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 당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정부의 중재로 삼성전자 노사가 3월 27일 집중 교섭 결렬 이후 45일 만에 다시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됐다. 21일 총파업을 코앞에 두고 가까스로 ‘사후조정’이란 협상의 자리가 마련됐다. 하지만 여전히 성과급 재원 및 지급 방식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사후조정 수용… 11·12일 집중 교섭 진행
자료: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김도형 경기지방고용노동청장은 최근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의 최승호 위원장을 만나 사후조정 절차를 권유했고 노조는 내부 검토 끝에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사후조정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가 중지돼 노조가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이후라도, 노사 양측이 동의할 경우 중노위가 다시 중재에 나설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번 사후조정은 이달 11일과 12일 양일간 집중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노조 측에서는 최 위원장과 이송이 김재원 부위원장 등 3명이 참석하며, 사측 교섭위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앞서 삼성전자의 노조 공동교섭단은 2월 교섭 결렬을 선언한 뒤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으나, 3월 초 조정이 최종 중지된 바 있다. 이후 총파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3월 23일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교섭 재개를 제안했고, 같은 달 26∼27일 집중 교섭이 열렸지만 끝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후조정이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강제성은 없지만 중노위가 구체적인 수정안을 제시함으로써 노사 양측에 ‘퇴로’와 ‘명분’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 연세대 의료원 노사는 파업 28일 만에 2차 사후조정을 통해 합의에 성공한 바 있다. 아트라스콥코코리아 노사도 2022년 12월 임금협약 교섭에서 조정중지 결정 이후 사후조정을 신청했고, 이듬해 1월 사후조정 단계에서 제시된 조정안을 수락했다.
● ‘파업 리스크’ 해소할까… 쟁점은 여전히 팽팽
다만 성과급 규모와 지급 방식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가 워낙 커 난항이 예상된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사후조정 절차가 연장되거나 결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조 측은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 폐지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할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적자 사업부인 시스템LSI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에 대해서도 대규모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이달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사측은 흑자를 낸 메모리사업부에 한해 경쟁사와 동등한 수준인 ‘영업이익 10%’를 재원으로 삼고, 최고 성과 달성 시 특별포상을 통해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스템LSI나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에 대해서는 스마트폰·가전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등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대규모 성과급 지급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날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삼성전자가 노조 측 요구안을 수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 영업이익이 최대 12%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노사 양측의 간극이 크기 때문에 사후조정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 위원장은 이날 김 청장과의 면담 이후에도 “조합원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망설임 없이 총파업에 나서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노사가 이익 다툼에서 벗어나 대승적인 차원의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광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사후조정은 삼성전자 노사뿐만 아니라 투자자, 주주, 협력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라며 “지나치게 자신들만의 이익을 관철하기보다는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