든 18시간내 전개’ 美 82공수사단 강하 훈련 미국 육군 제82공수사단 제3여단전투단 소속 공수부대원들이 올 1월 28일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래그에서 진행된 ‘팬서 애벌랜치’ 훈련 중 진입 작전을 위한 강하를 하고 있다. 미 육군 제공
“우리는 한국(주한미군) 문제를 매우 많이 고민하고 있다.”
주한미군 운용에 깊이 관여하는 미국 국방부(전쟁부) 최고위 관계자는 22일(현지 시간) “국가방위전략(NDS)에 주한미군에 대한 특정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단 의미는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올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한 새 NDS에선 주한미군 병력 규모나 재배치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의 규모, 역할, 운용 방식 등에서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관계자는 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달 28일 발발한 이란과의 전쟁을 위해 패트리엇 등 주한미군의 미사일 전력을 최근 중동으로 차출했다. 주한미군의 주요 전력도 언제든 한반도 밖으로 신속히 이동시킬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일본, 영국, 프랑스 등에 호르무즈 해협 안전을 위한 군함 파견 등도 요청했다.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역할 조정을 이미 고민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계 어디든 18시간내 전개’ 美 82공수사단 강하 훈련 팬서 애벌랜치는 제3여단이 18시간 이내 전 세계 어디든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실시됐다. 1월 28일 낙하에 성공한 공수부대원들이 투시경을 통해 목표물을 공격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미 육군 제공● “韓, 對北 재래식 방어에 1차 책임”
이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전체 미 합동전력의 ‘우선 순위’를 고려해 가면서 운용할 방침이다. 이는 주한미군을 별도 운용 전력이 아닌, 글로벌 작전 체계 속에서 미군의 작전 ‘우선 순위’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전력으로 보고 있단 의미다. 또 중국 견제는 물론 이번 이란과의 전쟁처럼 중동 등 다른 전장으로도 우선순위에 따라 언제든 유연하게 역할을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또 “한국은 (북한에 맞서) 재래식 방어에 대한 1차 책임을 점점 더 크게 맡고 있다”면서 “이에 주한미군은 제한적인 지원만 제공하는 형태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의 북한 방어와 관련된 역할도 유지하겠지만, 북한을 억제하는 데 있어 주된 책임은 사실상 한국에 있단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는 NDS에서도 한국에 대해 “중요하지만 제한된 미국의 지원을 통해 북한을 억제하는 데 있어 주된 책임(primary responsibility)을 질 능력이 있다”고 적시했다. 한국이 자체 방위 역량을 강화해 ‘북한’의 위협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주한미군은 상대적으로 중국 견제 등에 치중하는 식으로 책임을 분담하자는 의미다.
● “韓 등 동맹이 국방비 늘려야 美국방비 증액 추진력 확보”
이 관계자는 “한국과 유럽 등이 (국방비 증액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며 “동맹국에 대한 (국방비 증액) 압박은 1조5000억 달러(약 2245조 원)의 미 국방 예산 요청에 대한 추진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호주, 캐나다도 (국방비 증액에) 동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동맹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미국 역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인식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7 회계연도(2026년 10월∼2027년 9월) 미 국방 예산으로 1조5000억 달러를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 국방예산 대비 66% 급증한 수치라 의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미국의 동맹들이 국방비를 늘리면 트럼프 행정부 또한 미 의회와 여론을 움직이기 용이하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동시에 한국 등 주요 동맹에 ‘책임 분담’ 필요성을 강조하며 방위비 증액을 더 압박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이례적인 군사력 증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팽창하는 중국 군사 역량에 대한 견제 의지도 분명히 했다. 또 “동맹과 함께 (중국의) 침략을 억제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미국의 대(對)중국 봉쇄선으로 꼽히는 ‘제1도련선’(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에 두겠다는 점도 거듭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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