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판 흔들려… 미래에 투자해야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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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본격 맞붙은 전통 금융사-빅테크

‘제2회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에서 토론자들이 앞으로 펼쳐질 기술기업과 금융기업의 경쟁 환경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진 서강대 교수, 박관수 캐롯손해보험 뉴비즈앤서비스부문장,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원근 카카오페이 전략총괄 
부사장, 한준성 하나금융지주 그룹디지털총괄 부사장.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제2회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에서 토론자들이 앞으로 펼쳐질 기술기업과 금융기업의 경쟁 환경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진 서강대 교수, 박관수 캐롯손해보험 뉴비즈앤서비스부문장,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원근 카카오페이 전략총괄 부사장, 한준성 하나금융지주 그룹디지털총괄 부사장.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금융시장의 영역이 모호해지고 있다. 미래에 투자하고 경쟁력 있는 ‘금융의 월마트’만이 살아남을 것이다.”(한준성 하나금융지주 그룹디지털총괄 부사장)

29일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에서는 금융시장에서 맞부딪치고 있는 전통 금융회사와 빅테크 기업들의 고민과 위기의식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기존 금융사를 대표해 나온 한 부사장은 “빅테크에 맞서려면 기술적 준비가 필요하지만 기술 인력도, 기술을 이해하는 직원도 많지 않아 고통스러운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기술을 가진 빅테크와 제휴할 경우 고객과의 접점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골치 아픈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 부사장은 거대 금융사와 빅테크의 관계를 마차와 자동차 산업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가 생겼다고 해서 모든 말을 잡아 고기로 쓰고 마구와 마구간을 없애고 마부를 모두 엔지니어나 기사로 훈련시킬 순 없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자동차로 넘어간다는 건 두려운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신원근 카카오페이 전략총괄 부사장은 “빅테크는 소비자 관점에서 어떤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기 때문에 금융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며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들을 많이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들을 활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기존 금융사들은 디지털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규제 환경의 문제도 지적했다. 한 부사장은 “빅테크가 금융권에 오면 높은 규제의 벽 때문에 기절할 것이다. 금융 규제는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나쁘다는 건 아니다. (현재의) 빅테크는 규제 측면에서 굉장히 큰 특혜를 보고 있다”고 했다. 빅테크들이 금융업에 발을 담그면서도 은행이 받고 있는 건전성 규제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들이 금융시장 확보를 위해 벌이는 전략도 소개됐다. 하나금융은 디지털 결제 시스템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NL)’에 참여하며 58개국 금융사와 디지털금융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방어만 하는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빅테크들은 전통 금융기업과 협업해 시장 규모를 키우는 방안도 제시했다. 신 부사장은 “솔직히 전통 금융사를 이기고 싶다”면서도 “전통 금융과 빅테크가 금융 플랫폼을 통해 협업하면 전체 자산의 20%대에 불과한 한국인의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고 금융시장을 더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는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금융사#미래#투자#빅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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