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시선/조벽]아이의 창의력과 꿈, 자유학기제에서 찾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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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벽 동국대 석좌교수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
‘자유학기제 맘에쏙 학부모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부모님 얼굴에서 불안과 기대가 반반 느껴졌다. 불안감은 당연하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는 불안감이 느껴지는 법. 아이들의 꿈을 찾아준다는 취지는 환영할 수 있지만 소홀해질 공부를 학원에 의존해야 하지는 않을까 염려스러울 테다. 또한 이제 겨우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 놓았는데, 안 그래도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사춘기에 풀어준다니 걱정이 앞설 법하다.

그래서 자유학기제에 대한 학부모의 기대감은 의외였지만 반가웠다. 이유가 있다. 흔히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주입식 교육이라 하지만 자녀의 꿈마저 주입시키는 것을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주입된 꿈은 꿈이 아니라 악몽이다. 비록 남이 주입한 꿈을 이뤄서 남의 눈엔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정작 본인은 두고두고 악몽에 시달리며 불행하게 산다.

학생들은 사춘기에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고, 어떤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 고민하고 탐색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자유학기제로 인해 아이들이 꿈을 가슴에 품고, 남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자신의 주인이 되는 연습을 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 교육에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게 아닐까 기대가 되는 것이다.

단 한 학기 만에 꿈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으리라. 괜찮다. 필자 역시 초중고교 시절 꿈이 없었지만 그 대신 꿈같은 사춘기를 보냈다. 그 자유로움에서 장기전을 치를 힘을 비축하고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세상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희망이라는 비전을 얻게 되었다.

자유학기제로 아이들이 공부를 덜 하게 될 게 걱정되리라. 이 역시 괜찮다. 오히려 오늘날 아이들이 과거와 똑같은 식으로 공부한다면 정말 걱정이다.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하게 될 20년 후 세상의 모습은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다. 현재 직업의 80%는 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며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직업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변화무쌍하고 예측 불허함에 대응하는 유연성,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창의성,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갖추는 공부가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은 전통적 공부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특히 창의력은 요구하는 게 아니라 허락하는 것이다. 호기심, 모험심, 여유를 허락해야 한다. 그러니 토론, 실험, 프로젝트, 견학 등 학생주도형 체험적 수업을 강조하는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절실히 필요한 새로운 방식의 공부다. 즉 학생들이 공부를 덜 하는 게 아니라 다르게 하는 것이다.

자유학기제의 단점과 취약점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왕 시작한 것, 학부모와 교사와 정책자들이 함께 자유학기제의 장점과 강점이 최대로 발현될 수 있게 만드는 데 힘을 합치면 좋겠다. 그래서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 모두가 희망과 행복을 느끼는 교육이 시작되길 바란다.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
#자유학기제#자유학기제 맘에쏙 학부모 토크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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