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中 군비증강… 亞太 위협”

  • 입력 2005년 6월 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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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이후 어느 때보다 좋은 사이를 유지해 오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다시 긴장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이다.

특히 미국은 최근 무역 마찰로 인한 ‘중국 때리기’에 이어 지난 10여 년간 계속돼 온 중국의 두 자릿수 군비 증강까지 들어 압력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 위협론’ 공개 설전=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중국의 군비 증강을 거론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균형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력한 어조로 경고했다. 그는 곧 공개될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평가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국방예산은 세계 3위이며, 아시아에서 1위”라고 강조했다.

이 주장은 곧바로 중국의 반발을 샀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은 “미국은 중국보다 훨씬 많은 국방예산을 쓰고 있다”며 “당신은 중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전혀 위협받지 않고 있으며, 미국은 진정 중국이 위협이라고 보느냐”고 반격했다.

일본과 싱가포르도 논쟁에 가세했다. 오노 요시노리(大野功統) 일본 방위청 장관은 중국에 구체적인 군사비 지출 내용 공개를 촉구한 반면,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중국의 ‘평화적 발전(화평굴기·和平굴起)’ 정책을 평가하며 “중국 봉쇄정책은 근시안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전략적 라이벌’?=미국이 중국의 군사대국 부상을 경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과 대만 간 양안(兩岸) 문제 때문.

대만의 안보를 공약해 온 미국으로선 중국이 러시아 첨단무기를 대량 수입하고 최근엔 유럽이 중국에 대한 무기 수출금지 조치를 해제한 데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에 대한 실망감도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야말로 북한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생각해 온 미국 매파 진영에선 최근 중국의 미온적인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럼즈펠트 장관은 북한에 대해서도 “일부 엘리트를 제외한 주민들에겐 ‘살아 있는 지옥’”이라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미 국방부 보고서에 중국이 ‘전략적 라이벌’로 부상할 가능성을 경고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1년 취임 당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으나 중국의 대테러전쟁 협력 이후 이 용어 사용을 자제해 왔다. ‘라이벌’은 ‘경쟁자’보다 한층 강력한 표현으로 최근 미국 정책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사력 평가 기준 논란=중국 국방예산이 ‘세계 3위, 아시아 1위’라는 미국의 주장은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난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집계한 2003년 각국의 국방예산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에 이은 세계 5대 국방예산 사용국이나, 이를 구매력 평가(PPP)로 환산하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어떤 기준을 따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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