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압류뒤 매각 명령-집행… 배상 최소 2∼3년 걸릴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주식 가치 감정 등 첩첩산중… 日정부-기업 협조없인 쉽게 안끝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로부터 배상을 받으려면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본제철이 4일 법원의 주식 압류명령에 대해 즉시항고 절차를 밟겠다고 예고하며 ‘시간 끌기’ 전략을 본격화함에 따라 배상 절차가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배상이 이뤄지기까지는 두 가지 절차가 완료되어야 한다. 일본제철 주식을 압류한 뒤 매각명령을 집행해 이를 현금화해야 한다. 우선 일본제철이 법원의 압류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와 재항고 등의 이의 제기 절차를 모두 동원한다면 압류가 확정될 때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압류 결정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주식 매각은 별도로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압류 주식을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법원이 주식 매각명령을 하려면 채무자(일본제철) 심문과 주식 감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채무자 심문은 매각 절차에 의견이 있으면 알려 달라는 절차다. 현행법에 따라 해외에 있는 채무자에 대한 심문을 생략할 수는 있다.

하지만 주식의 가치를 감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현재 법원이 압류한 일본제철의 한국 자산은 ‘포스코-닛폰스틸 제철부산물재활용(RHF) 합작법인(PNR)’의 주식 8만1075주다. 이 주식의 가치를 평가해야 해당 가격에 매각할 수 있다. 현재 PNR는 법원이 선임한 감정인의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기업공시시스템에 있는 재무 정보나 외부감사법에 의한 감사 결과를 통해 감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PNR의 협조가 없으면 주식 감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법원의 매각명령이 나온 뒤에는 해당 명령문을 송달하는 문제가 남는다. 매각명령문을 일본 외무성을 통해 일본제철에 보내야 하는데 압류명령문의 송달 때처럼 일본 외무성이 중간에서 문건을 쥔 채 일본제철에 전달해주지 않으며 시간을 끌 수도 있다. 압류명령문이 공시송달을 통해 일본제철에 전달되기까지 1년 7개월가량이 소요된 만큼 매각명령문 송달에도 1년 넘게 걸릴 수 있다.

일본제철은 매각명령문을 받아본 뒤에도 항고, 재항고 등의 절차를 밟으며 또다시 시간을 끌 수 있다. 일본제철의 항고와 재항고가 모두 기각돼 대법원에서 매각명령이 확정되면 비로소 주식을 매각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나눠 줄 수 있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일련의 절차를 모두 거치려면 최소 2, 3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일본#강제징용#배상#일본제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