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한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경위 설명을 요구한 검사장 18명을 평검사로 강등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항소 포기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을 집단 항명으로 규정하고 일반 공무원처럼 파면할 수 있도록 검사징계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정부도 검사장 인사 조치를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18명 가운데 선임자인 박재억 수원지검장은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검사장들의 이번 집단 성명을 부적절한 항명으로 볼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검찰청법은 상급자의 사건 지휘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검찰 상명하복 관행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2004년 열린우리당 주도로 법에 반영한 것이다. 노 전 권한대행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과정에 법무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취지로 변죽을 울리면서도 명확하게 해명한 적이 없다. 이에 항소 포기의 구체적 경위와 법리적 이유를 밝혀 달라고 한 것이 평검사로 강등시킬 만큼 무리한 이의 제기인지 의문이다. 검사장의 평검사 강등은 2007년 사건 청탁 의혹을 받았던 권태호 당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이 거의 유일한데, 이번 사안은 개인 비위와도 무관하다.
물론 검찰이 조직 이익에 부합할 때만 선택적 반발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무혐의 처리됐을 때나, 법원의 전례 없는 구속 기간 계산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됐음에도 검찰이 항고하지 않았을 땐 시종 침묵했던 것이 검찰이었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으니 이번에도, 앞으로도 그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더구나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인 남욱 피고인이 동결 재산을 풀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면서 검찰 수뇌부의 항소 포기에 대한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는 중이다.
이번 검사장 집단 성명에 동참하지 않은 검사장은 두 명이다. 모두 현 정부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이다. 결국 둘을 뺀 나머지 검사장들이 평검사로 강등된다면, 그 자체로 정권에 순응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항소 포기의 경위를 규명해야 할 시점에 무리한 인사 조치가 강행되면 불필요한 갈등과 정치적 공방만 키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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