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요새로 변했다”… 시민들, 대전차 방어벽 구축 항전 태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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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
키이우로 통하는 고속도로 곳곳… 모래주머니-콘크리트 블록 장애물
러 침공 이틀만에 4만명 자원입대… 입대 못한 사람들은 화염병 등 제조
CIA “푸틴, 현 상황에 분노-좌절”… 러軍, 새 경로로 키이우 접근 움직임

음식 배급받는 우크라 주민들 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임시 방공호에 대피한 주민들이 음식을 배급받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일부 도시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합의한 인도주의 통로를 통한 민간인 대피가 이뤄졌지만, 마리우폴 
주변에서는 포격이 계속됐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밝혔다. AP통신은 적십자 마크를 단 버스 30대가 물자와 의약품을 싣고 
마리우폴로 출발했다고 전했다. 마리우폴=AP 뉴시스
음식 배급받는 우크라 주민들 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임시 방공호에 대피한 주민들이 음식을 배급받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일부 도시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합의한 인도주의 통로를 통한 민간인 대피가 이뤄졌지만, 마리우폴 주변에서는 포격이 계속됐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밝혔다. AP통신은 적십자 마크를 단 버스 30대가 물자와 의약품을 싣고 마리우폴로 출발했다고 전했다. 마리우폴=AP 뉴시스
상점을 돌보거나 사무실에서 일했던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이제 고국을 사수하는 데 손을 보태고 있다. 수도 키이우로 통하는 고속도로에는 ‘고슴도치’라 불리는 대전차 방어벽과 모래주머니, 콘크리트 블록 장애물이 놓였다. 8일(현지 시간) 미국 CNN방송이 보도한 키이우의 모습이다.
○ “키이우는 요새가 됐다”
CNN에 따르면 키이우 시민들은 한마음으로 도시를 요새로 만들고 있다. 자발적으로 육군 수비대에 입대한 민간인들은 큰 코트와 트레이닝복을 입고 검문소를 지켰다. 4시간씩 교대로 보초를 서며 추위에 얼굴이 빨개진 시민 올렉시 곤차렌코 씨는 “추위 정도는 괜찮다. 주민들이 따뜻한 수프를 가져다준다”고 CNN에 말했다.

특히 러시아 침공 이틀 만에 우크라이나인 4만 명이 육군 방위대에 자원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이우에서만 1만8000명이 일상을 포기하고 무기를 들었다. 군에 입대하지 못한 사람들도 화염병과 위장 그물을 만들고 도로 위 표지판을 색칠해 러시아군에 혼란을 주는 등 도움을 보태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8일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도 시민들이 항전 준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크림반도를 통해 바다로 러시아군이 침공해 올 것을 우려해 해변에는 방어벽을 구축했고, 오페라극장 앞에도 대전차 장애물을 놓았다. 오데사 필하모닉 감독 갈리나 짓세르 씨는 “우리는 오데사를 히틀러에게도 내주지 않았다”며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체르노빌서 방사능 유출 가능성”
우크라이나 원자력발전소들을 운영하는 국영 에네르고아톰은 9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이 점령한 체르노빌 원전 시설에서 “방사성물질이 유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AFP통신은 체르노빌 원전 운영사 측이 “원전이 완전히 멈췄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체르노빌 원전에 대한 전력 연결이 중단된 이후 사용후 핵연료를 냉각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또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체르노빌 원전과 안전 감시 시스템을 통한 원격 데이터 통신이 끊어졌다면서도 “전력 손실로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체르노빌 원전 시설을 장악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8일(현지 시간) 하원 청문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초 이틀 만에 키이우를 점령할 계획이었다”며 “그는 현 상황에 분노하고 좌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전쟁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며 “그는 민간인 사상자를 신경 쓰지 않고 우크라이나군을 분쇄하기 위해 전념할 것이다. 추악한 전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번스 국장은 “우크라이나인들의 격렬한 저항에 직면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장악하고 키이우에 안정적인 친러시아 정권을 세우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스콧 베리어 미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키이우가 10∼14일 안에 절망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러시아군이 새로운 경로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동북부 체르니히우와 하르키우를 우회해 키이우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키이우 북부에 배치된 64km에 이르는 러시아군 행렬이 여전히 정체 상태인 가운데 추가 병력이 키이우 인근에 도착하면 키이우 포위를 위한 러시아군의 움직임이 강화될 것으로 미 국방부는 내다봤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키이우#요새#항전태세#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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