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다음 날인 15일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매우 좋은 협상 칩”이라며 무기를 팔 수도, 팔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미국 무기를 대만에 판매하는 문제를 “아주 상세히” 논의했다고도 했다. 미국의 동아시아 우방이자 중국 억제 전략의 최전선인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 여부가 중국과의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힌 셈이다.
미국은 1982년부터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중국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비롯해 ‘6대 보장’을 대만에 약속하고 이를 지켜 왔다. 대만은 유사시 미국의 자동 개입 조항이 담긴 ‘대만 관계법’과 함께 미국의 이런 보장을 양자 관계의 기본 축으로 여겨 왔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44년 만에 그 원칙을 깬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말 승인한 대만에 대한 대규모 무기 판매 계획까지 철회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해 온 대만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대만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막아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미국 무기 구입 확대도 그 연장선상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제품의 중국 수출 확대,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시 주석의 협조 같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대만에 대한 안보 공약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는 아무리 우방과 맺은 약속이라도 강대국 간의 흥정에 따른 미국의 이득이 먼저라는 ‘트럼프 리스크’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이유로 중국이 일본에 파상적 보복을 가할 때도 별다른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동맹이 수세에 몰려도 미국에 득이 되지 않는 분쟁에는 끼어들지 않겠다는 트럼프식 우선주의가 동북아 안보 지형에서 차례로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거래적 동맹관 앞에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이익이 달린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하며 주한미군의 방공 무기를 차출해 가면서도 대북 방어는 한국이 주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북핵 문제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는 미 본토를 위협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우리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을 중국이나 북한과 먼저 논의한 뒤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이 없도록 동맹의 소통 체계를 치밀하게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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