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 존중돼야” 삼성 긴급조정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18일 09시 54분


“공공복리 위해 기본권 제한 가능…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아”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14/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14/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되어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는 노무 제공에 대해 정당한 노동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며 투자한 주주들은 기업이윤에 몫을 가진다”며 “한때 제헌헌법에 노동자의 기업이익 균점권이 규정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의 기업이익 균점권’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노동자도 균등하게 나누어 가질 권리’를 뜻한다.

이 대통령은 특히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양지만큼 음지가 있고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은 법이다”며 “과유불급 물극필반”이다 라고 했다. 과유불급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이고 물극필반은 ‘모든 것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대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힘 세다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행복한 것이 아니라, 연대하고 책임지며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다”라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비즈니스센터로 귀국하며 취재진 앞에서 총파업이 예고된 노사 현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며 머리를 숙이고 있다. 2026.05.16 서울=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비즈니스센터로 귀국하며 취재진 앞에서 총파업이 예고된 노사 현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며 머리를 숙이고 있다. 2026.05.16 서울=뉴시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 1분기(1~3월) 기준 한국 전체 수출의 23%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파업 시 최대 100조 원에 이르는 손실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단일 기업의 파업이 한국 경제와 국민 삶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재원 범위, 성과급의 제도화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고 상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또 이에 대한 제도화도 주장한다.

사측은 초과이익성과금(OPI)을 영업이익 10% 또는 경제적부가가치(EVA) 20% 기준으로 산정하면서도 상한을 연봉의 50%는 유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반도체 담당 DS 부문 영업이익 200조 원 달성 시 OPI외에 영업이익의 9~10%를 재원으로 하는 성과급을 전체 부문 60%, 사업부별로 40%로 배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이같은 사측 제안에 대해 ‘사후조정안 보다 후퇴했다’는 입장을 내며 사실상 거부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 예고 시점을 사흘 앞둔 이날 오전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진행된 2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한다. 이달 11~12일 1차 사후조정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섰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전면에 나서 노사 협상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이달 16일 서울 강남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면서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봅시다”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발언 도중 세 차례 고개 숙여 사과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5.13 ⓒ 뉴스1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5.13 ⓒ 뉴스1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보면 삼성전자 파업 결렬 시 정부는 긴급조정권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는 대국민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긴급조정권은 노조의 쟁의 행위가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하거나 국민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행사할 수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하면 노조는 30일간 파업을 중단하고 현업에 복귀해야 한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지금까지 단 4차례뿐이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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