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자선재단 “공교육 ‘확’ 뜯어 고치겠다”

  • 입력 2005년 8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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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만들고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일보다 훨씬 힘들다. 그러나 교육 개혁 없이는 미국에 미래는 없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19일 시애틀에서 열린 전미(全美)주의회협의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미국 20여 개 주 도심학교들을 자립형 학교로 바꾸는 데 36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지난 5년 동안 교육개혁에 내놓은 돈만도 12억 달러.

게이츠 회장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인들이 위기에 처한 미국 공교육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데 막대한 자선기금을 내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마이클 델 델컴퓨터 회장이 운영하는 자선재단은 민간 교육연구기관과 손잡고 새로운 공립학교 교원평가 시스템을 개발하는 작업에 1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붓고 있다.

월마트 소유주인 월턴 가(家)는 지난해 대안학교 설립과 지원에 4500만 달러를 내놓았다. 5년 전 교육 기부금이 400만 달러였던 것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1980년대 뉴욕 월가를 주름잡았던 금융인 마이클 밀켄은 자신이 운영하는 자선재단을 통해 도심지역 초중고교에 자원하는 교사들에게 특별 인센티브를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심학교 교사의 질 향상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미국 기업가들이 공교육 개혁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은 날로 떨어지는 미국의 교육수준 때문. 올해 초 전미교육자협의회(NEA) 조사에 따르면 미국 초중고교 학생들의 과학능력은 중국 인도 학생들과 비교해서 10∼15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 5∼7점 격차에서 더욱 벌어진 것이다.

과거 대학 기부금에 주력했던 기업가들이 초중고교로 자선 대상을 바꾸면서 기부금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98년 대학 기부금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던 초중고교 기부금은 2003년 대학 기부금을 넘어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업가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이용해 공교육 제도를 좌지우지한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의 자선이 학생이나 학교에 대한 개별적인 지원보다는 새로운 교육방식을 도입하고 교원 평가·보상 시스템을 바꾸는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더 치우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기업인들이 변화에 둔감한 교육제도 개혁에 앞장서는 것을 대체로 지지하고 있지만 개혁의 방향이 전반적인 인성교육보다는 ‘친기업적’ 교육 커리큘럼 채택과 교사 양성으로 흐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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