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P2P 디스플레이’ 세계 첫 양산
운전석에 각종 주행정보 보여주고… 조수석은 동시에 영화-드라마 감상
“운전자는 조수석 영상 깜깜해 못봐”
독보적 기술로 日 ‘아필라’ 첫 탑재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마곡에 설치된 콘셉트카 모습. 대시보드 위로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가로지르는 필러투필러(P2P)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시야각 제어 기술이 적용돼 조수석 위 영상은 운전석에서 보이지 않는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디스플레이가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자동차 대시보드 위로 길게 펼쳐져 있다. 운전석 바로 앞 디스플레이에는 차량이 현재 시속 몇 km로 달리는지, 목적지까지 어떤 경로로 가야 되는지 등 주행 정보가 떴다. 반면 조수석에서는 최신 유튜브 영상이나 넷플릭스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었다. 디스플레이가 넓게 펼쳐져 시스템 제어 과정에서 화면을 전환할 필요가 없었다. 보통은 냉난방 공조 시스템을 켜거나 콘텐츠를 바꿀 때 내비게이션 화면을 꺼야 별도 조정이 가능했지만 화면이 넓어서 동시에 모두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나선 차량용 40인치 필러투필러(P2P) 디스플레이 기술을 7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체험해 봤다. 이 디스플레이는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며 자동차 ‘필러(기둥)’ 양 끝만큼 길이를 채워 P2P라 불린다. 40인치 P2P 디스플레이는 일본 소니-혼다 합작사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첫 전기차 세단 ‘아필라’에 탑재될 예정이다. 김병훈 LG디스플레이 오토제품개발담당(상무)은 “해당 디스플레이 기술로 양산에 이른 곳은 전 세계에서 우리뿐”이라며 “일본 완성차 업체 수주를 계기로 미국, 유럽 완성차 업체들로부터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의 40인치 P2P 디스플레이에는 운전석의 시야각 제어 기술이 적용됐다. 기자가 LG디스플레이에서 샘플로 만든 콘셉트카에 탑승해 체험해 본 결과 운전석에 앉아 있으면 우측 조수석에서 시청하고 있는 영상이 깜깜하게 가려져 볼 수 없었다. 운전석에서 일어나 조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면 영상이 뚜렷하게 보였다. 운전 중 주의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안전을 위해 시청각을 제한한 것이다.
시야각 제어 기술을 구현하려면 디스플레이 광원을 두 개 층으로 나눠 빛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가도록 설계해야 한다. 아래층 광원은 빛이 조수석으로만 직진하고, 위층은 운전석과 조수석 양쪽으로 다 퍼지는 방식이다. 운전 중에는 한쪽 광원만을 활용해 운전자가 볼 수 없게 하고 다 같이 콘텐츠를 즐기고 싶을 때는 두 층을 다 켜서 시청할 수 있다. 또 옆으로 길게 펼쳐진 하나의 디스플레이에서 구획을 나눠 특정 광원만 조절하는 것도 LG디스플레이가 내놓은 기술이다. 2023년 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후발 주자들이 따라오는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아필라 수주 과정에서 중국, 일본, 대만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유일하게 상업성을 인정받았다. 소니-혼다의 기존 디스플레이 협력사가 있었지만 양산 기술력에서 차이가 있어 LG디스플레이가 사업을 따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경쟁사가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해도 생산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우리와 큰 차이가 났다”며 “고객사가 기존 파트너 대신 한국의 신규 협력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던 이유”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앞으로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대형화 추세와 함께 시야각 제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국의 안전 규제 강화 추세 때문이다. 김 상무는 “한국을 비롯해 주요국에서 운전 중 TV 시청 제한을 법으로 강제했듯 P2P 디스플레이도 운전 중 시야각 제어가 필수 조건이 될 것”이라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을 때 1등 주자로서 주도권을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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