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는 비용 50% 늘어 분노” 망가진 경제에 민심 ‘우향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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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총선 3년만에 정권교체]
獨총선 강경보수 AfD 2위 차지
수출 감소 등에 2년 연속 역성장
난민 범죄 증가도 표심 영향 미쳐

“장 보는 비용이 예전에 비해 50% 이상 늘어 정말 화가 납니다.”

독일 총선이 치러진 23일(현지 시간) 수도 베를린 도심에서 만난 주부 모니카 슐츠 씨는 “원래 좌파 성향 정당을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AfD가 고물가 등 경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총선에서 국경 통제 강화,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 논의, 기후변화 정책 반대 등 강경 보수 성향 정책을 내세운 AfD는 2013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전국 단위 선거에서 지지율 2위 정당에 올랐다. 공영방송 ARD는 이날 잠정 개표 결과 AfD가 20.8%로 2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far-right party)이 독일 총선에서 2위를 차지했다”고 전하며 이들이 지지율 1위를 기록한 기독민주당(CDU), 기독사회당(CSU) 주도의 연정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해도 정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AfD가 약진한 핵심 이유로는 망가진 경제가 꼽힌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제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0.3%, ―0.2%씩 성장했다. 2002, 2003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역성장한 것이다. 경제 위기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적극 투표에 나서며 이번 총선 투표율은 1990년 독일이 통일된 뒤 가장 높은 수치인 83.5%를 기록했다.

경제난의 원인으로는 수출 감소가 꼽힌다.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43%를 수출에 의존하는 독일은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등 통상전쟁 여파로 향후 수출 전망 또한 좋지 않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에너지값이 급등한 것도 독일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탈(脫)원자력 발전 기조를 고수해 온 독일은 신재생에너지를 중시하고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늘려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 비용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줄었고 에너지값이 치솟아 서민 경제에 큰 부담을 안겼다. 난민 범죄가 늘어난 점도 유권자의 우경화에 기여했다.

다만 AfD의 부상에 반감을 드러내는 시민도 적잖다. 23일 베를린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카트린 훈제 씨는 “민주주의 가치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AfD#독일 총선#경제#민심#우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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