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새 이라크 제재완화안 유엔제출

  • 입력 2001년 5월 23일 18시 27분


세르게이 라프로브 러시아대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프로브 러시아
대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명 ‘스마트(smart) 제재’로 불리는 미국과 영국의 새 이라크 제재 결의안이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됐다.

또 러시아는 이 결의안과는 별도로 이날 유엔이 이라크에 대해 시행중인 ‘식량 수입을 위한 석유 수출 허가 프로그램’을 6개월 연장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영국이 미국의 지원을 얻어 마련한 새 결의안은 식량 의약품 등 생활필수품의 이라크 유입은 확대하되 고성능 컴퓨터와 통신장비를 포함한 군사 관련 금수는 강화하는 내용.

사담 후세인 정권의 전쟁 능력은 철저히 봉쇄하는 대신 인도적인 차원에서 경제제재로 인한 이라크 국민의 고통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으로 부분적인 제재 완화책으로 볼 수 있다.

이 결의안은 그동안 금지하던 여행객과 화물 항공기의 이라크 왕래를 공식 인정하고 이라크가 석유 수출 대금의 일부를 유엔기관에 대한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또 석유수출 대금에 대해서는 유엔이 계속 통제하고 무기 금수조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며 불법적인 석유수출을 철저히 단속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걸프전을 주도했던 미국과 영국이 이같은 새 제재 결의안을 낸 것은 11년동안 계속돼 온 이라크에 대한 경제 제재가 실패했음을 간접 시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는 이라크 민중의 봉기를 유도해 후세인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하려는 의도에서 실시된 것.

그러나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이라크 국민의 고통만 가중시켰다는 비난을 사왔다.

후세인 대통령은 여전히 강력한 통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라크 군부도 막강한 위력을 잃지 않았다. 후세인 정권은 유엔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인근 국가에 석유를 공공연히 팔고 경제제재에 반대하는 중국 등 일부 국가로부터 군사 관련 기술 지원도 받아 왔다.

국제 원유가격이 오르면서 이라크의 석유 산업을 묶어 놓은 경제 제재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졌다. 이에 따라 유엔은 96년 석유수출 금지 조치를 완화해 ‘식량 수입을 위한 석유 수출’을 허용했다.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러시아는 지난해 4월 이라크로부터 석유를 밀반출하던 자국 유조선이 미 해군에 억류된 사건을 계기로 제재조치를 무력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다.

러시아가 이번에 별도의 결의안을 낸 것도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면서 역사적으로 유지해온 중동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가을 러시아를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이집트 등 일부 국가의 항공기들이 비행금지조치를 무시하고 이라크 영내로 들어감으로써 유엔의 제재조치가 무력화되기도 했다.

미국과 영국의 새 결의안이 통과될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이라크를 지지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국인 이라크 역시 기존의 모든 제재 조치를 해제할 것을 요구하며 미국과 영국의 이번 결의안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은 21일 국영 TV에 출연해 “이번 결의안은 이라크에 대한 금수조치가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언서”라고 주장했다.

이웃한 요르단과 시리아, 터키 등이 영국과 미국의 새 정책에 협력할 경우 석유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도 놓았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이라크와 군수물자 거래를 중단하는 인접국가에 대해서는 재정 지원을 추진하겠다며 새 결의안에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으나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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