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앙숙’ 이스라엘-UAE 손잡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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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견제위해 양국 첫 외교 정상화… 중재 역할한 트럼프, 재선 호재 만나
당초 서안지구 합병 중단 포함… 네타냐후 “합병 포기 아니다” 불씨

이스라엘 경제 수도에서 빛나는 UAE 국기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합의한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경제 중심지 텔아비브의 시청 건물 외벽 불빛이 UAE 국기 색깔인 빨강, 녹색, 흰색, 검은색으로 켜져 있다. 종교가 다른 두 나라는 ‘공통의 적’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텔아비브=AP 뉴시스
이스라엘 경제 수도에서 빛나는 UAE 국기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합의한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경제 중심지 텔아비브의 시청 건물 외벽 불빛이 UAE 국기 색깔인 빨강, 녹색, 흰색, 검은색으로 켜져 있다. 종교가 다른 두 나라는 ‘공통의 적’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텔아비브=AP 뉴시스
‘공통의 적’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앙숙’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최초로 외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11월 3일 대선을 8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지지율 열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번 협상을 중재하며 판세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 UAE와 ‘에이브러햄 협정’을 체결했다. 엄청난 돌파구이자 역사적 평화협정”이라고 밝혔다. 협정 이름은 기독교(미국), 유대교(이스라엘), 이슬람교(UAE)의 공통 조상 ‘아브라함’의 영어식 표현이다. 그는 “향후 3주 안에 양국 지도자를 백악관으로 초대해 합의서에 공식 서명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후 이집트, 요르단과 관계를 맺었지만 걸프만 이슬람 국가와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AE 역시 1971년 건국 후 최초로 이스라엘과 협력했다. 양국은 투자, 관광, 안보, 기술, 에너지 등 각 분야에서 협력하고 양국을 오가는 직항 비행기도 띄우기로 했다. 대사관도 곧 개설한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일 정도로 이란의 군사대국화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슬람 수니파 국가인 UAE 역시 ‘시아파 맹주’ 이란 견제가 절실했다. 특히 이란이 세계적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중동 허브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모두 보유한 UAE의 교역에 타격을 미칠 것이란 불안감이 컸다. 이번 협정으로 양측 모두 이란 견제라는 소기의 목적을 상당 부분 달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협상의 달인’을 자처했지만 지지부진한 북한 비핵화 협상, 미중 갈등 등으로 비판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를 에이브러햄 협정 대신 트럼프 협정으로 부르고 싶다”고 농담하며 외교 치적을 과시했다. 유대계인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이 합의를 위해 18개월간 매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더 많은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오만 등 친미 성향 걸프만 아랍국이 추가로 관계 정상화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합의에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의 영토분쟁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추가 합병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합병 계획이 아직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고 해 불씨를 남겼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및 무장정파 하마스, 이란 외교부와 혁명수비대는 “UAE가 팔레스타인이 아닌 전체 무슬림의 등에 칼을 꽂았다. 배신이자 반역”이라고 격렬히 반발했다.

뉴욕=유재동 jarrett@donga.com /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uae#도널드 트럼프#에이브러햄 협정#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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