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올드&] 체중 감량 비만치료제 ‘근손실’ 부작용… 빅파마 ‘근육 보존’藥 화두로
비만약 열풍속 ‘근감소증 치료제’ 급부상
일라이 릴리 등 신약 개발에 兆단위 투자
보행속도 등 실질 신체 개선 입증이 관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글로벌 비만치료제 열풍이 맞물리면서 제약업계의 시선이 ‘체중 감량’에서 ‘근육 보존’으로 옮겨가고 있다. 노보노디스크 ‘위고비’, 일라이 릴리 ‘젭바운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가 비만 치료의 판도를 바꾸고 ‘먹는 비만약’까지 잇따라 출시되는 가운데, 약물 복용 과정에서 근육량까지 함께 줄어드는 부작용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들은 비만약의 빈틈을 메우고 고령층의 신체 기능을 지킬 ‘근감소증(사르코페니아) 치료제’ 시장 선점으로 점차 눈을 돌리고 있다.
● GLP-1 그림자가 연 차세대 시장
GLP-1 기반 비만치료제 시장은 유례없는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비만·당뇨 치료제를 포함한 GLP-1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660억 달러(약 97조 원)에서 2030년 2790억 달러(약 411조 원) 이상으로 연평균 33.4% 커질 전망이다.
이런 열기 속에서 업계가 새롭게 마주한 숙제가 ‘근육 질(Quality)’ 관리다. 체중을 20% 이상 줄이는 과정에서 빠져나간 무게의 25∼40%가 근육 등 제지방(지방 제외 조직)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근감소증 치료 시장도 이미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지던 근감소증은 2016년 미국과 2021년 한국에서 질병코드가 부여되며 ‘조기 개입이 필요한 독립 질환’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GLP-1 약제의 보완재로 주목받으며 성장세는 한층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도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세계 근감소증 시장 규모는 2026년 37억4000만 달러(약 5조5100억 원)에서 2031년 49억7000만 달러(약 7조3220억 원)로 연평균 5.85%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 마이오스타틴 쟁탈전과 규제 장벽
GLP-1 시장이 팽창하면서 근감소증이 새 격전지로 떠오르자, 글로벌 빅파마들은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단백질 ‘마이오스타틴’과 ‘액티빈’을 차단하는 신약 개발에 조 단위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와 함께 GLP-1 시장을 양분하는 미국 일라이 릴리는 2023년 근육 분해 신호를 차단하는 항체 ‘비마그루맙’을 보유한 신약 개발사 버사니스 바이오를 약 19억 달러에 인수하며 ‘살은 빼고 근육은 지키는’ 비만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또 다른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도 자사 비만약에 근육 성장 억제 단백질을 막는 항체 ‘트레보그루맙’을 함께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아직 근감소증을 치료 대상으로 정식 허가받은 약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근력 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유일한 표준 치료법으로 꼽힌다. ‘허가 문턱’이 높은 것은 근육량이 늘어도 실제 신체 기능 향상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아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6분 보행검사’, ‘의자에서 일어서기’ 등 기능 향상 입증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고, 유럽·아시아 학계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이런 난관을 넘어서는 기업이 시장을 거머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규제 당국이 단순 근육량보다 보행 속도 등 실질적 신체 기능 지표를 엄격히 요구하고 있다”며 “임상 설계 단계부터 정교한 기능 평가 모델로 효능을 입증하는 기업이 차세대 바이오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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