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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가 글로벌 인공지능(AI) 유니콘 기업 ‘코히어’와 함께 1110억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갖춘 추론형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한국어와 영어 등 23개 언어를 지원하는 이번 LLM은 추론 등 핵심 성능에서 글로벌 상위 모델을 뛰어넘는 결과도 냈다. LG CNS는 이번 LLM 개발을 위해 코히어의 기업용 LLM인 ‘커맨드’ 모델에 그동안 LG CNS가 축적해 온 정보기술(IT) 전문성과 AI 기술력을 결합했다. 이번에 개발한 LLM은 온프레미스(On-premises·서버에 직접 설치해 운영) 방식으로 제공해 고객사들이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고 자체 인프라 안에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LG CNS에 따르면 이번 LLM은 한국어와 영어에서 우수한 추론 능력을 보였다. 양사가 자체 테스트한 결과 대표적인 추론 능력 검증 테스트인 ‘매쓰(Math)500’과 ‘미국초청수학시험(AIME) 2024’에서 한국어 및 영어 모두 GPT-4o, GPT4.1, 클로드 3.7 소넷 등 글로벌 LLM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번 LLM의 또 다른 장점은 모델 압축 기술을 이용해 두 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한 장당 80Gb 데이터 처리)만으로 구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파라미터 1000억 개 이상의 LLM에는 최소 네 장의 GPU가 필요하다. LG CNS 관계자는 “코히어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LLM의 성능을 고도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네이버가 이용약관 개정을 통해 비공개 처리 데이터를 인공지능(AI) 학습에 활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공지를 통해 이용약관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개정된 이용약관에는 “(사용자가) 삭제, 비공개 등의 조치를 함으로써 일반 공중의 접근 및 열람을 허용하지 않은 콘텐츠는 (중략) 그 조치 시점 이후에는 인공지능 분야 기술 등의 연구 개발 목적으로도 사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존에도 사용자가 비공개하거나 삭제조치한 콘텐츠는 AI 연구 개발에 활용하지 않았다”며 “이용 범위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는 차원에서 약관 일부를 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약관 개정은 그동안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한 사항을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자체 플랫폼에 올라온 UGC(사용자제작콘텐츠)를 AI 학습에 활용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포괄적인 동의를 구하는 것을 두고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하정우 당시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네이버 입장에서는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르게 볼 수 있어 내부적으로 (개정을)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해외에 머물고 있거나, 군 복무 중인 SK텔레콤 가입자는 14일 이후 서비스를 해지하더라도 추후 별도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위약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9일 SK텔레콤은 불가피한 사유로 14일 이전에 서비스를 해지하지 못한 고객도 별도로 위약금을 면제받을 수 있게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14일까지는 약정 기간 중 서비스를 해지하는 고객에게 위약금을 면제해 주겠다고 4일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불가피한 사유’는 △장기 입원 △군 복무 △해외 체류 △도서산간 지역(도서·벽지 교육 진흥법상 해당 지역) 거주 △형 집행자 등이다. 이 같은 사유로 14일 이전 계약을 해지하지 못한 고객은 사유가 해소된 이후 10일 이내에 해지하면 위약금 면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사유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 제출해야 한다. 각 사유에 해당되는 자료는 △입원 사실 확인서 △병적 증명서 또는 복무 확인서 △출입국 사실 증명서 △주민등록 관련 서류 △수용증명서 등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지 후 고객센터에 위약금 면제를 신청하고 증명 자료를 제출하면 된다”고 밝혔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SK텔레콤이 약정 기간 중 서비스를 해지하는 고객에게 위약금을 면제해 주겠다고 발표하면서 통신 3사 간 번호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7일 번호이동으로 SK텔레콤을 이탈한 가입자 수는 1만748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5월 3일(2만2404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 가운데 8336명은 KT로, 9152명은 LG유플러스로 이동했다. 다만 이 수치에는 개통 전산이 운영되지 않는 일요일(6일) 이동 건수도 포함됐다. SK텔레콤 이탈자는 올해 4월 유심 해킹 사태 발생 이후 빠르게 증가해 5월 1일 3만8716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가 진행되면서 차츰 이탈이 줄어 5월 5일부터는 하루 1만5000명 내외를 기록했고 지난달에는 1만 명을 밑도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위약금 면제 첫날인 이달 5일 1만660명의 이탈자가 발생하면서 다시 1만 명을 웃돌기 시작한 것이다. SK텔레콤의 가입자 순감 폭도 위약금 면제 첫날인 5일 3865명에서 7일 6675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통신 시장 전체에서 발생한 번호이동은 1만9323명에서 3만618명으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발표 이후 위약금 부담 의무가 사라지자 가입자들이 더 자유롭게 이동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기간인 14일까지는 통신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며 “SK텔레콤 가입자 감소가 많았던 5월 초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첫 3개월은 9만5000원 요금제, 그다음 3개월은 8만5000원 요금제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번호이동을 하면 갤럭시 S25가 무료예요.” 7일 오전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 방문해 “통신사 관계없이 제일 좋은 조건을 알려달라”고 요청하자 판매점 관계자는 특정 통신사로의 이동을 유도하며 이렇게 답했다. ‘월 약 3만 원어치의 부가서비스를 3개월 유지’하는 조건을 만족시키면 12만 원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안내도 이어졌다. SK텔레콤이 14일까지 약정 기간 중 서비스를 해지하는 고객에게 위약금을 면제해주겠다고 4일 밝히면서 통신 3사 간 고객 유치 경쟁이 불붙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가 위약금 면제를 계기로 SK텔레콤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면, SK텔레콤은 기존 고객 이탈을 막는 한편으로 새로운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나선 것이다. 22일 단말기 보조금을 제한하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폐지되는 데다 곧 삼성전자의 신작이 출시된다는 점도 ‘번호이동 대전’을 더 뜨겁게 만든 요인이다. ● 이통 3사, 뺏고 뺏기는 전쟁 시작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태를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이탈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KT는 자사 홈페이지에 ‘S사 위약금 면제 발표/안전하게 KT로 번호이동하세요’라는 배너를 내걸고 ‘5G 무제한·무약정 요금제 매월 2만5000포인트 페이백’이라며 홍보에 나섰다. LG유플러스도 ‘위약금 없는 번호이동 고객님! 쓰던 폰 그대로, 보안 걱정 없는 LG유플러스로 오세요’라는 안내문을 띄웠다. 일부 통신사에서 소비자 불안을 부추기는 ‘공포 마케팅’까지 출현했다. 한 통신사는 내부 직원 교육용 지침에 ‘S에서 1개월 요금 50% 할인을 내놨지만, 단돈 O만 원과 소중한 고객님 정보를 바꾸시겠습니까?’ 등의 안내 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고객 감사 패키지’를 통해 고객 이탈을 막고 번호이동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15일 0시 이전에 SK텔레콤에 가입하면 기존 가입자와 함께 신규 고객도 다음 달 통신요금 50% 할인과 연말까지 매달 데이터 50GB 추가 제공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SK텔레콤이 해지 고객의 재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내세운 멤버십 혜택 제공 부분은 논란이 되고 있다. SK텔레콤은 3년 내 재가입 시 기존 멤버십 등급을 유지해주겠다며 3년간 고객 정보 보관에 관한 동의를 받고 있다. 통신사들의 해지 고객 정보 보관 기간은 통상 6개월이다. ● 삼성전자 갤럭시 신작·단통법 폐지로 경쟁 고조 예상 업계에서는 통신 3사의 고객 유치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신작인 갤럭시 Z폴드7과 플립7 사전예약도 15일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통상 신규 단말기가 출시되면 번호이동 수요가 극대화된다. 게다가 22일 단통법이 폐지되면 통신사의 보조금 지원 상한이 사라져 이통사와 대리점들이 보조금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불법 보조금을 활용해 휴대전화를 값싸게 판매하는 일명 ‘휴대전화 성지’들은 단통법 폐지를 앞두고 벌써부터 잠재 번호이동 고객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나섰다. 한편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7일 방송통신위원회에 KT의 이용자 불안 조장 행위에 대해 조사해달라며 신고서를 제출했다. 소비자 불안을 부추기는 마케팅을 자제하도록 당국이 실태 점검 등을 통해 개입해달라는 취지다. 통신사 간 과열 경쟁으로 인한 신고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SK텔레콤에 대한 해커의 공격이 2021년부터 이뤄졌으며 SK텔레콤이 2022년 자체 조사로 침해 사실을 발견하고도 당국에 알리지 않아 사태를 키운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SK텔레콤 측 과실을 확인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이용자들에게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이후 계약을 해지한 가입자들에게 위약금을 면제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SK텔레콤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 최종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단은 이번 사고 책임은 SK텔레콤에 있고 이용자에게 안전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사업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서 위약금 면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조사단은 SK텔레콤의 △계정 정보 관리 부실 △과거 침해사고 대응 미흡 △중요 정보 암호화 조치 미흡 등 문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의 침해사고 신고 지연 및 미신고에 대해선 과태료를 부과하고, 자료보전 명령 위반에 대해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킹 사고가 발생한 4월 19일 0시 이후 해지한 고객과 7월 14일까지 해지 예정인 고객의 위약금을 모두 면제한다고 밝혔다. 또 모든 가입자에게 8월 통신비 반값 할인 등 보상을 제공하기로 했다.SKT “이달 14일까지 해지땐 위약금 면제… 8월 요금 50% 할인”“해킹 사고에 5000억 상당 보상” 밝혀민관합동조사단 “보안 조치 허술… 3년전 공격 발견하고도 안 알려”SKT “정보보호 강화에도 7000억”수조원대의 비용 부담 떠안아SK텔레콤은 평소 보안 조치를 허술하게 하고 당국에 고지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이번 해킹 사고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해커의 공격이 4년 전에 시작됐고 이듬해 이상 징후를 감지했지만 3년 동안 이를 당국에 알리지 않고 자체 대응하다 대규모 정보 유출로 이어진 것이다.SK텔레콤은 당국의 권고를 수용해 해킹 사고 발생 이후 번호이동을 한 고객의 위약금을 모두 환급해주기로 했다.● 해커 공격 4년 전 시작, SKT 3년간 당국 신고 안 해해킹 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은 이날 발표에서 SK텔레콤 서버 4만2605대에 대한 전수 조사 결과 서버 28대가 감염됐다고 밝혔다. 해커가 서버에 심은 악성코드는 BPF도어 계열 27종을 포함해 모두 33종으로 파악됐다. 해커는 올해 4월 가입자식별번호(IMSI) 2696만 건, 총 9.82GB(기가바이트)에 달하는 개인정보를 외부로 빼돌렸다. 이는 가입자 전원의 유심 정보에 해당하는 분량이다.조사단에 따르면 최초 악성코드 설치는 4년 전인 2021년 8월이었다. SK텔레콤은 이듬해인 2022년 2월 특정 서버에서 비정상적인 재부팅을 발견하고 악성코드에 감염된 서버를 발견해 조치했지만 이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진정으로 잘못했고 반성한다.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또한 SK텔레콤은 시스템 관리망 내 서버 계정 패스워드를 장기간 변경하지 않았다. 공격을 받은 서버에 다른 서버들을 관리할 수 있는 아이디, 비밀번호 등 계정 정보도 암호체가 아닌 평문으로 저장해 공격의 빌미를 줬다.정부가 사고 원인 분석을 위한 자료 보전을 명령했으나, SK텔레콤은 서버 2대를 포렌식 분석이 불가능한 상태로 임의 조치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같은 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정부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다만 조사단은 이번 사고에서 복제폰으로 인한 2차 피해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사고) 고의성이나 SK텔레콤의 범죄적 측면이 있었는지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SKT, “위약금 면제하고 전 가입자 요금 반값 할인”이날 SK텔레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이동통신사로 갈아탄 가입자들을 위한 위약금 면제 입장을 밝혔다. 침해사고 이후(4월 19일 0시 기준)부터 해지한 고객 및 7월 14일까지 해지 예정인 고객을 대상으로 위약금을 모두 면제한다는 것이다.위약금은 약정 기간 내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제공 받은 할인 혜택의 전부 혹은 일부를 반환하는 금액이다. 위약금 면제는 기납부한 위약금을 신청하면 환급하는 형태로 진행된다.추가 보상안도 발표했다. 7월 15일 기준 고객 및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을 포함한 약 2400만 명에게 △8월 통신 요금 50% 할인 △연말까지 매월 50GB 데이터 추가 제공 △멤버십 할인 대폭 확대 등 총 5000억 원 규모의 보상을 제공한다. 정보보호 수준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 7000억 원을 투자하는 방안도 발표했다.이 같은 후속 조치에 따라 SK텔레콤은 수조 원대의 비용 부담을 안게 됐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위약금 면제 시 3년간 최대 7조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SK텔레콤은 이날 해킹 사태에 따른 고객 보상과 가입자 이탈 등 시장 상황을 반영해 올해 매출액 전망을 17조8000억 원에서 17조 원으로 8000억 원 하향 조정했다고 공시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SK텔레콤에 대한 해커의 공격이 2021년부터 이뤄졌으며 SK텔레콤이 2022년 자체 조사로 침해 사실을 발견하고도 당국에 알리지 않아 사태를 키운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SK텔레콤 측 과실을 확인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이용자들에게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이후 계약을 해지한 가입자들에게 위약금을 면제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SK텔레콤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 최종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단은 이번 사고 책임은 SK텔레콤에 있고 이용자에게 안전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사업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서 위약금 면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조사단은 SK텔레콤의 △계정 정보 관리 부실 △과거 침해사고 대응 미흡 △중요 정보 암호화 조치 미흡 등 문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의 침해사고 신고 지연 및 미신고에 대해선 과태료를 부과하고, 자료보전 명령 위반에 대해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SK텔레콤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킹 사고가 발생한 4월 19일 0시 이후 해지한 고객과 7월 14일까지 해지 예정인 고객의 위약금을 모두 면제한다고 밝혔다. 또 모든 가입자에게 8월 통신비 반값 할인 등 보상을 제공하기로 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KT가 자체 개발한 한국형 인공지능(AI) 모델 ‘믿:음 2.0’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이번 정부의 ‘소버린(sovereign·주권) AI’ 추진에 힘을 실었다. SK텔레콤도 한국어 특화 거대언어모델(LLM)인 A.X(에이닷엑스) 4.0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3일 KT는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한국적 AI’라는 철학을 담아 믿:음 2.0을 새롭게 선보이고 오픈소스를 AI 개발자 플랫폼 허깅페이스를 통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KT가 한국어의 고유한 특성을 학습시켜 한국에 가장 잘 맞게끔 만든 AI 모델을 기업과 개인, 공공 등 누구나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다.이번 모델의 종류는 △믿:음 2.0 베이스(Base) △믿:음 2.0 미니(Mini) 등 크게 두 가지다. 전자는 115억 파라미터(매개변수), 후자는 23억 파라미터 규모로 구축해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KT에 따르면 믿:음 2.0의 학습에는 국내 교육용 도서와 문학 작품 등의 발간물부터 법률 및 특허 문서, 각종 사전까지 산업, 공공, 문화 영역에 걸친 방대한 한국 특화 데이터가 활용됐다. KT 관계자는 “저작권 이슈가 있는 데이터는 모두 제거하는 한편 국내외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AI 영향 평가 체계’를 적용해 윤리성과 신뢰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믿:음 모델은 KT와 고려대가 공동 개발한 한국어 AI 역량 평가 지표인 ‘코-소버린(Ko-Sovereign)’ 벤치마크에서 유사 규모의 국내 모델 및 글로벌 최고 수준의 오픈소스 모델을 능가하는 점수를 기록했다. 한국 관련 전문 지식의 이해도를 측정하는 벤치마크 ‘KMMLU’와 한국어 언어모델 평가 지표인 ‘해례(HAERAE)’에서도 국내외 주요 오픈소스 모델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한편 이날 SK텔레콤도 한국어 특화 LLM인 ‘A.X(에이닷엑스) 4.0’의 표준 모델(720억 파라미터)과 경량 모델(70억 파라미터)을 허깅페이스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고 밝혔다. 에이닷엑스 4.0은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오픈소스 모델인 ‘큐원(Qwen) 2.5’에 한국어 데이터를 추가로 학습시켜 구현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에이닷엑스 4.0은 자체 테스트 결과 같은 한국어 문장을 입력했을 때 GPT-4o보다 33%가량 높은 효율을 기록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모델은 기업 내부 서버에 직접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 ‘온프레미스(On-premises) 방식’으로 제공해 기업들이 데이터 보안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메타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인 ‘초지능’ 연구를 전담할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초지능은 인간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AGI)을 넘어서는 AI를 말한다. 1일 미국 경제매체 CNBC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사내 공지를 통해 ‘메타 초지능 연구소(Meta Superintelligence Labs·MSL)’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메타의 제품 및 페어(FAIR·Fundamental AI Research)팀, 차세대 모델 개발에 집중하는 새로운 연구소 등도 MSL에 포함된다. MSL을 이끌 인물은 AI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스케일AI’의 창업자이자 전 CEO인 알렉산드르 왕이다. 저커버그는 “나는 알렉산드르가 이 시대의 가장 인상적인 창업자라고 생각한다”며 “메타의 최고 AI 책임자로서 MSL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냇 프리드먼 전 깃허브 CEO도 왕 전 CEO와 협력해 MSL을 이끌며 AI 제품 및 응용 연구 분야를 담당하기로 했다. 저커버그는 사내 공지에서 “AI의 발전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초지능 개발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며 “이것이 인류를 위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믿고, 메타가 그 길을 선도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의 행보는 구글, 오픈AI 등 다른 거대 AI 기업에 비해 뒤처진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저커버그는 이날 AI 전문 인력 11명을 신규 채용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오픈AI 출신이고 앤스로픽과 구글 출신 등도 포함됐다. 이미 거액을 제시하며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메타는 지난달 초 스케일AI에 143억 달러(약 19조4000억 원)를 투자하며 왕 전 CEO를 영입하기도 했다. 퍼플렉시티AI와 런웨이AI 등 AI 기업과 인수 협상도 진행했다. AI를 활용해 음성을 복제하는 소규모 스타트업 플레이AI도 인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이날 메타가 초지능 연구소 설립을 공식화했다는 소식에 메타 주가는 52주 신고가인 747.9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전날보다 0.61% 상승한 738.09달러로 마감했다. 메타 주가는 올해 들어 약 26% 오른 상태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사이버 보안 패러다임이 향후 3년 안에 인공지능(AI)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일 IBM 기업가치연구소(IBV)는 ‘사이버시큐리티 2028’ 보고서를 통해 AI 기술이 사이버 보안 운영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향후 3년이 기업 보안 전략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17개국 1000여 명의 보안 및 기술 임원을 심층 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앞으로 3년간 AI 보조 기술이 50% 증가하고 생성형 AI 기반의 보안 기능 활용도는 63%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응답자의 64%는 향후 2년 안에 자사 정보기술(IT) 및 정보보호 조직 내 직원이 AI 에이전트를 일상 업무에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IBM은 보안 전환의 진척도를 △크롤(Crawl) △워크(Walk) △런(Run) 등 세 단계로 구분하고 현재 약 30%의 기업이 ‘런’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했다. 제일 고도화된 보안 역량을 갖추고 있는 상태로, 해당 단계에 있는 기업들은 AI를 통해 위협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스스로 대응 조치를 취하는 등 AI 기반의 자율 보안 운영 능력을 갖는다. 보고서는 “AI 중심 보안 체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보안 조직의 운영 모델을 전면 재설계하고, 기술 인프라와 인력 전략 간 유기적 통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메타가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인 ‘초지능’ 연구를 전담할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초지능은 인간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AGI)을 넘어서는 AI를 말한다. 1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사내 공지를 통해 ‘메타 초지능 연구소(Meta Superintelligence Labs·MSL)’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MSL은 AI 스타트업 ‘스케일AI’의 전 CEO인 알렉산더 왕이 최고 AI 책임자로서 이끈다. 또 냇 프리드먼 전 깃허브 CEO도 합류해 알렉산더 왕과 함께 MSL을 이끌면서 AI 제품 및 응용 연구 분야를 담당하기로 했다. 기존 메타 내 대규모 언어 모델(LLM) 및 AI 제품에 주력하는 팀과 FAIR(Fundamental AI Research)팀도 MSL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저커버그는 이날 오픈AI, 앤스로픽, 구글 출신의 연구원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포함해 11명을 신규 채용했다고 발표했다. 저커버그는 사내 공지에서 “AI의 발전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초지능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이것이 인류를 위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믿고, 메타가 그 길을 선도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날 메타의 초지능 연구소 설립이 공식화했다는 소식에 메타 주가는 이날 52주 신고가인 747.9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전날보다 0.61% 상승한 738.09달러로 마감했다. 메타 주가는 올해 들어 약 26% 오른 상태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네이버가 최상급 언어 능력을 갖춘 추론 모델 ‘하이퍼클로바X 씽크(THINK)’를 공개했다. 추론 모델은 생각하는 힘이 강화된 인공지능(AI)으로,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혼잣말하듯 길게 생각하며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 30일 네이버는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 씽크의 개발을 끝내고 모델의 세부 정보를 소개하는 기술 보고서(테크니컬 리포트)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모델은 추론 능력을 바탕으로 언어에 대한 이해 수준을 한층 높였다. 특히 한국어 성능 벤치마크인 ‘코발트(KoBALT)-700’을 기준으로 주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언어 능력을 측정한 결과, 유사 규모로 구축된 국내 추론 모델이나 글로벌 최고 수준의 오픈소스 모델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또 다른 한국어 성능 평가 지표인 ‘해례-벤치(HAERAE-Bench)’에서도 추론 모델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오픈소스 모델보다 점수가 높았다. 하이퍼클로바X 씽크는 언어뿐만 아니라 시각 정보를 바탕으로 추론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했다.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문제를 이미지 형식으로 입력했을 때 이를 인식하고 추론해 정답을 맞힌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추론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이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올해 2분기(4∼6월) 유심 해킹 사태를 겪은 SK텔레콤의 브랜드가치가 크게 떨어져 업계 2위로 밀려났다. 30일 브랜드가치 평가회사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올해 2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 따르면 SK텔레콤은 40위로 집계됐다. 11위였던 1분기(1∼3월) 대비 29계단 내려갔다. SK텔레콤의 브랜드가치 평가지수(BSTI)는 890.1점에서 850.1점으로 40점 떨어졌다. SK텔레콤의 브랜드가치가 하락한 반면에 KT의 브랜드가치는 상승하면서 KT가 통신 3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KT는 41위에서 27위로, BSTI는 852.6점에서 872.9점으로 올랐다. LG유플러스는 50위에서 46위(845.9점)로 상승해 SK텔레콤과 격차를 좁혔다. BSTI는 230여 개 부문의 대표 브랜드 1000여 개를 평가한다. 1000점 만점으로, 브랜드스탁 증권거래소의 모의주식 거래를 통해 형성된 브랜드주가지수(70%)와 정기 소비자조사지수(30%)를 결합해 반영한다. 한편 이번 평가 1위는 삼성 갤럭시(950.1점)가 기록했고 그 뒤를 카카오톡(946.6점), KB국민은행(924점) 등이 이었다. 또 쿠팡이 15위에서 9위로 뛰면서 10위 안에 진입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서비스 에이닷(A.)에 ‘노트’와 ‘브리핑’ 등 새로운 서비스의 베타(시험용) 버전을 탑재했다고 30일 밝혔다. 노트는 회의나 강의, 상담 등 일상 음성을 AI가 실시간으로 받아쓰고 요약해 정리해주는 기능이다. 음성 그대로 받아쓰는 것이 아니라 문맥에 맞게 문장을 자연스럽게 보정하거나 문서 형태로 만든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오픈 베타 버전에서는 1회 녹음당 최대 100분, 월 600분 분량이 제공된다. 브리핑은 AI 개인 비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개발됐다. 예컨대 이용자의 정해진 일정을 고려해 동선별 날씨를 알려주기도 하고, 관심사 기반의 콘텐츠를 추천하기도 한다. 브리핑 서비스는 에이닷 이용자 가운데 선착순 2만 명을 대상으로 제공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7∼12월)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사용자의 반응과 의견을 반영해 이르면 올해 안에 정식 버전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서울대는 4일 관악캠퍼스 중앙도서관 관정관에서 동원그룹 및 한국투자금융지주 창업자인 김재철 명예회장을 초청해 유홍림 서울대 총장과의 대담 및 특별강연을 개최했다.이날 강연은 김 명예회장의 경영 에세이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출간을 기념해 마련됐다. 김 명예회장은 원양어선 실습 항해사로 시작해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창립하는 등의 인생 여정을 통해 기업가 정신의 본질과 진정한 리더십의 가치에 대해 공유했다. 이날 강연에는 학생과 교직원 150여 명이 참석했다.김 명예회장은 “꿈꾸는 동안에는 영원히 청년”이라는 말로 운을 떼며, 서울대 입학을 포기하고 바다로 향했던 결단, 목숨을 건 항해 속에서 다져진 사생관(死生觀), 원칙을 지킨 정도경영, 끊임없는 혁신에 대한 통찰을 청중과 나눴다. 특히 그는 “호기심을 가지고 새롭게 도전하지 않으면 개인이든 사회든 쇠퇴하는 것은 인류 역사의 진리”라며 “곧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서울대 젊은이들에게 가슴 뛰는 도전을 멈추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었다”고 전했다.유 총장은 “해양수산업의 불모지를 개척하고 금융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김 명예회장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교과서”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이번 강연을 통해 미래세대가 도전과 혁신의 가치를 마음 깊이 새기고 자신의 길을 주체적으로 개척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명예회장은 유 총장과의 대담에서 서울대 대신 수산대를 택했던 이유에 대해 “편한 길보다 도전하는 길을 택하라는 고교 담임선생님의 가르침이 큰 영향을 주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하버드대 최고경영자 과정에서의 경험이 동원참치 캔의 출시와 금융업 진출이라는 사업적 전환점으로 이어졌다”면서 끊임없는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한 학생은 ‘동원그룹이 장남 승계 과정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증여세를 자진해 낸 배경이 무엇인지’에 관한 물었다. 김 명예회장은 “법을 지키고 정도를 가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길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답했다. 동원그룹의 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장학 사업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가진 유일하고도 최고의 자원은 사람, 바로 인재”라며 “인재를 키우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재단법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2대 이사장에 김현대 전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 사장(65·사진)을 선임했다고 19일 밝혔다. 김 신임 이사장은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해 35년간 언론인 생활을 했다. 한겨레 법조팀장, 사건총괄팀장, 전략기획실장 등을 거친 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냈다. 그는 언론계 후배들과 함께 ‘한국농업기자포럼’, ‘사회적경제 언론인포럼’을 결성해 사회적경제 영역을 지속적으로 조명하고 확장해나갔다. 김 신임 이사장은 현재 제주도의 시골 마을에서 감귤농사를 지으며 농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도 마을만들기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협동조합 도시’, ‘협동조합 참 좋다(공저)’ 등의 저서를 집필하며 사회적경제 분야의 담론 형성에도 기여했다.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임원 추천위원회는 “김 신임 이사장은 언론과 경영을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이해관계자와 신뢰 관계를 다지며 연대기금의 미션 실현과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갈 적임자”라며 추천 이유를 밝혔다. 김 신임 이사장의 임기는 이달 1일부터 3년이며, 1회 연임할 수 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경남 창원에 사는 한부모 가정 중학생 이서준 군(13·가명)은 골수암을 앓는 어머니를 돌본다. 어머니 정경희 씨(가명)가 골수암 진단을 받은 것은 2년 전이다. 처음엔 감기가 오래간다고만 생각했다.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수준까지 이르러서야 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연고가 없는 서울에서 2개월이나 병원 입원 신세를 졌다. 식당 조리와 청소 일을 전전하던 정 씨는 생계가 끊겼다. 갑작스레 병원비를 마련해야 하는 탓에 정 씨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돈을 빌렸다. 그 이후로 졸지에 1500만 원 빚이 생겼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보니, 당장 갚을 길이 없다.현재 정 씨는 집 밖을 나가기도 어려워한다. 빌라 건물 4층으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조금만 걸으려고 해도 숨이 차고 눈앞이 어지러워진다. 지금 보다 병세가 심해지면 부산에 있는 대형 병원 신세를 져야만 한다. 그러나 치료비와 간병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탓에 쉽사리 입원 결정을 하지도 못한다. 이 군은 돈이 없어서 어머니가 제때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하지만 당장 생계 전선에 나설 수도 없다. 이 군은 중학교 1학년. 방과 후 또래들이 모여서 어울리는 모습을 지나쳐서 곧장 집으로 향한다. 기력이 없다시피 한 어머니를 대신해 밥상을 차리는 일도 이 군이 한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하는 심부름을 하기 위해 되도록 함께 집 밖으로 잘 나가지 못하게 됐다.어머니는 불가피하게 아이에게 부탁하면서도, 평범한 일상과는 다소 어긋나 보이는 아들의 모습이 안쓰럽다고 했다. 정 씨는 병이 빨리 완치돼야 한다며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한 번 데려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남들 다하는 평범한 일들을 아들에게도 해주고 싶어요” 정 씨는 자신의 꿈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장 학업을 이어가는 것도 힘겹다. 현재 이들 가족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이다.이 군처럼 중증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보는 13~34세 청소년이나 청년을 흔히 ‘가족돌봄청년’, 또 다른 표현으로는 ‘영 케어러’라고 한다. 돌봄 노동으로 인해 미래 설계를 하지 못한다. 청소년부터 돌봄을 시작하는 경우, 생계에 대한 책임까지도 길게 짊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가족돌봄청년 규모가 18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복지 사각지대 된 청소년 돌봄…정책 지원과 기부 문화 활성화 필요돌봄 부담은 이 군처럼 청소년기 혹은 그 이전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삶, 진로 설계를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 가족돌봄 청년에 대한 실태를 되도록 조기에 확인하고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되지만, 현재 가정돌봄청년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정확한 현황 파악도 되지 않고 있다. 대상자 확인을 통해 기존 복지 정책에 대한 안내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필요한 예산과 지원 정책에 대한 수립도 보다 정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정부는 내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선 ‘영 케어러’ 통계를 확인키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8월부터 시범사업을 벌여 인천, 울산, 충북, 전북 등 네 곳에 ‘청년미래센터’를 열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돌봄청년이 온라인(www.mohw2030.co.kr)으로 지원을 신청할 수 있게끔 했다. 센터를 통해 가족돌봄청년은 연간 200만 원의 자기돌봄비와 가족 돌봄 및 의료, 심리지원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제도는 2026년께나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로선 읍면동 센터에 도움을 요청해 일상돌봄 등 보건복지부 서비스를 연계받아야 한다. 다만 서비스가 아픈 가족 지원에 집중하다 보니, 돌봄청년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 등의 지원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있다.제도적 지원이 자리잡기 전까지는 지자체 지원이나 기부, 후원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기부금 모금과 후원단체 중 한 곳인 대한적십자사는 가족돌봄청년과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한 결식아동 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동아일보와 대한적십자사는 후원하는 돌봄 청소년인 이서준 군에 대한 기부 캠페인(아래 첫 번째 링크)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결식 아동을 돕기 위한 후원(두 번째 링크)를 통해서 이어갑니다. 모금액은 기부금품법에 의해 관리되며 사용 내역은 대한적십자사 기부금품 모집 및 지출명세를 통해 공개됩니다.공동기획 가족돌봄 서준이 돕기공동기획 결식아동 돕기임현석 기자 lhs@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뉴욕 증시 상장 기업 ‘피스컬노트’는 재미교포 2세인 팀 황(32·한국 이름 황태일)이 창업한 회사입니다. 미국 명문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30대 초중반의 최연소 아시아계 뉴욕증시 상장사 대표라니…. ‘엄친아’라는 표현 이상으로 그저 다른 차원에 있는 인물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똑똑해서’라는 표현만으로는 지금의 그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사람 모두가 황 대표처럼 사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그가 걸어온 굵직한 순간들을 짚어봤습니다. 황 대표를 인터뷰한 〈브렉퍼스트〉팀이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관성에 따라 살아가더라도 충분히 남들이 부러워할 삶을 살 수 있었지만, 그는 그걸 깨뜨리고 도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원동력은 ‘사명(使命)’에 있었다는 것. 황 대표의 사고방식과 마인드를 함께 탐구해 보시죠. ‘이민 1세대’ 부모는 안정 바랐지만…황 대표가 깨야 했던 관성은 재미교포들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아메리칸드림’이었습니다. 그의 부모가 미국으로 이주한 시기는 1980년대 후반. 해외여행조차 지금처럼 보편화되어 있지 않던 시절이니 낯선 땅에 정착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래서 자식들만큼은 미국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얻어 부모가 겪은 어려움을 겪지 않길 바랐습니다. 반면 아들은 ‘정치인’이라는, 사뭇 다른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로스쿨에 진학해 검사가 된 뒤, 정치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의회에 출마해서 정치 시스템을 통해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모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완전히 다른 진로인 데다, 아시아계 미국인이 진입하기에는 높은 장벽인 듯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황 대표는 부모와 갈등을 겪었습니다. 심지어 아들은 불안정성에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을 하고 싶다고요.“집안에서 큰 폭탄이 터지는 분위기였어요. 스타트업은 정말 부모님의 예상 밖의 일이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전형적인 삶이나 진로에 갇히고 싶지 않았어요. 저의 독립성, 그리고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싶다는 점이 매우 중요했거든요.”노숙자 돕다 비영리재단 설립 나선 중학생중학생일 때, 그는 노숙자에게 담요나 음식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보통은 보람이나 안쓰러움을 느꼈을 텐데 그는 달랐습니다. ‘기부금을 모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은 재정적으로나 조직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데.’ 기업가적 문제의식이었습니다.고민하던 그는 ‘오퍼레이션 플라이(Operation Fly)’라는 이름의 비영리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선배와 후배의 과외 수업을 중개하는 식의 사업을 벌였습니다. 후배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지불해 과외를 받으며 공부를 할 수 있고, 선배는 과외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매출로 빈곤층을 돕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사업을 시작한 지 3, 4년이 됐을 무렵 연간 매출은 70만 달러(약 9억9000만 원), 수익은 20만 달러(약 2억8300만 원)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인 돈으로는 수천 개의 가방, 학용품이나 세면도구, 샴푸 등을 샀습니다. 가방에 물건을 담아 주말마다 워싱턴DC, 볼티모어, 시카고, LA, 토론토 등의 노숙자와 극빈층 학생들에게 나눠줬고요.“2007, 2008년 미국에서는 주택 위기로 노숙자가 늘었거든요.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노숙자 문제가 저에겐 ‘해결하고 싶은 문제’로 느껴졌어요. 돈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사회적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사업에 방정식이 있다면 이익은 그 절반에 불과할 뿐, 나머지 절반은 제품이나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로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입니다.”오바마 캠프 활동이 준 교훈고교 시절에는 정치 참여에 열심이었습니다. 굵직한 활동 두 가지를 꼽자면 하나는 오바마 대선 캠프, 다른 하나는 메릴랜드주의 몽고메리 카운티 교육위원회입니다. 분명 정치 활동이었지만, 그는 오히려 조직을 경영하는 법에 대한 힌트를 얻었습니다. 그가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던 당시 나이는 16세. 당시 오바마 캠프는 정계에서 처음으로 아이폰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활용해 청년들과 소통에 나섰다고 하는데요. 황 대표는 필드 관리자로서 펜실베이니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등과 같은 경합 지역에서 소셜미디어,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18~30세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했습니다. 오바마 당시 후보가 젊은 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실제로 2008년 대선은 젊은 세대의 참여율이 높았던 선거 중 하나인데요. 기술이 정치 참여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을 어떻게 운영했는지 자주 떠올려보곤 합니다.” 그는 리더십의 가치와 조직을 구축하는 방식 중 많은 부분이 오바마 캠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하의상달(바텀-업) 방식의 도입, 투명한 조직 운영 등의 요소입니다. 이듬해 황 대표는 몽고메리 카운티 교육위원회에서 학생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몽고메리 카운티 학군은 미국에서 12번째로 큰 규모라고 하는데요. 3만8000여 표를 받아 선출된 그는 유일한 학생 위원으로서 학생들을 대변하는 한편 약 40억 달러(약 5조6700억 원)의 예산을 감독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학생 위원을 할 당시 세금을 인상하지 않고 교육 관련 예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와 함께 소통하기 위해 애를 쓰곤 했는데, 예산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수만 명 규모의 큰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을 그때 배웠어요.”모텔방 창업, ‘1달러’ 짜리 식사하며 버텨그가 21세에 창업한 피스컬노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전 세계 국가의 법과 규제, 판례를 즉시 검색하고 분석하는 법률 전문 소프트웨어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창업 아이템 가운데 이런 서비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그는 과거 정치 활동 경험이 아이디어의 밑바탕이 되었다고 합니다. 예컨대 몽고메리 카운티 교육위원회 학생 위원이었을 당시 세금과 교육, 교과과정 등과 관련된 정책에 대해 고민하면서 법과 제도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두고 혼란스러운 적이 많았다고요. “미국에서는 연방정부가 제정한 법이 있는가하면, 50개 주가 각각 법을 제정하고, 9만 개 도시에서 각자 법을 통과시키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연방법이 주 법과 일치하지 않거나, 시(市)법과 중첩되는 경우도 있어 어떤 법을 준수해야하는지 고민이 끊이지 않죠. 이거야말로 AI가 해결할 수 있다고 봤어요.”친구 두 명과 함께 한 스타트업의 시작은 미약했습니다. 각자 아르바이트나 인턴십 등을 하며 모은 돈을 합쳤습니다. 각자 2000달러씩 총 6000달러. 그 돈을 들고 무작정 실리콘밸리로 갔습니다. 아파트를 구할 형편이 되지 않아 하룻밤에 70달러인 모텔방을 숙소 겸 사무실로 정했고요. 한 방에서 세 명이 함께 생활했는데 침대는 두 개밖에 없어서 한 명은 바닥에서 자야 했습니다. “낭만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하루 12~14시간씩 주 7일을 코딩에 매진하면서 고객에게 전화를 돌렸거든요. 방에 계속 있으면 컴퓨터 모니터가 (습기로) 뿌옇게 되곤 해서, 공원으로 나가서 코딩을 했어요. 각자 월급으로 500달러씩 가져갔는데, 버거킹에서 1달러짜리 메뉴를 겨우 사먹을 수 있었어요. 거의 1년간 그렇게 생활했죠.”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으로 시작한 셈인데, 혹여나 실패가 두렵지는 않았을까요. 아니면 차라리 직장을 다니며 아파트 월세는 부담할 수 있을 정도의 월급을 모은 뒤 창업하는 방법도 있었을 테고요. “당시 저는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회사를 창업했는데 실패한다면, 괜찮습니다. 그냥 또 다른 회사를 창업하면 되니까요. 스물한 살의 청년 앞에는 세상이 열려있고, 리스크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굳이 리스크라고 해봐야 인생에서 2년을 낭비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죠. 저는 당시 경험을 얻기에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피스컬노트는 창업 9년 만인 2022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아시아계 출신 중에서는 최연소입니다. 그는 피스컬노트 성장의 원동력으로 ‘사명’을 꼽았습니다. 직원을 위해 더 나은 조직을 만들고 고객을 위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요. “물론 매출, 이익 등 모든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피스컬노트는 제품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대개 소수의 부유한 사람만이 고액의 변호사 비용을 부담하며 법률 정보를 얻었다면, 피스컬노트는 같은 정보를 비영리단체나 중소기업, 혹은 정보를 정말로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죠.”소수자 중의 소수자가 차별에 대처하는 법황 대표는 때로 차별적인 시선도 깨나가야 했습니다. 미국 전체 인구의 약 5%가 아시아계고, 그중에서도 한국계 미국인은 1%도 안 된다고 하는데요. 그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소수자 중의 소수자 가운데서도 소수자(the minority of the minority of the minority)’라고요.차별은 대개 소수자를 향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됐습니다. 피스컬노트를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에도 그랬습니다. 50, 60대의 로펌 파트너들은 피스컬노트 사무실을 찾아와서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던 황 대표에게 “CEO는 어디 있나요? 왜 여기에 없죠?”라고 물었던 것이었는데요. 마치 황 대표를 인턴쯤으로 여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요. “사업을 할 때 아시아계 미국인은 공학에서는 매우 뛰어나지만 리더십을 발휘하거나 대중 연설, 경영 등에서는 서툴다는 고정관념도 있고요. 종종 컨퍼런스나 대규모 비즈니스 미팅을 할 때 사람들이 저에게 다가와서 ‘팀, 영어를 정말 잘하네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대학에 다녔거든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제 외모나 말투 등에 대해 언급하는 등 저를 다르게 바라보거나 다른 기대를 가지곤 합니다.”사람들의 편견에 지칠 법도 하지만 그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습니다.“이런 일은 꽤 자주 일어나고, 궁극적으로는 그냥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그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어떤 사회에서든 소수자가 겪게 되는 일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결국 자기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걸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국 사회와 한국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많이 고민하는데요. 제가 사회에 어떤 독특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극복했어요.”한국인 창업가 멘토링하는 이유황 대표는 피스컬노트를 넘어 여전히 스타트업 업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니트라(Nitra) △앰버(Amber) △제리코 시큐리티(Jericho Security) 등 세 개의 스타트업을 추가로 창업했는데요. 각각 의사를 위한 디지털 플랫폼, 전기차 전문 보험 및 수리 서비스, 생성 AI를 이용한 피싱 공격을 막는 사이버 보안 기술 등을 제공합니다. 한국 스타트업 업계와의 인연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데요. 니트라의 경우 두나무앤파트너스 등 한국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요. 바쁜 일정 속에서 한국인 창업자들에게 멘토링도 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창업가들에게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어요. 또 한국은 전 세계에서 손꼽을 수 있는 강력한 스타트업 시장이자 기술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은 영국, 이스라엘, 일본 등 어떤 시장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세대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존재하고, 상장하거나 회사를 매각한 경험이 있는 창업자들이 많은 몇 안 되는 시장 중 하나이기도 하죠. 글로벌 시장과의 접근성도 높고요. 한국에는 이런 장점을 누릴 큰 기회가 있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때문에 한국인 창업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는 그에게, 문득 한 가지 의견을 묻고 싶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으로 인해 혹시 한국인 창업가가 미국에서 창업하는 데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요? 자국 중심주의적인 트렌드는 미국만의 상황은 아니지만, 미국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미국의 문법에 맞게 체질을 바꿀 필요는 있다는 것이 황 대표의 생각입니다.“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멕시코, 일본, 중국 등 세계가 점점 더 자국 중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사회를 반영하는 것일 뿐입니다.” “미국 사회는 자국 노동자와 경제를 뒷받침하는 비즈니스를 원하고 있죠.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미국 시장을 목표로 한다면, 미국의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할지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시스템이란 세제 혜택, 규제,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을 말합니다.”“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면 반드시 미국 시장에 있어야 하고, 미국 외부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미국으로 가져오는 방식이 아니라 미국 시장에 몸담고 그곳에 헌신해야 합니다. 그 나라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방식과 사고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아침 식사가 왜 영어로 Breakfast인지 아시나요? Fast는 ‘금식’이란 뜻입니다. Break Fast는 ‘금식을 깬다’는 의미죠. BreakFirst는 이른 아침 당신의 허기를 가장 먼저 깨주는 뉴스레터입니다. 초심을 잊은 당신, 관성에 매몰된 당신을 위해 다양한 업계에서 ‘처음’을 만들어낸 이들을 만납니다.매주 월요일 아침 발송되는 ‘BreakFirst: 관성을 깬 사람들’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권태와 졸음을 영감과 혁신으로 채워 보세요. 뉴스레터에서는 인터뷰 영상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구독▶유튜브 링크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인사이드아웃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애니메이션 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런 회사를, 애니메이션 감독 에릭 오(40·한국 이름 오수형)는 7년간 근무하다 제 발로 떠났습니다. 당시 그는 한창 실력을 인정받으며 달려 나가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동료들 가운데 가장 빠르게 주요 캐릭터를 맡았고, 특히 ‘도리를 찾아서’에서는 구현하기 가장 까다롭다는 문어 캐릭터 ‘행크’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대로 픽사에 머물러 있어도 꽤 성공한 인생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가 퇴사를 선택한 것은 애니메이터가 아닌 ‘애니메이션 감독’이라는 오랜 꿈을 좇기 위해서였습니다. 픽사라는 거대한 크루즈 선에서 튜브 하나 걸치고 망망대해에 뛰어내린 격입니다. 그는 꿈꿔왔던 길을 걷고 있을까요? <브렉퍼스트>팀은 에릭 오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항로를 따라가 봤습니다.온탕과 냉탕 거쳐 합격한 ‘픽사’‘나만의 애니메이션은 뭔지 정의를 내려보고 싶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20대 중반의 청년은 어느 날 가슴 설레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바로 픽사에서 인턴을 뽑는다는 것. 날고 기는 사람들도 픽사 인턴에 뽑히기 위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준비한다는데, 오 씨는 그 정도로 준비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급한 대로 그간 만들었던 작품을 2~3분 정도로 편집한 작품 모음집을 만들어 지원서를 냈습니다. 지원을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일’이 그에게 일어났습니다. 결과는 합격. 그렇지만 기쁨은 잠시뿐이었습니다. 12주간 진행되는 픽사 애니메이션팀 인턴십 프로그램의 채용 전환 인력은 단 두 명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체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픽사에 입사하기 위한 준비를 이미 완벽하게 했더라고요. 저는 인턴십 기간 첫 몇 주 동안 많이 헤맸고요. 픽사에 남을 수 없다는 것이 그냥 결정된 것 같았어요. 그래도 ‘인턴십 하는 12주간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어가자’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했죠.”그가 ‘감을 잡았다’고 생각한 건 인턴십 기간이 끝나갈 무렵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업’에 나오는 골든리트리버 캐릭터 ‘더그’를 혼자 만들어 보다, ‘멘토들이 얘기했던 게 바로 이거구나’하고 감이 오더랍니다. 누가 보기에도 그럴싸한 결과물이 나왔고요. 하지만 최종 결과가 바뀌기에는 이미 늦었고, 오 씨는 그렇게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좌절을 맛본 그는 진로를 고민하며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행한 지 한 달 반이 됐을 무렵, 그에게 한 번 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픽사로부터 ‘아직 다른 곳에 고용되지 않았다면 픽사로 오라’는 연락을 받은 것이었죠. 픽사는 그가 가진 잠재성에 주목했습니다. 오 씨가 인턴 기간 보여준 성장 속도를 고려할 때, 픽사에서 일하게 되면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좋은 결과물을 낼 것이라 본 겁니다.까다롭기로 소문난 문어 캐릭터 ‘행크’를 낳다픽사에서 오 씨는 ‘애니메이터’로 일했습니다. 애니메이터가 생소한 독자분들께 간략하게 설명해 드리자면 애니메이터는 캐릭터가 표정을 짓고 움직이도록 만듭니다. 배우가 연기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예컨대 애니메이터가 할아버지 캐릭터를 맡았다면 그 캐릭터의 걸음걸이, 표정, 각종 동작을 구현하는 것이죠. 끼와 능력이 있으면 신인 배우가 한순간에 주연을 맡게 되는 것처럼, 경력이 짧더라도 능력이 있는 애니메이터는 주요 캐릭터나 중요한 장면을 빠르게 맡게 된다고 합니다. 오 씨가 그런 사례였고요. 픽사의 예상이 맞았던 것이었죠.픽사에서 그가 구현한 대표적인 캐릭터는 ‘도리를 찾아서’의 문어 캐릭터인 ‘행크’를 꼽을 수 있습니다. 문어는 끊임없이 몸을 수축하고 확장하며 굉장히 유연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죠. 게다가 픽사는 현실을 잘 고증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튜디오고요. 그런 의미에서 행크는 애니메이터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캐릭터였습니다. 실제 문어의 움직임을 그대로 구현하면서 애니메이션 특유의 연기적인 요소도 넣어야 했으니까요.그런 행크를, 픽사는 오 씨에게 맡겼습니다. 주목받는 애니메이터였던 그에게도 행크는 힘든 과제였습니다. 행크를 구현해 내는 데만 꼬박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는데요. 그는 문어 전문가의 강의를 들으며 문어는 감정에 따라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몸 색깔은 어떻게 바뀌는지 공부도 하고요. 미국 몬터레이베이 수족관에 가서 문어를 직접 만져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영화 ‘도리를 찾아서’를 보면 행크가 파이프를 잡고 날아다니면서 매달렸다가 어디론가 기어들어 가기도 하는, 역동적인 장면이 있어요. 10여 초 되는 움직임을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으로 구현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그랬던 만큼 ‘행크는 내 자식이야’라고 할 수 있게 됐죠.”“문어에 관한 공부를 정말 많이 하다 보니 더 이상 문어를 먹을 수 없겠더라고요. 문어가 정말 똑똑한 생명체거든요.”두려움을 딛고 픽사를 떠난 원동력은직장 생활 3년 차, 6년 차, 9년 차에 퇴사 고비가 한 차례씩 지나간다고 하던가요. ‘꿈의 회사’에서 한창 실력을 인정받으며 근무한 지 5년 정도 됐을 무렵, 그의 마음 한편에서도 퇴사에 대한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났습니다. “제가 만약 더 멋진 애니메이터로 성장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면, 픽사에 뼈를 묻을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애니메이터로 일하면서도 ‘난 감독이어야 하는데, 내 연출을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픽사를 떠나기가 너무 두려운 거예요. 쉬운 결정이 아니어서, 실제로 픽사에서 퇴사하는 데까지 2년이 더 걸렸어요.”마침 픽사에서 함께했던 마음 맞는 동료들이 오 씨보다 먼저 퇴사해 ‘톤코하우스’라는 작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차렸고, 그에게 감독으로서 일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퇴사라는 결단을 내렸고요. 그런데 퇴사를 한 달가량 앞둔 시점, 그의 굳건했던 퇴사 결심도 잠시 흔들렸습니다. 라따뚜이, 인크레더블, 아이언 자이언트 등을 연출한 업계의 거장, 브래드 버드 감독이 픽사로 돌아온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버드 감독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으니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나가면 감독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이긴 하지만, 작은 단칸방 같은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었거든요. ‘용의 꼬리냐, 뱀의 머리냐’ 두 갈림길에 서 있던 셈이었죠. 그런데 ‘지금이 아니면 못 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독으로서 여정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골방에서 대상까지2016년, 드디어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첫발을 뗀 오 씨는 ‘댐 키퍼 포엠즈(Pig: The Dam Keeper Poems)’라는 시리즈물을 만들었습니다. 빡빡한 예산 속에서, 약 1년간 밤낮없이 작업한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는 회상했습니다. ‘그 시간이 굉장히 행복하면서도 정말 힘들었다’고요.“사실 용감하게 픽사에서 나오긴 했지만, 그 결정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항상 확신할 수는 없었거든요. 저는 픽사에서 나와 골방에서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 제 친구들은 브래드 버드 감독과 신나게 작업하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오더라고요. ‘그래도 이런 거를 하는 게 나한테는 소중한 일이니까’라고 생각하며 꾸역꾸역 완성까지 해냈죠.”현타는 곧바로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작품은 정말 열심히 만들었는데, 픽사나 디즈니와는 다르게 일본과 프랑스에서만 개봉할 수 있었고요. 작품에 대해서도 그가 직접 일일이 설명해야 했습니다. ‘픽사에서 퇴사한 게 옳은 결정이었을까.’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은 2018년이 되어서야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프랑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TV 프로덕션 부문 최고상인 ‘크리스탈’ 상을 받으면서요. 이 부문에서 한국 아티스트가 상을 받은 건 영화제 역사에서 처음이었습니다.“상상도 못 했던 최고상을 받았잖아요. ‘에릭, 너 정말 픽사에서 잘 나왔고, 계속 너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도전을 계속해 봐’라는 사인처럼 느껴졌어요. 그때부터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고 힘차게 스토리텔러의 길을 가보자라고 생각하게 됐죠.”그렇게 오 씨는 픽사의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다른, 자신만의 작품의 길을 개척해 나갔습니다. 메타와 협업해 ‘나무’라는 작품을 만들어 가상현실(VR)로 체험 형식의 스토리텔링을 구현하기도 했고요. 작가로서의 시선을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 사회 구조로 확장해 ‘오페라’라는 작품도 만들었습니다. 오페라는 2021년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최종 후보로도 올랐습니다.“오페라는 우리 인류가 정말 나아지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똑같은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보여주고자 만들었어요. 처음과 끝이 없는, 러닝타임이 없는 콘텐츠인데요. 영화관에서도 감상할 수 있지만 전시관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아카데미가 주목했던 것 같아요.”사실 처음부터 오페라를 영화제에 낼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콘텐츠 형식상 작품을 전시관에서 선보이는 편이 더 알맞겠다는 생각에 전시용 작품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모든 전시장이 문을 닫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페라라는 작품을 만드는 데 거의 4년이 걸렸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이 다 셧다운 돼버린 거예요. 굉장히 좌절스러웠어요. 고민 끝에 편집을 통해 영화 버전을 만들었고, 그나마 비대면으로라도 활성화돼 있는 영화제에 출품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하더라고요. 정말 사람 일은 알 수 없구나 싶었어요.”그는 올해 제주도에서 대형 미디어 체험전 상설 전시를 통해 드디어 ‘전시 버전’의 오페라를 선보였습니다. 재해석 과정을 통해 오페라뿐 아니라 그의 작품 일곱 개가 음악과 함께 전시장 내 각기 다른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돌아가도록 기획했습니다. 단순 애니메이션을 넘어 미디어아트로 확장된 셈입니다.“제 출발점이 담긴 곳에서 전시를 시작해도 좋겠다고 생각해 한국에서 전시를 기획하게 됐어요. 전시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폐허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서 일부러 전시할 공간으로 폐허만 찾아다니다 제주도에서 알맞은 장소를 발견했고요. 어떤 이야기든 그것에 맞는 옷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그는 애니메이션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움직이는 그림.’ 너무 심플하다고요? 그는 ‘움직이는 그림’의 확장성에 주목한다고 했습니다. 멈춘 그림 24장이 이어 붙어 움직임을 만드는 1초의 흐름 이야깁니다.“움직이는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폭이 굉장히 광범위하다고 생각해요. 시간성 아래 흩어지는 개념인 듯하면서도 굉장히 영속돼 있기도 하고, 흐르고 있기도 하면서도 또 정적이기도 하고요.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특성이 제일 멋있는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지금까지 장편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터로서 활동해 봤고요. VR도, 전시도 해봤고, 단편 애니메이션도 만들어봤지만, 여전히 안 해본 매체가 너무 많더라고요. 계속 다양하게 저 자신을 신나게 해줄 수 있는 매체를 찾아다니며 도전을 계속할 것 같아요.”아침 식사가 왜 영어로 Breakfast인지 아시나요? Fast는 ‘금식’이란 뜻입니다. Break Fast는 ‘금식을 깬다’는 의미죠. BreakFirst는 이른 아침 당신의 허기를 가장 먼저 깨주는 뉴스레터입니다. 초심을 잊은 당신, 관성에 매몰된 당신을 위해 다양한 업계에서 ‘처음’을 만들어낸 이들을 만납니다.매주 월요일 아침 발송되는 ‘BreakFirst: 관성을 깬 사람들’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권태와 졸음을 영감과 혁신으로 채워 보세요. 뉴스레터에서는 인터뷰 영상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구독▶유튜브 링크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프라이팬과 냄비, 계량컵, 각종 그릇과 조리 기구, 양념장, 세 대의 소형 냉장고, 그리고 전자레인지까지. 부엌을 묘사한 것이냐고요? 아닙니다. 명훈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진료처장(54)의 연구실 풍경입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들어가면 책이 한가득한 책장과 책상 사이에 1인용 리클라이너 소파가 연구실 한쪽을 차지하고 있고요. 옷도 이곳저곳 걸려있습니다. 이 정도면 교수의 연구실이라기보다는 자취하는 원룸에 가까운 것 같은데요, 실제로 명 교수는 일주일에 이틀 혹은 사흘을 이곳에서 먹고, 자고, 씻습니다. 흔히 떠올리는 치과의사의 삶과는 사뭇 다르죠. 그가 이 같은 생활을 하는 이유는 ‘진료하고 수술하느라 바빠서’입니다. 그의 전공은 구강악안면외과. 툭하면 응급상황이 발생해 급하게 병원으로 와야 하는 때도 발생하고요. 그는 주로 구강암을 치료하고 있는데, 구강암 수술은 출혈도 많고 생명에 위험이 많은 난이도 높은 수술인 데다 밤을 새우기 일쑤입니다. 이 와중에 그는 환자들을 더 잘 치료하기 위해서 △사회복지사(1, 2급) △영양사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등 네 개의 자격증 및 면허증도 취득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수시로 의료 봉사활동도 합니다. 어떤 소명 의식이 그의 삶을 이끄는 것인지, 〈브렉퍼스트〉팀이 탐구해 봤습니다.‘자격증 부자’가 된 이유치과의사 면허증,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자격증 등 의료인으로서 얻은 자격증 말고, 처음으로 도전한 자격증은 ‘사회복지사’였습니다. 무연고, 불법체류 등 다양한 이유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만나면서 필요성을 느꼈다고 합니다. “떳떳하지 못한 신분이더라도 인권이 있고, 아픈 걸 참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어요? 이런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데, 제도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환자들에게 부당한 게 있다고 느껴지면 싸울 줄도 알아야 하고요.”치과 의사로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치과 영역밖에 없었지만, 사회복지사로서 할 수 있는 활동 영역은 굉장히 넓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사회복지의 기본적인 원리를 깨칠 수 있는 학문과 지식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는 겁니다.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 뒤 그가 취득한 면허증은 ‘영양사’입니다. 제대로 먹질 못하면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되죠. 고통스러워하는 구강암 환자들의 모습에 영양학 공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구강암 수술을 받은 뒤 먹는 데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환자들이 제게 ‘날 왜 살려놨냐’고 불평할 때가 있을 정도인데요. 저는 약식동원(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음)의 개념을 어느 정도 믿는 편인데, 환자가 뭘 먹어야 살이 안 빠지고 잘 회복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영양사 면허증을 딴 뒤로는 ‘말발’도 잘 먹혔습니다. 환자에게 ‘이렇게 먹으라’고 권유를 하면 ‘교수님은 제 상황을 잘 모르잖아요’라는 답이 돌아오곤 하는데, 명 교수가 ‘내가 영양사 면허가 있다’고 하면 조언을 잘 들어준다는 겁니다.다음으로 그가 도전한 건 ‘요양보호사’와 ‘간호조무사’입니다. 치매 환자와 요양보호 환자들을 치료하며 느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치매 환자나 요양보호 환자들은 자신의 고통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요. 이 때문에 ‘어떤 점이 힘들겠구나’라고 추측할 뿐이죠. 환자와 함께 병원을 찾은 요양보호사에게 환자를 어떻게 잘 이송하고, 평소에 환자의 치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알려주려면 제가 먼저 요양보호사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간호조무사 자격증 공부를 통해서는 소독과 위생 부분에 있어서 지식을 쌓을 수 있고요.” 명 교수가 이렇게 네 가지 자격증을 따는 데는 걸린 시간은 무려 8년. 진료와 수술 등 일상 업무와 병행하느라 온전히 공부에 몰두할 수 없어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틈틈이 시간을 쪼개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요양원을 찾아 실습했습니다. 수고스러운 일. 하지만 네 개의 자격증은 환자를 잘 진료하는 것을 넘어 서울대치과병원 진료처장의 역할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제가 평소에 교수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 업무도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직역에 계신 분들을 만나게 돼요. 처음에는 제가 교수라는 이유로 그분들이 저를 경계하는데, 제가 같은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 경계가 풀어지고 대화가 풀려나가죠.” 피 적게 보려고 치대 진학했다가, 피 제일 많이 보는 전공 선택사실 명 교수가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그는 좀 더 편하고 수월한 인생을 꿈꿨습니다. ‘직업의 안정성을 고려하면 전문직이 최고’라는 세태 속에서 ‘치과의사는 다른 의사만큼 피를 많이 보지 않을 것이고, 낮에만 근무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치대를 선택했다는데요.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가 선택한 전공, 구강악안면외과는 치과병원의 진료과 중에서 가장 피를 많이 보는 전공입니다. 말 그대로 입과 치아, 턱, 얼굴을 외과적으로 수술하기 때문인데요. 구강암부터 얼굴의 기형, 구순구개열, 안면 골절, 인공치아 재건(임플란트), 치아 발거술 등의 치료를 합니다. 특히 명 교수의 주요 분야인 구강암 수술의 경우 구강이나 목, 얼굴 등에 생기는 암 덩어리를 떼어내고 새로운 살을 이어 붙여야 합니다. 출혈은 피할 수 없습니다. 경동맥이나 신경을 건드릴 위험도 커 난도가 높습니다. 수술 시간은 짧게는 반나절부터 하루 꼬박 넘어가는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요.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죠.그래서 구강악안면외과는 비인기 전공입니다. 명 교수가 서울대치과병원에서 20년 넘게 근무할 동안 전임의가 딱 두 명 있었는데, 결국 두 명 모두 다른 전공으로 떠났다고 합니다. “‘제가 안 하면 누가 하겠는가’라는 의식 없이는 못할 것 같아요.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수년에 한두 명씩은 구강악안면외과를 해보겠다는 주니어 교수들이 나타납니다. 저한테 기술을 물려주셨던 교수님이 저랑 20년 차이가 나거든요. 이렇게 이어져가고 있어요.”다른 치과의사들이 혀를 내두르는 길에 그는 어떤 계기로 발을 내딛게 됐을까요. 명 교수는 다소 ‘귀여운’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제가 인턴 시절에 외과를 갔는데 너무 신세계인 거예요. 인턴이다 보니 어리숙해서 교수님한테 혼나기도 하면서도, 밤새 수술을 한 뒤에 24시간 해장국집에 들러 밥을 먹고 나면 마치 내가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었어요. 문득 이 신세계를 내가 컨트롤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시작이 되었습니다.”구강악안면외과를 전공하더라도 임플란트나 매복치 및 사랑니 발치 등의 분야로 개원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합니다. 주변에도 개원을 선택한 동료들도 많고요. 그런데도 그가 서울대치과병원에 남아 계속해서 구강암 환자를 치료하고, 교수로서 후학 양성에 힘을 쓰는 이유는 뭘까요. 사명감 때문입니다. 뻔한 것 같지만 다른 이유가 있기도 어렵습니다.“제가 돈을 벌려고 개원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도 같아요. 하지만 그러면 지금처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시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 하는 일의 가치가 굉장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제 능력으로 제자를 가르치고, 나를 믿고 따라와주는 환자들과 직원들이 있고, 어려움을 함께 감내해줬던 가족들도 있으니…. 저는 사실 다 가졌다고 생각하거든요. 굳이 따지자면 (개원한) 친구들은 저보다 부동산이 많아요. 자식들 좋으라고 하는 걸 수도 있죠. 제 자식들은 어릴 때부터 버릇이 돼서 자립심이 강하고 저한테 뭔가 물려받을 생각을 안 해요. 자식 교육도 참 잘한 셈이죠. 행복지수를 따져보면 큰 차이가 없다고 봐요.”진지한 얼굴에서 장난스러운 웃음이 번졌습니다.“사회봉사는 받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감동”명 교수는 봉사활동을 활발히 하는 교수로도 손꼽힙니다. 그동안 필리핀, 피지, 중국, 베트남 등에서 해외 봉사를 했고요. 서울대에서는 사회봉사 교과목 담당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30대, 40대 때는 환자를 잘 치료하고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명성을 날리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어느덧 50대가 되면서 노인복지와 요양, 소외된 사람들에 관심을 갖게 되고, 돕고 싶더라고요. ‘더 가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했고, 그게 사회봉사라고 생각했습니다.”그는 자신의 사회봉사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세 가지 봉사 철학을 강조한다고 합니다. 첫째, 봉사를 자신의 교만에 의해 할 거면 하지 말 것. 둘째, 봉사는 지속 가능해야 할 것. 셋째, 능력을 갖춰 봉사할 것. “강의를 준비하면서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처럼, 봉사하면 봉사를 받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감동과 자부심을 갖게 돼요.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자격과 능력, 의지, 재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봉사에서 훨씬 유리하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자기 능력을 개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라’고 말하고 있어요.”명 교수는 서울대치과병원에 노인 전문 치과 진료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구강암은 한국에서는 발생 빈도가 높은 암은 아니지만, 노인 환자가 많습니다. 그만큼 치매나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도 많고요. “노인 환자의 경우 영양 관리가 중요하고요. 인지능력이 없는 분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대책도 필요해요. 노인의 요구를 파악하고 노인에게 특화할 수 있는 진료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죠. 어차피 우리는 다 늙습니다. 우리 사회는 무조건 고령화로 가게 돼 있고요. 은퇴 후에도 소외되고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발굴해 의술을 베풀려고 합니다.”인터뷰 말미, 취재진이 명 교수에게 치대 후배나 학생들을 위해 하고 싶은 조언을 묻자, 그는 ‘제가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이라며 아래와 같이 말문을 열었습니다. to. 치과대학에 입학한 후배들에게자격증을 갖고 있고, 어려운 일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자 기회입니다. 그런데 그 능력을 돈을 좇는 데만 사용하겠다는 것만큼 불행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개업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개업을 해서 얻는 부분의 일부는 사회봉사에 환원한다고 생각하십시오.금전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거나, 그런 부분에 대해 개의치 않는 ‘금수저’라면, 과감하게 돈을 좇지 말고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치과의사’라는 라이센스는 섬세하게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데에 굉장히 유리하고 좋은 직업이니까요.아침 식사가 왜 영어로 Breakfast인지 아시나요? Fast는 ‘금식’이란 뜻입니다. Break Fast는 ‘금식을 깬다’는 의미죠. BreakFirst는 이른 아침 당신의 허기를 가장 먼저 깨주는 뉴스레터입니다. 초심을 잊은 당신, 관성에 매몰된 당신을 위해 다양한 업계에서 ‘처음’을 만들어낸 이들을 만납니다.매주 월요일 아침 발송되는 ‘BreakFirst: 관성을 깬 사람들’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권태와 졸음을 영감과 혁신으로 채워 보세요. 뉴스레터에서는 인터뷰 영상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뉴스레터 구독▶유튜브 링크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