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공항 탈출자 사연 ‘먹먹’…“하와이 결혼식 취소·첫 해외여행 무산”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9월 5일 16시 07분


간사이공항 탈출자 사연 ‘먹먹’…“하와이 결혼식 취소·첫 해외여행 좌절”/간사이공항을 버스로 탈출한 이용객들 모습. NHK 캡처.
간사이공항 탈출자 사연 ‘먹먹’…“하와이 결혼식 취소·첫 해외여행 좌절”/간사이공항을 버스로 탈출한 이용객들 모습. NHK 캡처.
외국에서 예정됐던 결혼식 취소, 첫 외국 여행 좌절, 베트남 사업 출장 취소….

일본 서부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든 제21호 태풍 제비가 몰고 온 해일에 침수되고 인근 도시와 유일하게 연결된 교량이 유조선과 충돌해 파손되면서 고립됐던 간사이공항 이용객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하나둘 전해지고 있다.

당국은 5일 오전부터 고속선을 이용해 간사이공항 고립 이용객들을 인근 고베공항 선착장으로 실어 날랐다. 또한 일부 파손된 교량의 안전상태를 확인한 후 오전 9시 무렵부터 버스 수송도 시작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탈출’에 성공한 이들은 피폐한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하루였다고 회상했다.

오전 6시50분경 고속선을 타고 고베공항 부두에 도착한 고베 대학 1학년 여학생(19)은 “첫 해외여행을 기대하고 있었는데…”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 했다. 그와 교수 등 11명은 전날 간사이공항을 통해 캐나다 밴쿠버로 2주간의 어학연수를 떠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정오 무렵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 때문에 바닷물이 제방을 넘어와 공항이 물에 잠겼다. 폭우와 강풍까지 겹쳐 배전 설비가 고장 나면서 공항 곳곳에 정전이 발생했다. 특히 제1터미널 건물은 조명이 꺼지고 대부분의 에어컨도 가동이 중단됐다. 화장실 물 공급도 끊겼다. 편의점에는 사람들이 몰려 밤에는 대부분 품목이 품절 사태를 맞았다. 공항 측이 제공한 생수 2통과 스킷 2봉지로 굶주림을 견뎌야 했다. 휴대 전화도 인터넷도 거의 연결되지 않아 가족에게 고립된 자신의 소식을 전할 방법도 없었다.

후쿠시마 현 다테 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남성(73)은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간사이공항에서 하와이로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4 일 오후 6시 반경 결항이 결정 돼 결혼식은 취소됐다. 24시간 만에 고속선으로 간사이공항을 빠져나온 남성은 “후쿠시마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라고 낙담했다.  

오사카에서 식품 판매 업체를 경영하는 남성(59)은 사업차 베트남에 출장을 갈 예정 이었으나 공항에서 휴대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상대방에게 상황을 알릴 수 없어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버스를 타고 오사카로 탈출한 남자는 지친 표정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전혀 서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용객 3000명과 직원 2000명 등 간사이공항에 고립돼 있던 5000명은 배와 버스로 속속 탈출하고 있다. 주 오사카 한국 총영사관에 따르면 이들 중에는 한국인 50여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국토교통성으로부터 사고 상황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총리관저 주도로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대책팀을 꾸려 간사이공항 운영 재개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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