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법 “예규로 내란재판부 설치”… 이제 논란 끝내야 한다

  • 동아일보

조희대 대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5.12.09. 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5.12.09. 뉴시스
대법원이 내란죄와 외환죄, 군형법상 반란죄를 집중 심리할 전담재판부를 설치한다는 예규를 신설하기로 했다. 사건 배당은 무작위로 하되 배당을 받은 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지정하고 다른 업무는 맡기지 않음으로써 신속한 재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예규가 제정되면 현재 진행 중인 내란·외환 재판의 항소심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지속성과 안정성, 대표성이라는 측면에서 대법원 예규보다 입법으로 정리하는 게 타당하다”며 예정대로 법안을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법원 방식은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임의성 원칙을 잘 지킬 수 있게 했다”며 민주당에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본회의 상정을 예고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핵심 내용은 전국법관회의 등 법원 내부 인사들로 구성한 추천위원회가 내란재판부 담당 판사를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임명한다는 것이다. 기존 안에서 법무부와 헌법재판소가 재판부 추천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수정안 역시 공정한 재판의 핵심인 ‘무작위 배당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위헌 시비가 벌어질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의 절차대로 무작위 배정을 통해 내란재판부를 정하는 대법원의 방식은 이에 비하면 논란의 소지가 훨씬 적을 것이다.

내란재판부 논란의 단초는 사법부가 제공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은 기소한 지 11개월이 지나도록 1심 선고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과거 전두환·노태우 군사 반란 사건 1심 판결이 169일 만에 이뤄진 것과 대비된다. 또한 재판부는 과거 전례가 한 번도 없는 방식을 적용해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면서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

이런 이유로 여당에서는 “침대 재판을 하고 있다” “사법부를 못 믿겠다”는 등 비판이 나온다. 사법부가 이런 지적에 선제적으로 대책을 내놨다면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해도 대법원이 이번에 제시한 방안은 신속하고 공정한 내란 재판 진행이라는 여당의 법안 취지를 큰 틀에서 수용한 만큼, 여당은 사법부 안을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란재판부 논란은 이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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