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고 예방위한 중대재해법의 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처벌 수위가 강하고 책임 범위와 주체도 모호해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입법이 꼭 이뤄져야 합니다.”(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회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에서는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정부와 기업, 학계의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동아일보 창간 101주년을 맞이해 이날 ‘건설산업 안전과 중대재해 예방’을 주제로 마련한 이번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건설 사고를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이날 축사에서 “건설 현장에서 매일 한 명 이상의 근로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만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중대재해법 제정 취지에 맞게 제도가 운용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응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는 “건설사가 먼저 사고 방지를 위해 적극적,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속 송석준 의원은 “기업에 대한 고강도 처벌 규정만으로 중대재해 사고를 모두 막을 수 있다는 사고는 전형적인 규제 만능주의 사고”라고 지적했다.
산업계도 건설 안전 강화에 공감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술경영연구실 연구위원은 “국내 건설 산업이 규모에 비해 사고 사망자 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산업재해는 근로자와 시공자, 설계자, 발주자 모두가 유의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데도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에 지나치게 모호한 조항이 많다는 점도 집중 논의됐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용문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은 사업주 외에도 ‘경영책임자 등’의 개념을 새로 도입해 (사고 발생) 책임을 지웠는데, 누구를 가리키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영책임자 등이 준수해야 하는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점, 사망사고 발생 시 최소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하한형 규정도 문제로 꼽혔다.
건설업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식 대한건설협회 산업본부장은 토론에서 “건설업은 공사 기간이 길고 야외에서 작업이 진행되는 데다 건설사마다 근로자 1000명까지 투입되는 현장을 전국에서 수십 곳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며 “중대재해법은 사고가 나면 무조건 징역형 등의 처벌을 하도록 하고 있어 반드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향후 별도의 입법이나 하위법령 제정을 통해 건설기업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이상주 정책관은 기조강연에서 “처벌만으로 건설현장에 안전이 담보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참여 주체별로 안전 책임을 부과하고 의무를 확립해야 한다고 보고 건설안전특별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설계·감리자는 물론이고 근로자에 대해서도 안전 의무를 명확히 규정해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토론 진행자로 나선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얼마나 강한 처벌을 하느냐보다는 지켜야 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예측 가능한 행동 지침을 주느냐, 현실적으로 준수할 가능성이 있느냐가 정법(正法)과 악법(惡法)을 가르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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