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3대 핵전력 총동원해 ‘핵전쟁 훈련’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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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SLBM-핵폭격기 미사일 쏴
푸틴, 영상으로 참관… 핵위기 고조

러 훈련 동원된 3대 핵전력 러시아 국방부가 2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핵폭격기 탑재 미사일 등 3대 핵전력을 총동원한 핵전쟁 훈련을 실시하며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군이 발사한 야르스 ICBM은 최대 사거리가 1만2000km에 이른다. 러시아 국방부 텔레그램 캡처
러 훈련 동원된 3대 핵전력 러시아 국방부가 2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핵폭격기 탑재 미사일 등 3대 핵전력을 총동원한 핵전쟁 훈련을 실시하며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군이 발사한 야르스 ICBM은 최대 사거리가 1만2000km에 이른다. 러시아 국방부 텔레그램 캡처
러시아가 26일(현지 시간) 핵 타격 훈련을 내세워 3대 핵전력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전략핵폭격기 탑재 미사일을 동시 다발적으로 발사했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핵 억지 훈련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핵 탑재 가능 미사일을 발사해 핵 위기를 극도로 고조시켰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영상으로 참관한 가운데 정례 핵 타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모스크바에서 800km 떨어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ICBM인 야르스를 발사했다. 북극해 바렌츠해에선 전략핵잠수함인 툴라에서 SLBM인 시네바를 발사했다. 러시아의 대표 전략폭격기인 Tu-95MS 2대도 출격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러시아의 핵 훈련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월 19일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핵훈련 푸틴 “충돌 가능성 높아”… 바이든 “전술핵 쓰면 심각한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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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훈련에 동원된 전략폭격기 ‘Tu-95MS’. 핵탄두를 장착한 순항미사일을 공중 발사할 수 있다. 러시아 국방부 텔레그램 캡처
이번 훈련에 동원된 전략폭격기 ‘Tu-95MS’. 핵탄두를 장착한 순항미사일을 공중 발사할 수 있다. 러시아 국방부 텔레그램 캡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핵폭격기 탑재 미사일 등 3대 핵전력을 총동원한 러시아의 이번 핵 타격 훈련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대비해 연례 핵 억지 연습을 진행하던 상황에서 실시됐다.

특히 26일 3대 핵전력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화상으로 지켜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와 이 지역에서 잠재적인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이 보도했다. 그동안 수차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내비친 푸틴 대통령이 본격적인 핵전쟁 준비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더티봄(dirty bomb·재래식 폭탄에 방사성물질을 결합한 무기)’ 사용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도 핵무기 사용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가짜 깃발’ 작전일 가능성이 있다고 서방은 보고 있다.
○ 러 국방장관 “핵 공격 위한 훈련 진행”
러시아는 육상과 해상, 공중에서 핵전쟁 훈련인 ‘그롬(Grom·우레)’을 진행해 미사일이 모두 목표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적의 핵 공격에 대응해 대규모 핵 공격을 가하기 위한 훈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영상으로 핵전쟁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텔레그램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영상으로 핵전쟁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텔레그램 캡처
러시아 국방부는 ICBM인 야르스, SLBM인 시네바뿐만 아니라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과 지르콘, 이스칸데르 전술 탄도·순항 미사일 등 발사 장면 영상을 공개했다. Tu-95 전략 폭격기, 미그-31 전투기, 카렐리아 잠수함 등의 모습도 함께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영상을 통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의 보고를 받으며 훈련을 참관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최근 집요하게 우크라이나의 ‘더티봄’ 사용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러시아가 더티봄을 투하해 놓고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몰아가려는 ‘가짜 깃발’ 작전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를 통해 핵무기 사용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파괴적 테러 행위를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세계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롬’은 러시아군이 매년 10월 실시해 온 정례 훈련이긴 하지만 나토의 핵 억지 연습인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에 맞불을 놓으며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공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핵 위기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해역에서 최근 의문의 수중 폭발까지 감지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대 지진학연구소는 지난주 발트해에 있는 러시아 해역에서 5건의 수중 폭발을 감지했다며 “지진 활동이 아니라 폭발에 의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발트해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SLBM인 시네바를 발사한 전략 핵잠수함 툴라. 러시아 국방부 텔레그램 캡처
SLBM인 시네바를 발사한 전략 핵잠수함 툴라. 러시아 국방부 텔레그램 캡처
○ 바이든 “러 핵무기 사용은 심각한 실수”
미국은 러시아의 핵전쟁 움직임에 대해 거듭 경고하고 나섰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러시아로부터 그롬 훈련 통보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받았다”면서 “연례적인 훈련이지만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재건 논의 착수를 촉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5일 EU 집행위와 주요 7개국(G7) 의장국인 독일이 공동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우크라이나 피해 규모가 3500억 유로(약 496조 원)에 달한다’는 세계은행의 추산을 언급하며 한국과 일본 등의 동참을 호소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관건은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마셜 플랜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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