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경기회복 약발 미미”

  • 입력 2008년 6월 10일 03시 00분


뉴스위크 “고유가 등으로 美경기침체 길어질수도”

“미국이 겪고 있는 경기침체가 쉽게 끝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 될 수 있다.”

하반기 들어 미국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일부의 낙관론과는 달리 미국의 경기침체는 8개월 동안 지속됐던 2001년의 경기침체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이 잡지는 이런 전망의 근거로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에서 비롯된 미국 사회의 신용 위기와 석유 식량 철강 등 국제 상품가격의 폭등을 들었다. 특히 석유 식량 등의 거침없는 가격 인플레이션이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를 크게 떨어뜨리면서 미국 경제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소비심리를 계속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위크는 미국 정부가 2001년 경기침체 때 내놓았던 연방기금 금리 인하와 세금 환급 정책을 이번에 다시 내놓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1년의 경우 대폭적인 금리 인하가 주택시장 부양과 소비 증가로 이어졌지만 지금은 주택시장 폭락과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맞물려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과거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늘려 자동차도 사고 휴가도 즐기던 사람들이 이젠 주택가격 폭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으로 기존 대출금마저 갚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주택 자산 규모는 2조5000억 달러(약 2550조 원)나 줄었다.

게다가 연방은행 자금을 빌려 소비자들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던 은행들도 스스로의 금융 손실을 메우는 데 연방은행 자금을 쓰기 시작하면서 미국 경제의 자금유동성도 크게 나빠졌다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뉴스위크는 석유와 곡물 가격 등이 크게 오르면서 미국 정부의 금리 인하 효과도 9∼12개월 뒤에나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경제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소비를 하기보다는 차에 기름을 채우고 먹을 것을 사는 데 생활비를 다 써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잡지는 나아가 세계 경제의 지도가 바뀌면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미국의 위상도 크게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의 침체 여부와 상관없이 아시아 중동의 신흥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석유 소비를 줄이고 있는데도 국제 유가가 연일 폭등하는 최근 상황은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뉴스위크는 미국이 이제 더는 세계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수 없게 됐다는 현실 인식이 다시 미국의 불안감과 신뢰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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