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 되살아난다…푸틴 집권후 정국안정

  • 입력 2003년 10월 12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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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정변과 전쟁, 조직범죄 등으로 시들어갔던 러시아경제에 생기가 돌고 있다. 1998년 8월 국가부도(채무 불이행·디폴트)를 선언한 지 5년여 만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달 8일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Baa3로 두 단계나 올렸다. 무디스가 러시아를 투자적격 등급으로 올린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이에 따라 옛 소련 붕괴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는 ‘투자적격’ 등급으로 올라섰다.

▽‘바이(Buy) 러시아’=러시아 경제의 부활은 러시아 시장을 기웃거리는 외국투자자들이 늘어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인 AT 커니가 최근 전 세계 150여명의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투자매력도’를 조사한 결과 러시아는 8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보다도 앞섰다.

올 들어 해외에서 들어온 직접투자(FDI) 규모는 78억달러.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지난해까지 13년간 유입된 액수와 비슷하다.

러시아 주식시장의 하루 거래규모는 1998년 위기 직후 50만달러 수준으로 추락했으나 최근에는 하루 1억달러어치의 주식이 거래된다. 대표지수인 RTS주가는 올해 초보다 약 67%나 올랐지만 증시전문가들은 “아직도 저평가 상태”라고 분석한다.

외국기업과의 ‘짝짓기’도 늘어났다. 올해 초 러시아의 알루미늄 업체인 수알은 영국의 플레밍 패밀리에 지분 23%를 매각하고 외국인 경영자를 들여오기로 합의했다. 또 다국적 석유회사 BP가 러시아 석유그룹의 하나인 TNK와 160억달러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등급 상향 조정으로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바이 러시아’ 붐은 더욱 거세질 전망.

▽뻗어가는 성장세=세계 경제가 침체에 허덕이는 와중에서 러시아 경제는 98년 위기 이후 연 5∼10%의 경제 성장세를 보였다. 재정 역시 96년 8.6%의 적자에서 지난해에는 1.8% 흑자로 돌아섰다. 무디스는 올 연말까지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 수준인 650억달러로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기업들의 해외진출도 늘고 있다.석유업체 루크오일은 런던 증시에 상장했다. 음료회사 윔빌단은 뉴욕증시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호재가 겹쳤다=러시아 경제의 ‘봄’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정치안정에 힘입은 바 크다. 2001년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외교적으로 서방세계와 우호관계를 맺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체첸 등 오랜 분쟁을 거의 종식시켰다. 조세감면 등으로 기업들의 투자의욕도 되살렸다.

여기에 러시아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원유의 국제가격이 급등했다. 국가부도 이후 루블화의 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지는 바람에 수출경쟁력이 대거 회복됐다.

∇걸림돌도 있다=그러나 원유 의존도가 높은 점이 향후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증시가 소수의 거대 에너지 기업에 좌우되는데 이들의 주가는 국제원자재 가격의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미흡한 금융 시스템도 성장의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어 자칫 정치적인 불안정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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