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사건 유족 “배·보상 특별법 22대 국회에서는 꼭” 호소

  • 동아일보

거창사건희생자유족회 회원들이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를 방문해 배·보상 관련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1951년 2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 동안 양민이 국군에 의해 학살당한 거창사건 사망자와 유족에 대한 피해 배·보상 관련 법안은 16대 국회 이후 16건이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다. 거창군 제공
거창사건희생자유족회 회원들이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를 방문해 배·보상 관련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1951년 2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 동안 양민이 국군에 의해 학살당한 거창사건 사망자와 유족에 대한 피해 배·보상 관련 법안은 16대 국회 이후 16건이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다. 거창군 제공
“희생자가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특별법이 조속히 처리돼 배상받고 아픈 역사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고령인 유족이 해마다 국회를 방문하기 위해 새벽부터 상경하는 노력을 이번 국회는 꼭 좀 알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성열 거창사건희생자유족회장(72)은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여야 의원을 만나 ‘거창사건 배·보상 관련 특별법’ 통과를 호소하고 왔다며 18일 이렇게 말했다. 유족회는 이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 신성범 정보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민홍철·전현희 의원 등을 차례로 만났다.

거창사건은 국군에 의해 자행됐다. 6·25전쟁 때인 1951년 2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경남 거창군 신원면 일대에서 남한 내 산악지역으로 숨어든 인민군, 빨치산 잔존 세력을 토벌한다는 명분으로 육군 제11사단 9연대 3대대 병력이 14세 이하 어린이 385명을 포함한 양민 719명을 학살한 것이다. 당시 군인은 시신 위에 나뭇가지 등을 덮고 기름을 뿌린 뒤 불을 질러 태웠다. 이 때문에 유족은 희생된 가족의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다. 유족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거창사건은 1996년 1월 제정된 ‘거창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심의위원회의 사실조사를 거쳐 사망자 및 유족 결정이 이뤄졌다. 1998년 934명의 사망자와 1517명의 유족을 결정한 바 있고, 올해 4월 기준 343명만 생존해 있다.

특별조치법으로 추모공원 조성과 명예 회복 조치는 일부 진행됐지만 배·보상 규정이 빠져 반쪽짜리 입법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6대 국회 때인 2004년 배상금 지급 규정을 담은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당시 탄핵 정국 속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정 부담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무산됐다. 당시 정부가 거창사건 배상법이 선례가 되면 천문학적 규모의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국가배상 요구가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든 것이다. 이후 17대 국회부터 22대 국회까지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16대 국회부터 발의된 법안만 16건에 달한다.

22대 국회에도 관련법안 2건이 발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김해갑)은 이달 1일 ‘거창·산청·함양 사건관련자에 대한 배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유족에 대한 배상과 지원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15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하는 배상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이 법안에는 추 위원장과 거창이 고향인 지역구 출신의 국민의힘 신성범·김태호 의원 등 여야 의원 11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신 의원(산청·함양·거창·합천)이 9월 발의한 ‘보상법’안은 행안위에 계류돼 있다.

유족들은 이번 정부와 국회만큼은 꼭 억울하게 고통받는 유족들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유족회는 “국가권력이 무고한 양민을 집단 학살한 거창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로 7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해 유족들에게 한(恨)으로 남아있다”며 “이번 정부와 국회에서 적극 노력해 반드시 배·보상 특별법을 통과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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