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 전쟁」 뇌물공여방지협약 34개國 서명

입력 1998-11-08 19:23수정 2009-09-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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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스(蔣介石)전대만총통은 재임시 큰 며느리에게 보석함에 권총을 함께 넣어준 적이 있다. 부패와 손잡으려면 자결하라는 ‘무언의 경고’였다.

‘부패와의 전쟁’이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부패추방을 통한 투명사회 건설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힘을 얻어가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한 ‘뇌물공여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을 지난달 미국의회가 비준한 것은 이 운동의 세계적 확산을 가져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 협약은 OECD 29개 회원국 등 34개 서명국이 올해안으로 ‘해외 뇌물’도 처벌한다는 내용의 국내법을 마련토록 규정하고 있어 각국의 추가 조치가 주목된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패추방과 투명성 제고가 장기적인 국가생존의 길임을 절감한 동남아 각국도 부패방지법 마련과 부패방지기구의 설립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도 자금지원과 함께 “부패추방 및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가 투자자의 신뢰회복에 필수”라는 조언을 되풀이하고 있다.

가장 역동적으로 부패추방운동을 펼치고 있는 민간기구로는 국제투명성기구(TI)가 꼽힌다.

부패문제의 원천적 해결을 위한 제도개혁 및 정비노력은 개도국이나 후진국만의 몫이 아니다. 선진국들도 ‘보다 깨끗한 사회’를 향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은 3일 치러진 중간선거를 계기로 정치헌금법 개정논쟁이 재연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제안한 ‘선거자금 개혁법안’은 올 8월 하원에서 통과됐으나 지난달 상원에서는 일단 부결됐다.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가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은 이른바 ‘소프트 머니’. 이는 정당에 기부되는 포괄적 당 운영비로 기부금 한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용처를 확인할 투명한 절차 또한 없다.

미국의 정치평론가들은 △월트 디즈니사가 64만달러를 공화당에 기부한 뒤 디즈니사의 저작권 20년이 인정된 것 △담배회사들이 22만달러를 공화당에 기부한 뒤 금연관련법 제정이 무산됐던 것 등을 대표적인 소프트 머니의 폐해사례로 들고 있다.

반면 선거때마다 후보 개인에 제공되는 정치자금인 ‘하드 머니’는 재정보고서를 제출받아 선거자금의 출처와 용도를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낱낱이 공개하므로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한편 영국은 최근 97년 총선당시 토니 블레어총리의 선거공약대로 ‘공직생활 규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는 총리실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선거비용 상한제 △정당기부금 제한 등 1백개 개혁안을 제시했다. 정치헌금도 5천파운드(약 1천1백만원)이상인 경우는 반드시 명단을 공개토록 건의했다.

이같은 개혁안은 여야합의에 따라 내년초 입법화가 확실시되고 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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