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강정민]핵안보 모범국가 한국의 선택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0일 03시 00분


강정민 미국 천연자원보호협의회 연구위원
강정민 미국 천연자원보호협의회 연구위원
30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에는 세계 52개국 지도자 및 4개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해 핵물질 보안 및 핵테러 방지 강화를 위한 국제협력을 공고히 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올해 12월 개최되는 차기 회의의 의장직 수행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핵 안보에 적극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이러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적 노력에 늘 동참해온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다. 1970년 미국이 주한미군의 일부 철수 계획을 발표하고 박정희 정권은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박정희 정권은 핵물질인 플루토늄 생산과 추출, 혼합 핵연료 제조시설 도입을 위해 캐나다 프랑스 벨기에와 각각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의 비밀 프로그램을 파악한 미국이 한국의 핵 관련 계약을 무산시켰다. 이후 우리 정부에 의한 국가 차원의 핵무기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국내 일부 원자력 종사자들이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하지 않고 핵물질 실험을 한 사실이 2004년 8월 드러나 국제적 파문을 일으켰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연구원들에 의한 1982년 소량의 재처리 실험과 2000년 미량의 레이저우라늄농축 실험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원전 수출국으로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서 글로벌 리더의 지위를 확보했다. 그런데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일부 새누리당 지도부와 일부 언론이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핵무장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핵무장은 필연적으로 일본의 핵무장, 나아가 대만의 핵무장을 유발하고, 동북아시아의 핵무기 경쟁을 자극해 지역 내 핵전쟁 가능성의 문을 항상 열어놓게 만든다. 한국은 원자력 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그렇지만 그 신뢰를 잃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강정민 미국 천연자원보호협의회 연구위원
#핵안보#정상회의#미국#핵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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