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번 대선 캐치프레이즈는 ‘나라의 영혼을 위한 전투’(Battle for the soul of the nation)다. 이는 바이든 후보가 선거 기간 내내 연설 등을 통해 강조했던 말이고 선거 캠프 공식 홈페이지 상단에도 선명하게 박혀 있다. 올 8월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연설에도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4년 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사실상 그대로 이어받은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를 사용했다. 일방적인 외교노선과 자국의 혜택을 극대화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두 번째 임기에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뜻이었다.
바이든 후보의 ‘나라의 영혼을 위한 전투’ 구호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백인우월주의나 분열을 조장하는 리더십으로 전락했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다양성과 통합, 기회의 평등 등 미국의 기존 가치를 지키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지나치게 일방주의적이고 계산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노선이 미국의 품격과 가치를 손상시켰기에 이를 다시 되찾아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바이든 후보는 2017년 8월 시사잡지 ‘애틀랜틱’에 대한 기고문에서 이 문구를 처음 사용했다. 이 글에는 당시 버지니아주 샬럿츠빌에서 벌어진 극우단체의 폭력사태 때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를 옹호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가 적혀 있다. 그는 “이 사건을 통해 이제는 분명해졌다. 우리는 나라의 영혼을 위한 전투를 하고 있다”고 썼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도 민주당 대선 경선 기간에 거의 똑같은 문구를 자주 사용했다는 것이다. 해리스 후보는 2019년 4월 네바다주 유세에서 “우리나라의 영혼을 위해 전투를 벌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초 발간된 저서에서도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보고 미국의 영혼이 위태로운 상황임을 깨달았다며 “우리나라의 영혼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적었다. 대통령 후보와 러닝메이트가 같은 구호를 외쳐 왔기 때문에 자연스레 바이든 캠프의 슬로건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선거 전략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마이클 고든은 미 언론을 통해 “바이든과 해리스 후보 모두 이번 선거를 미국의 기본적 가치를 되찾기 위한 선거로 인식했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는 중도층과 진보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을 모두 설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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