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행정부 인사들 “‘한일 갈등’ 한국 입장 이해하지만 관여는 어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6일 15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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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및 행정부 인사들이 25일(현지 시간) 워싱턴을 방문한 국회의원단을 만나 “한일 갈등에 관한 한국 입장을 이해하지만 관여하기는 어렵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단장으로 한 7명의 방미의원단은 이날 공화당 소속의 척 그래슬리 상원 금융위원장, 톰 코튼 상원 군사위원회 전략군소위원장, 테드 요호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회 간사 및 민주당 소속 브래드 셔먼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 등을 잇따라 만났다. 의원단은 이 자리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장경제와 자유무역 정신에 반하며, 미국 기업들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원들은 이들의 설명을 경청하고 공감을 표시했지만,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래슬리 위원장은 “한일 중 어느 일방을 편드는 일을 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자유무역을 신봉하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정 의원이 전했다.

정 의원은 코튼 상원의원 및 요호 하원의원과의 면담에 대해서도 “이들이 내용을 소상히 잘 파악하고 있었고 심정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렇지만 미국이 나서서 직접 관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심각성은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개입하는 데 적극성을 띠지 않았다”며 “요호 의원도 ‘합리적 결정은 아니었다’고 하면서도 개입해서 중재하려는 노력에 대해 굉장히 주저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이런 공통된 반응은 한일 양국이 스스로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며, 양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미국이 개입 혹은 관여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도 이날 오후 의원단과 만나 “한일 두 나라 모두가 맹방인 만큼 어느 한쪽에 기울어서 중재 역할을 하는 것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일 간 경제 갈등은 결국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미국 정부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뾰족한 대안을 만들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고 민주당 이수혁 의원이 전했다.

의원단과 별개로 워싱턴을 방문했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만나 일본 조치의 부당함을 알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로스 장관은 “(미국 당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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