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인도계 혼혈… 법률가 거쳐 정계 뛰어든 ‘여성 오바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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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美최초 非백인 女부통령 후보
고령의 바이든, 약점 보완하려 낙점
소수인종-여성-젊은층 공략 노려
트럼프 대북정책에 비판적 입장

민주당의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78)이 젊은 비(非)백인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56·캘리포니아)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것은 모두 백인 남성인 집권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4)-마이크 펜스 부통령(61)’과의 차별성을 극대화한 선택이다. 줄곧 인종차별 및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인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화합의 이미지를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11일(현지 시간) 트윗으로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발표해 영광”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해리스 의원은 ‘여자 오바마’로도 불린다. 흑백 혼혈인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사상 최초의 비백인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이었으며, 흑인과 아시안 혼혈인 그 역시 남녀 통틀어 최초의 비백인 부통령 후보다.

경제학자 아버지와 유방암 연구자 어머니를 둔 그는 1964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태어났다. 엘리트 부모를 뒀지만 비백인인 그 역시 ‘버싱(busing)’ 같은 인종차별을 피할 수 없었다. 학교 내에서 흑백 학생이 섞일 수 있도록 버스를 통해 양측 학생을 서로의 거주지로 오가게 만든 정책이다. 해리스는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주로 백인이 사는 부유한 동네의 초등학교로 등교를 했다. 그는 과거 바이든 후보가 버싱 논란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선 과정 내내 바이든 후보를 공격하며 “어릴 때 그 버스를 탔던 소녀가 있었다. 바로 나”라고 외쳤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그는 10대 시절 어머니 직장을 따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도 거주했다. 미국에 돌아온 후 수도 워싱턴의 흑인 명문 하워드대를 졸업했고,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대 로스쿨을 거쳐 법조인이 됐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검사로 활동했고 2011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에 올랐다. 2017년 상원의원으로 뽑혔다. 2014년 유대계 법조인인 남편과 결혼했으며 슬하에 자녀는 없다.

78세 고령인 바이든 후보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이런 까닭에 바이든이 당선되면 해리스 의원은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둘의 인연도 꽤 깊다. 주 법무장관 출신인 해리스 의원과 마찬가지로 2015년 뇌종양으로 숨진 바이든의 장남 보는 생전에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을 지냈다. 바이든은 11일 트윗으로 “해리스가 법무장관 시절 보와 긴밀히 일했다”고 회고했다. 이미 지난달 말 바이든 후보는 해리스 의원의 이름이 적힌 메모를 공개석상에 들고나와 이미 그가 부통령 후보로 내정됐다는 관측이 확산됐다.

해리스 의원은 반이민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정책에 사사건건 대립하며 ‘트럼프 저격수’ 면모를 선보였다. 지난해 말에는 “북핵 협상을 망쳤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경선 과정에서 해리스가 무례했는데도 바이든이 해리스를 골랐다”며 깎아내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해리스는 준비된 부통령”이라며 축하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 약력
△1964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출생
△워싱턴 하워드대 졸업,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대 로스쿨 졸업
△2004∼2010년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
△2011∼2016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2014년 변호사 더글러스 엠호프와 결혼
△2017년∼현재 연방 상원의원(캘리포니아)
△2019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
△2020년 8월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

뉴욕=유재동 jarrett@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카멀라 해리스#부통령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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