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핵능력 보유”… 주한미군 영상통화선 “김정은 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2일 03시 00분


[트럼프 2기 개막]
해외주둔 부대중 주한미군과만 통화
“金 터프한 녀석… 나의 귀환 반길것”
핵군축 스몰딜 우려속 대화 신호… “현재 한국 상황은 어떠냐” 묻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일(현지 시간) 취임 행사로 열린 군 장병과의 무도회에서 주한미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 장병들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며 “나는 그와 매우 좋은 관계로 발전시켰지만 그는 터프한 녀석(cookie)”이라고 했다. 유튜브 캡처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핵 능력이 있다(he is a nuclear power). 그 역시 나의 귀환을 반길(happy)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거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취임 첫날부터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 친밀한 관계)’를 여러 번 과시하며 노골적으로 정상 대화 재개 신호를 보낸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가 완화돼야 가능한 북한 호텔 개발 등까지 거론한 만큼 1기 때 추진했던 비핵화 협상 대신 군축이나 북한 도발 중단을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는 ‘스몰딜’을 김 위원장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트럼프 “김정은, 엄청난 콘도 역량 보유”

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그가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 대통령 전용책상인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에 앉아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도중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1기 때) 당신에게 북한이 최대 안보 위협이라고 말했는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무엇을 최대 위협이라고 생각하는지 얘기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왜냐면 우리에게 닥친 위협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우리에겐 지금 위협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미국이 직면한 안보 위협이 많은 만큼 북핵 문제의 우선순위는 1기 때보다 뒤로 밀려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사람들은 (북한이) 엄청난 위협(tremendous threat)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핵 능력이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잘 지냈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국방 분야를 이끌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가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이라고 규정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 북한이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핵 능력 보유국은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핵보유국(nuclear state)는 달리 불법적 또는 암묵적으로 핵무기를 갖고 있는 국가들을 의미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역시 나의 귀환을 반길 것”이라며 “그(김정은)는 해안가에 엄청난 콘도 역량(condo capabilities)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설득하며 제재 완화를 통한 미국 투자로 강원도 원산에 대형 리조트를 건설할 수 있다는 제안을 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능력과 함께 ‘콘도 역량’을 거론한 것을 두고 제재완화를 대가로 북한과 핵동결이나 군축협상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보유의 의미를 모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비핵화가 비현실적이라는 워싱턴 분위기를 언급하면서 당장 그와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김 위원장을 끌어내려는 고도의 대북 압박 전략으로 보인다”고 했다.

● 주한미군과만 영상통화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부각한 것은 북-미 정상 대화를 재개할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 정권인수팀이 북-미 정상 관계 복원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김 위원장에게 직접 대화 재개 신호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군인들과 함께한 무도회에서도 해외 주둔 미군부대 중 유일하게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복무 중인 주한미군 장병들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첫마디로 “김정은은 잘 지내냐”며 “현재 한국 상황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어 “여러분은 매우 나쁜 의도(bad intentions)를 가진 누군가를 대하고 있다. 내가 비록 그와 매우 좋은 관계로 발전시켰지만 그(김 위원장)는 터프한 녀석(tough cookie)”이라고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향후 북-미 대화 양상을 예단할 순 없지만 중요한 건 트럼프가 김정은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취임#북한#김정은 위원장#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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