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모리 新시대]오부치 정책 승계 주력…경제회생 관건

  • 입력 2000년 4월 5일 20시 18분


모리 요시로(森喜朗)신임 일본총리는 지난해 발간한 의정보고서에서 “나는 투쟁가도, 강경파도 아니다. 조정역이 어울린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 5일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뒤 인사말을 통해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총재가 추진했던 정책을 착실히 실행에 옮기는 것이며 그 중에서도 경제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의 이같은 발언으로 볼 때 일본의 내정은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당이 연립에서 탈퇴했지만 신당 보수당이 새로 참가함으로써 집권 여당은 중 참 양원에서 여전히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의회 세력분포는 모리 내각을 안정시켜 급격한 정국 변화를 불러오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또 모리 총리가 새 정책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발등의 불’이 많은 것도 정국의 안정과 단합을 꾀하도록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 각료를 유임시킨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우선 ‘경제회생 내각’을 표방하며 출범했던 오부치 정권을 당 간사장으로서 지원했던 모리 총리로서는 눈에 보이는 수확을 거둬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불황의 터널이 너무 긴데다 경기회복을 위해 집중투자를 하는 바람에 나라빚은 645조엔까지 불어났다. 6월 발표될 1999 회계연도 경제성장률이 오부치 전총리가 약속했던 0.6%에 이르지 못할 경우 국민의 실망은 커지고 야당의 공격은 심해질 것이다.

7월 오키나와(沖繩)에서 열리는 G8정상회담은 ‘외교 문외한’인 모리 총리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오부치 전총리가 쓰러진 뒤 사흘이 안돼 후임총리를 선출한 가장 큰 이유는 G8정상회담에 있었다. 일본이 의장국이기 때문이다.

북-일국교정상화교섭, 러시아와의 북방4개영토 및 평화협정체결문제, 미국과의 오키나와 군기지 반환 및 주일미군 경비분담 문제 등도 외교현안이다. 문부상을 지낸 그는 교육개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연립파트너인 공명당과의 관계설정은 난제다. 모리 총리는 원래 연립지지파여서 공명당으로부터도 환영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공명당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자민당의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공명당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오부치 총리가 만들었던 각종 자문위원회나 조직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도 문제다. 오부치 총리는 경제회생위원회 교육개혁국민회의 21세기간담회 등 각종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중장기정책에 대한 의견들을 수렴해 왔다. 이미 나카보 고헤이(中坊公平)변호사가 내각특별고문직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모리 총리와는 인간적 관계가 없다는 이유였다.

모리 총리는 정권의 ‘오너’가 아니라 ‘대리인’이라는 약점도 갖고 있다. 자민당 최대파벌인 오부치파가 자체적으로 총리후보를 낼 수 없게 되자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모리 총리다. 이 때문에 수렴청정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오부치파를 완전 장악할 수 있는 인물이 사라졌다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만약 오부치파가 흔들릴 경우 이는 곧 정권이 흔들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리 총리는 당 쪽은 노나카 히로무(野中廣武)간사장, 내각통괄은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관방장관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국은 모리 총리가 언제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하느냐에 따라 또다시 격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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