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최근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을 두고 여성들의 옷차림이 성폭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8일 더 힌두, 인디아 투데이 등에 따르면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 주말 TV 생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이 유혹에 저항할 의지력을 가진 게 아니므로 여성들은 유혹을 없애기 위해 옷을 얌전하게 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칸 총리는 이어 “베일은 남성들이 성폭행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여성들에게 베일 착용을 장려했다. 그러면서 “성폭력은 인도와 서구, 할리우드 영화 등 음란물이 증가한 결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칸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성폭력을 막기 위해 무슨 조치를 했느냐’는 시민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와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여성단체와 인권단체들은 칸 총리의 발언이 성폭행범을 옹호하고 성폭력 피해의 책임을 여성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파키스탄의 독립 인권위원회는 “성폭력이 어디서, 왜,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당혹스러울 만큼 무지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성명을 냈다. 칸 총리의 전 부인인 제미마 골드스미스도 트위터를 통해 “책임은 남성에게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앞서 지난해 9월 파키스탄에서는 남성 2명이 여성 운전자를 끌어내 자녀들 앞에서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현지 경찰 책임자가 “여성이 남성 보호자 없이 밤에 혼자 다녀 일어난 사고”라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는 매일 최소 11건의 성폭행 사례가 보고된다. 지난 6년 동안 2만2000건 이상의 성폭행 사건이 경찰에 접수됐지만 가해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건 77건에 불과해 전체 수치의 0.3%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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