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리크게이트 밀러기자 싸고 “혼란스럽다” 장문의 기사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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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의 투사인가, 아니면 권력의 언론플레이에 이용당한 기자인가.’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신분 누설 사건과 관련한 이른바 리크게이트에서 취재원 공개를 거부해 구속됐던 뉴욕타임스 주디스 밀러(사진) 기자. 그가 약 3개월 만에 풀려난 뒤 뉴욕타임스는 16일 장문의 기사를 실어 “뉴욕타임스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가 곤혹스러워 하는 이유는 이번 보도가 워터게이트 사건처럼 정의를 파헤치기 위한 전형적인 ‘익명의 제보자’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정보를 가진 측에서 밀러 기자에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를 흘린 사건이기 때문.

실제로 밀러 기자가 교도소에서 풀려난 뒤 뉴욕타임스 편집국에 들러 언론자유의 승리를 주장하는 내용의 연설을 했을 때 편집국 동료들이 박수를 치기는 했지만 ‘우렁찬 박수 소리는 아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밀러 기자는 이라크전 발발 전에 조지 W 부시 행정부 고위 인사들에게서 취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특종’(?)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이후 이라크전 발발 전 보도했던 자사 기사 일부가 잘못됐음을 반성하는 편집자 명의의 글을 실었고 이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언급된 기사 6개 중 5개는 밀러 기자가 썼거나 혹은 다른 기자와 공동으로 작성한 기사로 확인되기도 했다는 것.

이 같은 전력 때문에 밀러 기자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 정당화에 이용된 기사를 작성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밀러 기자는 2003년 7월 빌 켈러 신임 편집인 부임 이후 더는 이라크에 대한 기사를 쓰지 말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지만 유사한 주제에 대한 취재를 계속했다는 것.

뉴욕타임스는 밀러 기자에 대해 “지적이고 똑똑한 기자이기는 하지만 편집국에서 불화를 일으키는 존재”로 묘사하면서 “몇몇 동료는 밀러 기자와 함께 일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는 그동안 밀러 기자를 지지하는 사설을 15차례 이상 게재했고 사주인 아서 설즈버거 2세 회장도 그를 적극 변호했다. 이는 신문사로서 취재원 보호라는 큰 원칙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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